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의 옥상에서 '함께'

Ray & Monica's [en route]_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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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투르세(Sant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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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우리가 페리에서 내린 산후안(San Juan)의 어디에 숙박을 해야 할지 가늠하기 위해 지도를 펼치고 숙소를 찾았다. 우리가 숙소를 정하는 첫 번째 고려 상황은 항상 위치다. 우리가 감당할 만한 가격인지가 두 번째다. 지도를 띄우고 아무리 확대를 해도 우리가 머물고 싶었던 첫 번째 지역인 올드 산후안에서 두 번째를 충족할 만한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푸에르토리코의 평균 소득은 미국 본토에 비해 낮지만 생활비는 미국 본토보다 다소 높다. 대부분의 상품을 섬으로 수입해야 하므로 물류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소매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도미니카에서 건너 온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벽으로 느껴졌다. 숙박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많고 많은 호텔들 중에 우리가 감당할 만한 숙소 하나를 찾을 수 없음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 능력에 더 상처받기 전에 지도를 살짝 밀어 이웃한 산투르세(Santurce) 지역을 뒤졌다.


다른 여지없이 그곳일 수밖에 없는 곳을 발견했다. ' 머물렀던 곳 중 가장 후회되는 곳', '바퀴벌레 가족 모두가 함께 살고 있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만은 피하세요!', '솔직히 가능하다면 추가로 20달러를 더 쓰시고 다른 곳으로 가세요'... 후기로 보아서는 하룻밤 만에 이곳과는 원수가 될 수밖에 없는 곳으로 언급된 묘사에 두려워진 나는 한 리뷰어가 충고한 대로 20달러를 더 지불할 각오를 굳히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의 후기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 20달러를 더 지불하고도 숙박할 곳을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아내에게 바퀴벌레 가족 얘기는 하지 않은 채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의 장점만을 전하고 이곳 예약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다.


#2


사실, 가격 외에도 충분히 며칠간의 바퀴벌레 가족과 동거를 감수할 만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올드 산후안까지는 무료인 시내버스로 쉽게 오갈 수 있는 거리일 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기능하는 곳으로 푸에르토리코 미술관 (Museo de Arte de Puerto Rico, MAPR)과 푸에르토리코 현대 미술관(Museo de Arte Contemporáneo de Puerto Rico, MAC) 등이 도보로 접근 가능한 지역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집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신이 우리 편이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위에 언급한 모든 장점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저렴한 숙소를 찾아온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정서를 가진 사람들. 그들은 타인과 담을 쌓지 않고, 솔직하며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독약으로 학살당했는지 스스로 이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머무는 동안 죽은 한 마리 외에는 바퀴벌레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충분히 좁았지만 그것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내용이고 와이파이 신호는 내 방까지 도달하지 않았지만 디지털 디톡스에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밤마다 옥상에 모였다. 개발에 뒤처진 지역이라 3층 옥상임에도 마치 10층 빌딩 옥상처럼 일망무제로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종종 맨해튼의 명품거리인 '뉴욕 5번가 (Fifth Avenue)', 혹은 '마법의 도시'로 불리는 마이애미 (Miami)에 비유되곤 하는 콘다도(Condado) 지역의 고급 호텔 빌딩의 불빛을 반영한 라구나 델 콘다도 (Laguna del Condado)의 야경, 산후안 만 (Bahía de San Juan)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천연 에어컨이 되어주었다.


#3


해가 지면 거의 모두가 옥상으로 모인다. 두어 달 전에 애리조나에서 온 제임스(James)는 밤낮 럼의 커다란 병을 끼고 있다.


"나는 술을 마시러 왔어. 바카디(Bacardi)알지? 돈 큐 (Don Q)는? 론 델 바리리토(Ron del Barrilito)도 알아? 이곳에서는 온갖 럼을 다 마실 수 있거든. 나는 알코올 중독자야. 술기운이 떨어지면 화가 나기 시작해. 좀 더 지나면 손이 떨리고 조금 더 지나면 온몸에 오한이 찾아와. 그래서 내게는 술이 양식이야."


건강을 염려하는 내 말에 그는 바로 응수한다.


"걱정을 붙들어매세요. 괜찮아요. 내 삼촌은 나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술을 마셨지만 지금도 멀쩡해. 70세가 넘었어. 병원 한 번 가지 않을 만큼 건강해! 무엇보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숨쉬기가 편안해. 해발 2천 미터에서 살다가 거의 해수면과 비슷한 이곳에 오면 호흡이 한결 편안해지지."


몇 개월 전에 자전거로 섬을 일주하기 위해 왔다가 눌러앉은 잭슨(Jackson)도 낮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나도 이곳에서 술을 더 즐기고 달라스로 돌아가려고. 그래서 플라자 라스 아메리카스(Plaza Las Américas) 매장에 취직을 했어."


미국 미시간 칼라마주에서 온 올리버 (Oliver)는 아직 한 번도 외국으로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미국이야. 넌 이번 여행으로도 아직 미국을 벗어나지 못했어."


"알아. 하지만 미국 본토를 떠난 것은 맞으니 다음번에는 미국 밖으로 가는 것이 가능할 듯싶어."


"맞아. 점진적으로 엄마 곁을 떠나야지 엄마가 걱정을 덜하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자신의 익숙한 자리를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옥상의 밤은 깊어질수록 서로의 존재가 위안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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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urce #산투르세 #산후안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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