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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을 보낼 계좌번호를 알려주세요."

Ray & Monica's [en route]_318

by motif

멕시코 할머니, 노르마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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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1300km를 종주하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눌러앉은 라파스에서 한 어르신을 만났다.


우리의 숙소 주인 옥스나르가 '오늘 동네 체육관에서 태극권 시범 클래스가 있는데 한번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따라나섰다가 클래스가 끝난 뒤 우리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한 어르신이 우리에게 다가오신 것이다.


"저는 한국을 정말 사랑해요. 한국에서 너무나 먼 곳인 이곳에서 한국인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는 더욱 몰랐다. '너무나 먼 곳에서' 우아한 할머니께서 '한국을 제일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을 줄은...


노르마(Norma Gonzalez Gutierez Zamora) 어르신은 라파스의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은퇴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것들을 배우고 행하며 느리고 우아한 삶을 살고 계셨다. 관심 중의 하나는 동양을 탐구하는 것, 특히 한국에 매료된 분이었다. 은퇴 후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에 갈 꿈을 키우고 계셨다.


우리를 봉직하셨던 학교와 가정으로 초대해 주었고 식구들을 모두 소개해 주셨다. 공부 중인 한국어 책을 보여주면서 한국어 몇 마디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멕시코인들은 가족애가 두터워 3대가 한 집에 사는 경우가 흔했고 분가하는 경우에도 부모의 옆집을 구입해 인접해서 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노르마 할머님 댁도 그런 경우였다. 큰 부지 안에 할머니 부부의 집과 그 옆 건물에서 의사인 딸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고 교사인 아들은 인접한 곳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는 효자로 살고 있었다.


진료 중인 딸을 불러내 우리에게 인사시키고 손녀와도 정담을 나눌 기회를 만들었다. 가정의 화목에 감탄하고 있을 때 외출했던 남편이 들어오셨다.


라파스의 고위직 공무원으로 은퇴하신 남편은 숫저운 말로 우리의 방문을 기뻐해 주었다. 은퇴 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시느냐는 물음을 비롯한 여러 물음에도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답해주었다.


"아내는 아내가 좋은 하는 일들을 하죠. 저는 제가 관심 있는 일들을 합니다. 제 친구들과 대화하고 식사하는 것을 즐기고 이웃이나 시에서 어떤 도움이나 자문을 요청하면 친구들과 함께 기꺼이 봉사합니다."


라파스의 공무를 담당하셨던 분이니 라파스가 왜 살기 좋은 곳인지를 꼽아달라고 청했다.


"라파스는 바다와 산, 그리고 사막의 풍요로움을 모두 가진 곳이에요. 기후가 좋아서 기후로 고통받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안전한 곳이죠. 범죄가 없으므로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라파스를 떠나고도 할머니와 꾸준히 소통했다. 작년 가을 아드님과 한국 여행을 떠난다고 알려주셨다.


서울에서 가는 곳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며 사진을 보내오곤 했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만나는 곳의 사진을 찍어서 그곳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묻곤 했다. 그 며칠 뒤 응급 연락이 왔다. 갑자기 치통이 왔는데 어떻게 치료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즉시 호텔 프런트로 가세요. 그리고 제일 가까운 치과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세요. 한국에는 치과가 많고 특히 서울에는 더욱 치과가 많기 때문에 30분 안에 치통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시간쯤 뒤에 연락이 왔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말대로였습니다. 여행을 계속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이빨 치료를 마쳤습니다. 치과의 의료진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한국 여행에서 돌아간 뒤 여행기를 쓰고 있다는 소식을 주었다.


#2


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모티프원을 책임지고 있는 맏딸이 삼남매와 상의해 4월 중순까지 모티프원의 예약을 멈추고 그 공간을 이재민과 소방관들을 위해 내놓겠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재해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이재민분들과 직무 특성상 참혹한 현장에 노출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소방관분들께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의 실천이었다. 놀랍게도 이 글을 읽으신 노르마 할머니께서 글을 주셨다.


