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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 몸이 죽으면 우리는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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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미국인 리처드의 '무소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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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3월부터 안티구아는 매일이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사순절과 성주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여기는 가톨릭 전례에 따른 수많은 행사들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또한 그 압도적인 광경을 보기 위해 몰려든 각국의 사람들이 모든 호텔과 거리를 메우고 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함께 연출하고 있는 떠들썩한, 이 대단한 40여 일간의 가톨릭 여정을 야단법석이라는 불교용어에 빗대어 묘사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의문이 있지만 나로서는 이보다 더 축약된 용어를 찾을 수 없다.


이 숭고하고 거룩한 야단법석의 상황에서도 미국인, 리처드(Richard MacDonald) 어르신의 고요한 일상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그는 야단법석보다 옥상에서 푸에고 화산을 바라보고 선탠을 하면서 식사를 하고 고양이나 새들의 먹이를 챙기는 것이 중해 보인다.


막 거대한 '행렬(Procesión)'이 지나간 뒤 그에게 물었다.


"방금 이번 성주간에서 가장 장엄한 행렬이 집 앞을 지났다."


성주간 행사로 이렇게 들썩이는데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이 모든 의례들에 관심이 없냐는 물음이었다.


"작년보다 지금의 음악이 훨씬 좋군!"


그의 대답은 나의 기대와는 다른 것이었지만 그 다운 태도였다. 그는 어떤 단체나 조직에 속한 종교활동이 아니라 오직 홀로 기도로만 하나님을 만나는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체의 성당이나 교회의 예배나 종교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이것을 효율적 신앙생활로 규정하고 있다.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방식으로 만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가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입양된 가정의 양부모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가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때 양부모에게 하나님에 대해서 듣자마자 즉시 그분을 믿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먹고 입는 것에 단출했다. 돈을 지출하는 기준에 대해 물었을 때 이렇게 답했다.


"나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만을 위해 돈을 쓴다. 나머지는 나보다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쓴다."


그는 친모와 양부모 모두 다른 자식을 두지 않고 돌아가셨고 자신도 늦은 결혼에서 자식 없이 이혼했기 때문에 혈육이 없는 사고무친이다. 69세의 그에게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을 때가 왔을 때의 대비책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었다.


"주님께서 '당신이 입을 옷이나 먹을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라고 하셨다. 나는 이미 그렇게 돌봄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나이 드는 속도가 점점 더 빠르게 느껴지는 노년을 맞은 그의 대답은 막연하게 느껴졌다. 선한 이도 가난을 이유로 무능력자로 취급당하는 세속의 사례들은 차지하더라도 일생의 병원비는 노후에 집중된다는 사실, 살고 싶은 방식의 선택을 경제력이 좌우하는 현실에 대한 그의 실제적인 대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의 삶을 평화로 이끈 현재의 삶에 큰 기둥이 되고 있는 신앙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2


-당신은 여생을 안티구아에서 보내려고 하느냐?


"확실하지 않다. 올여름에 예루살렘으로 갈 예정이다. 그곳에 머물거나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성령의 인도에 따를 것이다."


-당신은 미국에 부동산이 없느냐? 당신이 부동산을 갖지 않겠다는 의지로 스스로는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친어머니나 양부모가 돌아가시면서 상속된 것이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집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내가 과테말라로 오기 전에 팔아서 모두 기부했다."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돈을 잘 쓰는 일은 버는 일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일상은 연금으로 사느냐?


"그렇다. 한 달 한 달 살만한 것으로 충분하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의료 비용이라든지?


"나는 현재 건강 이슈가 없다. 메디케어(Medicare)가 있으며 소액의 은행 저축이 있다."


-이즘 당신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핵심은 '단순한 삶'이다. 그 단순함을 구성하는 두 가지는 '반성'과 '묵상'이다."


-그 '반성'과 '묵상' 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다양한 상황에서 내 반응을 반성하고, 내 삶의 어떤 부분이 그런 반응이 나오도록 했는지에 대해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달라.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하곤 한다. 발가락이 돌부리에 채였다면 즉시 욕설을 내뱉는다. 그것은 자동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


-반성과 묵상, 그리고 기도의 삶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주님처럼 되기 위해 나 자신을 더 고양시키고 싶다. 내가 다른 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그분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식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당신에게 신앙은 아주 중요한 기둥 같다. 양부모님께서 믿음이 깊어셨다고 했지만 당신은 그 이상인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19살 때 교통사고로 온몸이 부서지는 일이 있었다. 사고 후 나는 수술대 위에서 의식을 잃었다. 바로 이 순간, 나는 우리의 몸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영혼이 내 몸 밖에 있었고,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모님과 의사들이 수술대 주변에 서 있었고, 한 목사가 임종 예식을 집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고, 죽지 않았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는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왔고, 부러진 뼈들로 인한 고통이 나를 덮쳤다. 나는 통증이 가라앉고 병원을 떠날 때까지 끔찍한 고통 속에서 3일을 보냈다. 이 사건은 내게 몸이 죽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주었다. 우리의 영혼은 계속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실제로 존재하시며 성경이 진리라는 것을 더 깊이 믿게 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이 사건 이후로 내 삶은 영원히 바뀌었다."


-영혼이 육체를 떠나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경험을 했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의 얘기를 우리나라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NDE)에 관한 책을 읽은 적도 있다. 당신에게 이 초월적 경험은 현재의 삶에 너무나 중요한 계기가 된듯하다.


"위의 얘기도 단 몇 사람에게만 들려준 얘기이지만 이 이야기는 단 두 사람에게만 했던 얘기이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듣는 나의 세 번째 친구이다.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사람임을 너도 알지 싶다. 이것은 내내가 겪었던 진실한 경험이다. 버몬트에서 회복 중인 알코올 중독자와 약물 중독자 그룹에게 증언 강연을 마친 후 뉴햄프셔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산길을 운전하던 중 코너를 돌았을 때 세 개의 무지개가 내 앞에서 합쳐지는 것을 보았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 이 신비한 색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무지개가 사라질 때까지 몇 분 동안 경외심에 사로잡혀있었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 진실로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에 대한 경험이었다. 이 경험이 바로 지금의 내가 되게 한 이유이다(This is why I am who I am)."


●임종 전 어머니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

https://blog.naver.com/motif_1/223823093939


●"자갈길을 홀로 걷지만 이보다 더 행복한 적은 없었어!"

https://blog.naver.com/motif_1/223812695949


●외국에서 홀로의 삶이 외롭지 않은 리처드

https://blog.naver.com/motif_1/223803199945


●"은퇴자 영주권 신청할 생각 없어요?"

https://blog.naver.com/motif_1/223677366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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