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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아들의 '엄마의 레시피'

Ray & Monica's [en route]_301

by motif


한국 엄마의 자식 사랑, '선의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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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1


이달 초, 멕시코의 옥스나르(Oxnard Fisher)에게 영상 전화가 왔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전화 속의 모습은 왁자지껄 흥겨운 모습이었다.


"아버지! 현재 멕시칼리(Mexicali)에요. 놀라지 마세요. 지금 저의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요. 리암(Oxnar liam)과 가엘(Gael alessandro) 뿐만 아니라 소피아(Ana sofia)까지도요. 가엘(Gael alessandro)의 생일이거든요."


우리 부부를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는 멕시코 청년 옥스나르와의 인연은 우리가 미국 서부에서의 체류를 마치고 멕시코의 서부 반도,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를 여행할 때였다. 우리는 사막과 선인장의 긴 반도 여정의 끝, 라파스에서 7개월쯤을 보냈다. 순전히 작은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는, 나이보다 사연이 더 많은 청년 옥스나르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옥스나르와 그의 가족 모두와 친교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과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가족의 유대가 각별한 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옥스나르는 영업공간이 아닌, 가족의 공간을 우리에게 내어주어 더 짙게 서로의 음식문화와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런 연유로 우리가 멕시코를 떠나고도 그와 연결된 각별한 감정의 고리가 여전하다.


옥스나르에게는 결별한 두 여성을 통해 얻은 세 아이가 있었고 1,300km나 떨어진 곳에서 각자의 엄마가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만큼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전하지 못한 부성애는 더욱 각별했다. 각각의 사정으로 크리스마스와 아이들의 생일에 방문해 며칠씩 함께 지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는 소피아 엄마와의 불화로 첫딸과는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 큰 상심이었지만 올해는 어긋났던 마음이 해소되어 세 혈육 모두와 몇 날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가뿐한 옥사나르의 기쁨이 영상통화만으로도 과테말라까지 전해졌다.


옥스나르는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아이들이 세상의 어떤 위험과 난관 속에서도 안도가 되는 아버지이길 원했다.


아이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뒤 메시지가 왔다.


""왜 한국의 어머니들께서는 살코기보다 뼈를 더 좋아했는지에 얘기를 좀 써주세요. 그 감동적인 얘기에 대해서 찾아보았지만 찾지를 못했습니다(Quisiera pedirte un favor, y que me escribas la historia de porque las madres coreanas preferían los huesos en vez de carne. Es una historia tan linda. He investigado al respecto pero no encuentro nada)."


이 내용은 소식을 하는 아내가 옥스나르와 구운 고기나 새우를 먹으면서 자신의 접시속 고기를 그의 접시로 옮겨주면서 두어 번 했던 얘기였다.


아마 멕시칼리에서 아이들과 헤어지고 홀로 라파스로 돌아온 뒤 곁에서 아버지로서의 페어런팅(Parenting)에 참여할 수 없음에 대한 자괴감에서 한국의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났던 모양이다.


그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요약해서 보냈다.


"한국 엄마의 자식 사랑 : 선의의 거짓말


예전의 한국은 아주 가난했다. 대부분의 가정에 하루 세 끼를 먹을 만한 양식이 없었다. 특히 봄이면 긴 겨울을 지나면서 비축해 놓은 식량이 떨어져 더욱 먹을 것이 없었다. 다시 보리가 익는 여름이 오기까지 굶어서 죽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를 춘궁기(보릿고개 : 죽음을 넘는 언덕)라고 했다. 춘궁기에는 사람들이 들의 나물을 캐어 죽을 쑤어 먹거나 소나무 속 껍질을 벗겨 씹어 가면서 목숨을 겨우 이었다.


그런 가난한 시절에 생선 한 마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부자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어쩌다 집안에 생선 한 마리가 생기면 엄마는 그것을 구워 부황이 난 어린 자식들에게 먹이려고 했다.