"The news about the fires in South Korea has deeply impacted me, and I pray to my God for the victims of this disaster. I hope the fires are extinguished soon so that the provinces can recover with the strength of the Korean citizens and international aid. From La Paz, how can I help or deposit money to contribute a little? Ansoo Lee, if possible, please let me know of any bank account for transfers. Best regards and wishing you great health.


한국에서 발생한 산불 소식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재난의 희생자들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산불이 하루빨리 진화되어 재난 지역이 한국 시민들의 강인한 의지와 국제적인 지원으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라파스에서 제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혹은 약간의 기부금을 송금할 방법이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송금 가능한 계좌 정보를 알려주세요. 건강을 기원하며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평화'라는 이름의 멕시코 라파스에서 온 뜻밖의 글은 어려움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낸 것이 오히려 더 크게 위안과 용기를 충전 받는 일이 되었다. 노르마 할머님에게 받은 연대의 마음에 대한 감격을 담아 답장을 드렸다.


"당신이 길 위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친절한지, 그리고 당신이 타국의 문화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그리고 당신이 그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데 얼마나 열심인지를 잘 압니다.


그리고 기꺼이 그 나라로 가서 다른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섬세한 노력에 존경을 올립니다.


당신은 지구의 자원을 나누며 생명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땅한 보편적인 상식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져야 할 도리에 맞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한국의 이번 산불은 비가 내리고 가장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이제 한국인이 해야 할 일은 이번 산불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다시 그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 속에서 이런 산불이 앞으로도 재발될 여지를 조사하고 대비하는 하는 것입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더 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우리 일상에서 실천해야 하는 평생의 일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그 과제를 평생 실천하는 일입니다.


저희는 한국이 가장 위기에 처했던 한국전쟁 당시, 연인원 10만여 명을 멕시코·미국 간 병역 협력 협정에 따라 미군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피로 한국의 공산화를 막아준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흘린 피를 멕시코인의 숭고함이었음을 기억합니다.


한국의 지구 반대편에서 당신이 내어주신 마음만으로 이미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당신의 위로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전 당신의 집에서 열심히 한글을 공부하던 당신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당신이 한국을 여행하고 한국의 문화에 감탄했던 작년의 한국 여행을 기억합니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다시 뵐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I know how kind you are to people on the road, how much you respect foreign cultures, and how dedicated you are to learning the language of a country to better understand its culture.


I deeply admire your delicate efforts to travel to other countries and gain a deeper understanding of their cultures. You not only embody the universal values that all humans should have as members of life on Earth but also teach us how to live in accordance with moral principles.


Regarding the recent wildfires in Korea, rain has fallen, allowing the nation to overcome the most dangerous phase. Now, Koreans must focus on helping those affected by the fires return to their daily lives.


Additionally, it is crucial to investigate and prepare for potential reoccurrences of such wildfires in the context of the climate crisis.


Recognizing the severity of climate change and establishing long-term plans while practicing sustainable actions in our daily lives has become a lifelong task for all of us.


This task requires lifelong commitment and practice.


We remember that during the Korean War, when Korea was in the most crisis, more than 100,000 people participated in the Korean War as members of the U.S. military under the military service cooperation agreement between Mexico and the United States, preventing Korea from becoming communist with blood.


We honor the noble sacrifices of Mexicans who shed blood for Korea.


From across the globe, your heartfelt compassion alone has already provided courage that cannot be measured in monetary terms.


Thank you for your consolation and support. I will never forget the image of you diligently studying Korean at home. And your admiration for Korean culture during last year’s visit to Korea.


I sincerely hope for your long-lasting health so that we may meet again someday."


●산불 피해 이재민과 소방관분들께 모티프원의 공간을 내어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motif_1/223813916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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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이재민 #소방관 #라파스 #멕시코 #안티구아 #과테말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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