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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에 가장 중요한 새끼 바다거북의 3m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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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파레돈의 바다거북 부화장과 방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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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올리브각시바다거북 새끼를 바다로 보내는 새벽 모임에 함께했다. 엘 파레돈(El Paredon) 바닷가 거북 농장(부화장)에서 부화한 새끼를 20여 명의 거북 생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바다로 보냈다.


이 행사를 진행하는, '시파카테-나란호 국립공원(Parque Nacional Sipacate-Naranjo)' 보호구역 자원경비(Resource Guard)를 맡고 있는 블랑코스(Blancos) 씨에게 바다거북의 생태에 대한 궁금증과 이 행사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국립공원, 보호구역,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 300개 이상의 보호 지역을 관리하고 종과 서식지 보호를 통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과테말라 정부기관인 CONAP(National Council of Protected Areas 국립보호지역협의회)에서 '올리브 리들리 거북(Olive Ridley turtle, 중미의 명칭 Parlama Turtle, 한국명 올리브각시바다거북, 학명 Lepidochelys olivacea)의 보호를 담당하고 있다.


-이?해변은?서퍼들에게?이상적인?서핑?스폿이기도 하지만?바다거북에게는?더욱?중요한?장소 같습니다?


"여러 멸종 위기 종의 거북이들이 알을 낳는 중요한 서식지로 보호되고 있는 곳입니다."


-거북이 알을 낳는 해변은 어느 정도 길이입니까?


"약 20km에 달합니다.


-보호 업무는 연중 언제 진행되나요?


"7월부터 12월까지 계속됩니다. 방생은 8월부터 시작되어 12월에 끝이 납니다."


-거북이 알의 수거가 어떻게 가능한가요?


"과테말라의 '수산 양식 일반 법률(Ley General de Pesca y Acuicultura)과 국제적으로는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와 같은 법률에 의해 거북 알의 수거 및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CONAP의 거북이 보호를 위한 다양한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특정 조건 하에 일부 종류의 거북이 알을 수거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며 반드시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그 관리 전략에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알의 수집이 가능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곳 지역민들은 밤에 수집이 가능합니다. 수집한 알의 20%는 이곳 CONAP의 거북 농장에 전달해야 하며 80%는 판매가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100% 모두가 CONAP의 관리와 통제하에 있습니다."


-수거자가 거래 가능한 80%가 어떻게 CONAP의 관리와 통제 범위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지역민에 의해 수거된 알은 결국 모두 농장으로 가져오게 됩니다. 20%는 무료로, 80%는 수거 대가를 받게 되는 겁니다. 대가는 식재료로 지급하거나 현금으로 받게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는 수거자가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결국 수거된 모든 알은 CONAP의 농장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고 지역민들에게는 거북이 보호의 필요성과 함께 그것이 생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일깨우지요."


-알 수집으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도 밤을 새워야 하는 일이겠군요?


"그렇죠. 야간에 나가 20km 해변에서 알을 낳는 거북이를 찾아서 산란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거북이는 저런 모래밭에 산란터를 만들어 100~120개 알을 낳습니다. 알을 낳는 데는 약 30분이 걸려요. 수집한 알은 농장으로 가져와서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부화장에 심게 됩니다."


-부화장에 막대기로 표시된 부분에 알이 심어져있죠? 각기 몇 개씩이나 묻혀있나요?


"30개씩입니다."


-심은 지 며칠 만에 부화됩니까?


"44~48일 정도 걸립니다."


-해변?모래를?파고?낳은?알을?왜?구태여?수집해서?다시?농장에?인위적으로?심어야 하지요??


"수거지역에서는 이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부화 성공률이 50% 미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부화에 성공한 거북 새끼들도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게나, 새나 개들 등 여러 포식자들에 의해 희생되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고는 결국 이 멸종 위기종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죠. 이 농장에서의 부화율은 96%입니다. 이런 방식의 주민 협력과 거북 농장 운영을 통해 바다로 가는 새끼 거북이 늘어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오늘처럼 올리브각시바다거북를 직접 바닷물에 넣어주지 않고 해변에 놓아서 스스로 바다로 가도록 하는 이유는요?


"꼭 그렇게 해야 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이유는 해변의 각인입니다. 바다까지 짧은 해변을 가는 동안 자신이 태어난 해변에 대한 각인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래야 성체 암컷이 그 기억을 따라 알을 낳기 위해 같은 해변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수컷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지느러미발과 근육을 강화해 물속에서 수영을 잘할 수 있도록 하고 달빛이나 해변 경사, 모래의 온도와 질감 같은 탐색 기술을 학습할 기회를 갖게 합니다. 그래서 바닷물과 약 3m 정도 떨어진 모래사장에 새끼를 풀어놓습니다."


-이 3m의 산책 혹은 질주가 그들 생애주기에 아주 중요한 것이군요?


"제일 중요한 필사의 경주라고 할 수 있죠."


-오늘 바다로 간 거북은 언제 성체가 되어 다시 이 해변으로 돌아올까요?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은 12~15세가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바다로 간 암컷 거북이 살아서 성체가 된다면 12~15년 뒤에 다시 이 해변으로 돌아오겠죠.


-알은 매번 비슷한 수로 낳습니까?


"일단 성체가 되면 한 시즌에 두 번, 심지어 세 번까지 알을 낳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많이 낳고 두 번째는 조금 적게 낳고 세 번째에는 훨씬 적게 낳습니다."


-올리브 리들리 거북의 수명은 어떻게 되나요?


"50~60년 정도입니다."


-동양문화에서 거북이 장수의 상징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이 지역의 기록에서 60년 조금 넘게 산 기록은 있습니다. 그러나 100년 혹은 200년 넘게 살았다는 기록을 접한 적은 없습니다."


-부화되는 새끼의 암수 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이곳 부화장의 온도는 29~30°C입니다. 이 온도가 암수가 함께 부화할 수 있는 온도입니다. 30°C 이상이면 암컷만 부화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슷한 성비로 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갓 부화한 상태에서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성장하면 암컷은 꼬리가 짧고 수컷은 훨씬 길어서 구분이 쉽습니다."


-새벽에 그들을 바다로 보내는 이유가 뭔가요?


"그들은 보통 한밤중에서 새벽까지 사이에 부화합니다. 지금 바다로 간 거북은 4~5시간 전에 부화한 것입니다. 부화 후 24~48시간이 아주 중요합니다. 자신의 위치를 각인하고 천적을 피하고 해류를 감당해야 합니다. 또한 태양에 대단히 민감하므로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에 풀어놓습니다."


-이렇게 바다로 간 새끼가 살아남을 확률은 어느 정도 되나요?


"지금까지의 조사 통계에 따르면 1천 마리 중 한 마리만이 30~50년까지 생존한다고 합니다."


-올해 이 부화장에서 방생한 새끼는 몇 마리나 되나요?


"지금까지 부화장에 심은 알의 수는 약 1만 2천 개 정도 됩니다."


-이런 방생 행사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날짜를 문의하고 오늘처럼 시간에 맞추어 현장으로 오면 됩니다. 방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입니다. 참여에는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거인들의 알 수거 비용에 충당하거나 거북 보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CONAP에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습니다."


밀엽과 부수어획, 포식, 서식지 파괴 등 인간의 활동으로 멸종의 위협에 놓이게 된 이 바다거북은 결국 인간이 제정한 법률에 따라 인간이 만든 부화장에서 부화되어 인간이 천적을 지켜주는 호위를 받으며 바다로 갔다. 그들을 과연 십여 년 뒤 이 해변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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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 #방생 #엘파레돈 #과테말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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