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나이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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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 Monica's [en route]_341 | 비에호 산후안(Viejo San Ju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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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푸에르토리코의 수도인 산후안(San Juan) 내에 위치한 Viejo San Juan (올드 산후안)을 이틀에 걸쳐 걸었다.


1521년 스페인에 의해 세워진 푸에르토리코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인 이 지역은 본섬과 몇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카리브해의 섬들은 탐험가와 콩키스타도르의 이야기로 기억된다.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건물들이 즐비한 이 지역은 후안 폰세 데 레온(Juan Ponce de León)이라는 이름을 마주치지 않고 걸을 수는 없다.


그는 1493년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두 번째 항해에 자원하여 참여한 스페인 군인 콩키스타도르로 이스파니올라(Hispaniola : '스페인의 섬'이라는 의미. 현재의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에 정착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산토도밍고 지방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1508년, 스페인 왕실의 허가를 받아 푸에르토리코를 탐험하고, 현재의 Guaynabo(타이노어로 '신선한 물의 장소'를 의미)지역에 첫 유럽인 정착지인 카파라(Caparra)를 설립하고 이 지역의 총독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카파라는 11년 후인 1519년에 원주민의 빈번한 공격과 불편한 위치로 포기하고 수도를 북쪽의 섬인 현재의 올드 산후안으로 옮겼다. 그때 버려진 카파라는 고고학 유적지로 남았다.


그는 다시 스페인 왕실의 지원으로 1513년, 플로리다를 탐험하고 '라 플로리다(La Florida : 스페인어로 '꽃이 만발한'이라는 뜻)'라고 명명한 후 이를 스페인에 귀속시켰다. 1521년, 플로리다로 되돌아와 200명의 정착민과 함께 농업 식민지를 세우려 했으나 칼루사 인디언들(Calusa Indians)과의 충돌에서 독이 묻은 화살에 맞는 중상을 입고 쿠바로 후퇴한 뒤 같은 해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의 흔적은 플로리다의 세인트 어거스틴(St. Augustine)에 남아있다. 그곳의 헌법 광장(Plaza de la Constitución)에는 산후안에서처럼 그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쿠바에 묻혔던 그의 유해는 후에 산후안 바우티스타 성당으로 이장되었다. 그의 증손자인 후안 폰세 데 레온 이 로아이사(Juan Ponce de León y Loayza)에 의해 1692년에 설립된 푸에르토리코의 남쪽 해안 도시 폰세(Ponce)는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2


올드 산후안은 2021년에 건립 500주년을 맞이했다. 구시가지는 아메리카 대륙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유럽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럽 건축의 중요한 사례를 보유한 곳으로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또한 미국의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 국가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미국과 그 영토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올드 산후안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시간 속을 걷는 것을 의미한다. 무심히 마주치는 것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초이거나 처음인 것들일 가능성이 높다.


1493년 콜럼버스가 이 섬에 당도했을 때 '산후안 바우티스타(San Juan Bautista)'라고 이름 지었다. 세례 요한의 축일인 11월 24일에 이 섬에 발을 들였기 때문이었다. 후에 지도 제작자의 실수로 도시 이름은 산후안으로, 섬의 이름은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 : '풍부한 항구'라는 뜻)로 변경되었다. 1530년까지 산후안에는 병원, 대학, 공공도서관까지 생겼다.


올드 산후안을 걷다 보면 시간대별로 도시의 성격이 바뀐다. 낮에는 크루즈선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도시가 되었다가 해가 기울면 주민들의 러닝 코스로, 완전히 어둠이 내리면 바를 순례하는 사람들이 골목을 채운다.


#3


옛 교과서의 입시 공부로 배웠던 세계사의 추상을 현장에서 내 발로 답사하고 직접 대면하는 구상으로 바꾸는 여정에서 매일이 벅차오르는 감격이다. 내가 500년 전 그 역사의 현장에 당사자로 있다는 생각이 들 때는 몸서리쳐지는 외로움과 두려움이 덮친다. 그 고개를 넘으니 헝클어졌던 역사의 실타래가 맥락으로 짜인다. 비로소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을 넘어 도달하거나 피해 가야 할 미래의 좌표가 된다.


산후안에 당도한지 사흘이 지났을 뿐이지만 도시를 걷는 나를 발견하고 발길을 멈추고 안부를 묻는 이들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건너와 사업을 하고 있는 Mike, 이곳 사람이지만 뉴욕에서 일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산후안으로 돌아와 휴일을 보내는 José, 지역 커뮤니티 예술가 그룹에서 커뮤니티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Abey 등 한 번씩 말을 섞었던 이들이었다.


처음 만남에서 얘기가 통하고, 감정이 오가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친구가 되는 이들은 간간이 17살, 대부분 22살, 종종 30살이니 나도 내 나이가 의심스럽다. 점점 젊으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짐작되는 것은 한 가지, 무거운 권위를 내려놓고 택한 '자유'이다. 그 한 가지 외에는 짐작조차 가는 것이 없다. 여행은 모두가 원래 지녔던 몸과 마음의 면역성과 항상성을 회복시켜준다는 어림이 점점 더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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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안 #푸에르토리코 #후안폰세데레온 #카리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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