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미국이잖아요!"

Ray & Monica's [en route]_340

by motif

노상강도를 만난 듯한 푸에르토리코의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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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중앙아메리카 동쪽 카리브해는 나에게 지구에서 가장 먼 곳처럼 여겨졌다. 실제 한국으로부터 가장 먼 나라는 남미의 우루과이임에도 불구하고...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아시아로 가기 위해 스페인의 서쪽으로 항해하여 처음 도달했던 곳, 그의 전 생애 동안 아시아로 믿었던 곳, 카리브해의 여러 섬들은 여전히 내 뇌리 속에서 15세기 말의 환상 속에 머물러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한 달은 그 고장 난 인식의 시계를 현재로 바로잡는 시간이었다.


도미니카의 체류만료가 되어가는 시점에 도미니카 산토도밍고(Santo Domingo)에서 푸에르토리코 산후안(San Juan)를 왕복하는 페리, Ferries del Caribe의 승선권을 예약했다.


#2


만료된 미국 ESTA를 다시 발급받고 배에 오르자 22년 전 5월의 어느 날 밤 기억이 떠올랐다. 맨해튼을 떠나 Hartford로 마크 트웨인(Mark Twain)을 찾아갔던 때였다. 하트포드의 Mark Twain Hostel에 묵었었다. 하트포드가 가장 번창하던 시기인 1874년부터 1891년까지 마크 트웨인이 거주한 3층짜리 붉은 벽돌집, Mark Twain House의 인근에 있는 호스텔이었다.


대만 출신 부부가 거주하는 개인 주택을 유스호스텔로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30여 년 전에 이민 와 무역업을 하다가 은퇴하고 7년 전에 이 호스텔을 인수했다고 했었다.


Mark Twain House는 마크 트웨인 전성기의 대부분을 보낸 곳으로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등 8권의 주요 작품을 저술했던 집이자 한때 신문을 편집하는 수동 활자 편집공이기도 했던 그가 자동 조판기가 발명되자 이 기계제조 사업의 성공을 확신하고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파산하고 쫓겨나 유럽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던 집이기도 했다.


Mark Twain House에서 돌아온 날 밤, 0시가 넘어서 그 집 주인의 딸이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푸에르토리코 자유연합주 : Commonwealth of Puerto Rico)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컬럼비아대학에서 4년 의예과 과정을 마치고 푸에르토리코의 한 대학에서 3년간의 안과 전문의 과정을 밟았다고 했다. 호스텔 주인의 부엌에서는 객지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딸을 위해 오랫동안 요리시간이 이어졌다. 푸에르토리코의 이미지는 그만 그날 밤의 튀김기름 냄새로 남게 되었다. 내 어릴 적 잔칫집 기억이 전을 굽는 번철의 기름냄새로 남았듯이...


#3


산토도밍고와 산후안을 왕복하는 페리, KYDON은 Ferries del Caribe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배로 산토도밍고에서는 매주 화, 목, 일요일 오후 6시에 출항해 다음날 아침 8시에 산후안에 도착하고 그 배가 산후안에서 월, 수, 금요일 오후 6시에 다시 회향한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인 이 거리를 비행기 대신 페리의 13시간 항해를 택하는 사람들은 차를 가져가는 사람들이나 선사에서 직접 모집하는 단체 여행객들이다.


하선 시 우리 앞의 할머니께서는 캐리어 위에 거의 시든 꽃 한 다발을 구테여 가져가고 있었다. 나의 눈길 속 궁금증을 알아차린 할머니가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내 생일이 지난주였어요. 63번째의 생일선물로 미국에 사는 딸이 일주일간의 도미니카 여행과 함께 이 꽃을 선물해 주었어요."


꽃은 이미 시들었지만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딸의 효심이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할아버지가 짐을 챙기는 동안 할머니는 미시간에 살고 있는 딸자랑, 두 손녀 자랑을 이어갔다. 수다 중인 할머니를 뒤돌아보는 할아버지는 가방뿐만 아니라 할머니까지 챙기느라 여염이 없었다.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은 이처럼 특정 기념일에 물가가 훨씬 저렴한 도미니카로 여행을 하거나 단체로 산토도밍고로 건너가 파티를 하곤 한다.


우리는 산후안 크루즈 터미널(San Juan Cruise Port Terminal)에 내리자마자 심카드(SIM 카드) 구매를 위해 바로 제일 가까운 월마트로 이동했다. 월마트의 푸드 코너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숙소를 검색했다. 체감물가가 마치 노상강도라도 만난 듯 무습게 느껴졌다. 내가 가격에 놀라는 표정을 눈치챈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곳은 미국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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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iesDelCaribe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산후안의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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