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한국시간 밤 11시경) 한국의 삼남매로 부터 'Whale ON'의 화상 회의에 들어올 수 있을지, 메시지가 왔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회의에 입장하자 삼남매가 이미 대화중이었다. 첫째 나리가 말했습니다.
"저희는 지금, 모티프원의 예약을 잠시 중단하는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내 심박동이 빨라졌습니다. 예약을 중단할 만한 어떤 심각한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놀라움에 대해 주리가 자초지종을 밝혔습니다.
"아빠도 소식을 접하셨겠지만 국토를 화마가 휩쓸고 있어요. 3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사상자도 수십 명이 나왔습니다. 모티프원이 뭐라도 해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어요. 최종 모아진 의견은 잠정 예약을 중지하고 아직 가능한 공간을 이재민분들께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삼남매가 초유의 재해 앞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미 한 시간 이상 토의하고 그 결정에 대해 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기 위해 온라인 회의로 부른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동안 고국으로부터 전해지는 슬픈 소식들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보름전에 방문했던 안티구아 인근의 농장 주인 마이콜(Maykol Hernandez)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I am praying for Korea and the fires. May God be with you and your family. Blessings to you all(한국과 화재의 진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과 가족과 함께하시길, 또한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지구 반대편 과테말라의 농부에게도 한국의 산불이 이렇듯 큰 이슈인 것은 올 1월에 발생해서 20일이 넘는 동안 팰리세이즈와 말리부 일대의 고가 주택들이 전소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대형 산불의 두려움이 뇌리에 여전히 선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떻게 모티프원의 공간을 내어놓는 생각을 했냐고 묻자 영대가 답했습니다.
"재작년 엄마 아빠랑 함께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이 말했었잖아요. 겨울 폭설로 통행이 두절되면 무조건 숙소의 로비를 비롯한 모든 공간을 개방해서 고립된 여행객들을 수용한다고... 그곳에서 여행자의 고립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것을 의미한다고요. 그리고 영국에서 폴란드의 보이텍 아저씨가 그랬거든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고 피난민들이 국경으로 몰려들자 폴란드 주민들이 차를 가지고 국경까지 가서 그분들을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와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고요."
우리 부부도 마땅히 동의했습니다. 우리가 아이슬란드 겨울의 숙소 주인과 폴란드 보이텍 이웃 사람들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산불 피해 이재민분들의 아픔에 모티프원의 공간으로 함께 합니다]
모티프원 삼남매는 어린 시절 경북 김천의 할아버지·할머니 댁에서 동물과 자연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그 환경이 지금 저희를 구성하고 그 기억이 삶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산불로 소실된 자연과 문화재 그리고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의 안타까운 뉴스를 접하며 저희의 마음도 바싹 타버렸습니다.
하루빨리 불길이 잡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더 이상의 피해 없이 안전하기를 절실히 소원했습니다.
임시 대피소에 계신 이재민분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피해 지역과의 거리 상황을 고려하며 고민을 계속하기보다 모티프원이 가능한 방식으로 숙박공간의 예약을 잠시 멈추고 '아래'와 같이 공간을 제공 드리고 자 합니다.
-아 래-
가능일시 | 3월_31 일
4월_2,3,6,7,8,9,10,13,14일
연락방법 | 모티프원 인스타그램 DM(이재민분들 중 혹시라도 파주에 친인척이 계셔서 이동을 생각하고 있지만 당장 여건이 안되는 분들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서울 혹은 파주지역으로 급히 올라와야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인스타그램 @motif.1 DM 주세요. 간절함을 담아 답변드리겠습니다.)
가능인원 | 공간 당 최대 2인(송구하게도 공간의 규모상 한 공간 당 2인까지 맞이할 수 있습니다.)
거주증빙 | 신분증 및 피해지역 거주증빙을 전달해 주세요.(기 예약 게스트분들께 예의를 갖추고자 하는 저희의 불가피한 사정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작은 마음으로 갑작스러운 재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용기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유족분들께 애도를 올립니다. 더불어 이 순간에도 화마와 맞서 싸우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_ 모티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