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82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과테말라 키체주의 치치카스테낭고(Chichicastenango)는 고원지대에 거주했던 마야 문명 중 하나인 키체 마야(K'iche' Maya)가 세운 도시로 스페인 정복 이전부터 중요한 상업 및 종교적 중심지였다.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는 1519년부터 1521년에 걸쳐 멕시코에서 아즈텍 제국을 정복한 뒤 침약 야욕을 중미 전역으로 확장했다.
그는 과테말라 지역의 마야 도시국가들을 정복하기 위해 페드로 데 알바라도(Pedro de Alvarado)를 파견했고 그는 마야 부족 간의 분쟁을 이용해 키체와 카크치켈 부족을 분열시키는 전략으로 1524년 키체 왕국을 점령했다.
당시 왕국의 수도였던 쿠마르카흐(Q'umarkaj)는 침략자들에 의해 파괴된 채 산타 크루즈 델 키체(Santa Cruz del Quiche)의 서쪽 3km 정도의 외곽에 폐허 유적으로 남아있다.
치치카스테낭고는 쿠마르카흐(Q'umarkaj) 파괴 후 스페인 점령군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 산타 크루즈 델 키체의 남동쪽 18km에 위치한한다. 산타 크루즈 델 키체가 역사 및 행정 중심지라면 치치카스테낭고는 마야 의식이 잘 보존된 문화 및 영적 중심지이다.
스페인 정복 후, 1540년 고대 마야 사원 위에 세워진 치치카스테낭고의 성토마스 성당(Iglesia de Santo Tomas)은 마야 종교 관습과 가톨릭 전통이 결합된 형태의 혼합 문화가 유지되는 곳이이다.
이 성당의 계단과 내부에는 가톨릭 미사와 마야의 전통의식이 함께 거행되고 있다. 성당은 신부의 미사와 사제의 의식이 겹치지 않게 시간을 조율해 함께 활용하게 된다.
이 성당으로 오르는 마야 달력의 18개월을 나타내는 18계단에서는 새벽마다 아흐키(Ajq'ij 마야 사제, Sacerdote maya)들이 의식을 거행하는 곳입니다. 아흐키는 전통 의식을 행하며 공동체의 치유와 영적 안내를 담당한다.
나는 마야의 영적 지도자인 그들의 의식을 보기 위해 3일 동안 새벽 3, 4시 성토마스 성당으로 갔다.
성당 문을 열기 전인 새벽, 계단에 마련된 제단에 사제들이 와서 제단을 치우고 주변에 솔잎과 꽃을 진열한다. 제물과 숯과 향과 일곱 가지 색 초를 진열하고 불을 붙인다. 성당 문턱에도 초를 밝힌다. 향로에 향을 피워서 주문을 외우며 계속 공간을 정화한다. 이 모든 과정은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이들은 신성한 마야 달력과 관련한 시간에 대한 지식을 가진 남성과 여성이다. 일, 월, 연도 및 수명 주기를 제어하는 사람으로 지역 사회의 영적, 심리적, 육체적 돌봄에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개인과 가족, 단체와 마을의 조화와 자연과 우주, 정신과 물질, 사회적 균형을 도모한다.
새벽, 한 아흐키가 긴 의례를 마치고 떠난 뒤, 그 과정을 엄숙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던 한 할머님에게 물었다.
"저 사제께서는 왜 이렇듯 오랜 시간 저런 의식을 거행하나요?"
할머님의 대답은 아흐키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여느 장황한 설명 보다 명료했다.
"다시 오늘 하루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마야인들에게 '하루'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 카크치켈 마야(Kaqchikel Maya) 마을에 지금 막 2025년 1월 1일이 왔다. 사방에서 축포와 불꽃이 터진다. 하루가 아니라 새로운 1년을 주셨으니 이렇게 요란스럽게 축하할 만하다, 싶다.
*15시간이 빠른 고국은 새해 첫날의 15시간을 사셨습니다. 부디, 이 귀한 하루하루, 모두가 사랑만 얘기할 수 있기를...
_2025년 1월 1일 Santa Catarina Palopo에서 강민지·이안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