엄마가 먼저 먹으라고 자식이 먹지 않을 것을 걱정해 엄마는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나는 살코기보다 생선뼈가 더 맛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살코기를 먹어라. 나는 뼈를 먹을게!"


사실 생선뼈는 사람이 먹을 만한 부위가 아니다. 이렇게 엄마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을 하면서 자식을 사랑으로 키웠다는 이야기이다."


옥스나르는 이 이야기를 그때의 사진들을 찾아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보관했다.


#2


그는 작년 우리가 떠나는 시점에 사업을 확장해 보고픈 꿈의 준비작업으로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했다. 공부가 2년째로 접어들면서 실천적 경영 공부의 일환으로 작은 비즈니스를 실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김치를 만들어 파는 일을 해보려고요. 올해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예정인데 그중의 하나입니다. 민지 엄마가 만든 것처럼 맛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파스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김치용 한국 배추(Napa cabbage)를 발견해서 옥스나르와 몇 번 김치를 함께 만들었었다. 옥스나르와 함께 사는 동안 대부분의 식사를 함께했고 아내는 조리가 가능한 키친이 있는 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허락하는 여러 한식을 만들곤 했다. 그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옥스나르는 한식의 재료 구입과 손질, 조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들을 활용해 보고자 하는 옥스나르의 시도를 격려했다.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 아들, 옥스나르!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확신한다."


다음날 김치 사진을 보내왔다.


"배추 2kg으로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8개의 용기에 나누어 담았고 그중의 한 개는 이미 팔렸습니다."


라파스에는 왓츠앱과 페이스북의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가 활성화되어있고 개인이나 소상공인들의 이런 플랫폼 활용률도 높다.


김치 취급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라파스의 김치 전도사가 된 것을 축하해. 정말 먹음직스럽게 잘 담았구나. 계속 맛을 보면서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 나가도록 해라. 김치는 발효식품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이 변한다는 의미이다. 금방 담은 김치는 겉절이처럼 매콤함이 더해진 아삭한 맛으로 채소의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 발효된 것은 유산균이 활성화되어 신맛이 나면서 풍미가 더해진 것이다. 이렇게 숙성된 김치를 즐길 수 있다면 한국인의 입맛에 더 가까워지는 셈인데 숙성 김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우리 몸에 더 잘 흡수된다. 이렇듯 발효의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취향에 따라서 먹을 수 있도록 알려드려야 한다.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신선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담은 직후의 김치를 바로 먹도록 하고 어느 정도 신맛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는 숙성될 시간을 가진 다음에 먹도록 안내드려야 할 것이다. 네가 만든 김치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라파스로 가고 싶구나."


그는 밥을 함께 팔아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김치는 더운 밥과 먹는 것이 최고지. 만약 한국인이 먹는 찰기 있는 쌀로 밥을 지어서 판다면 먹을 때 전자레인지로라도 데워서 함께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옥스나르는 김치의 상표명도 만들고 용기에 라벨을 붙일 생각이라고 했다.


"그 이름을 영어로 'Minji Kimchi'라고 해야 할지 스페인어로 'Receta de mamá(엄마의 레시피)'라고 해야 할지 한글로 '엄마의 조리법'으로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Oxnard Fisher @oxnarsolooxnar

https://www.instagram.com/oxnarsolooxnar/

●서로의 인생장도를 위해 건배!

https://blog.naver.com/motif_1/223511562412

●한국 엄마들의 특이한 식성

https://blog.naver.com/motif_1/223382111359

●아버지 Oxnar, 물보다 짙은 피의 밤

https://blog.naver.com/motif_1/223344229101

●달달한 정주, 김밥 파티

https://blog.naver.com/motif_1/223324337028

●멕시코 요리사 형제의 맞춤 요리 파티

https://blog.naver.com/motif_1/22333916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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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라파스 #옥스나르 #멕시코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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