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39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도미니카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과 타이노(Taíno) 원주민이 남긴 암각화를 대면하기 위해 로스 하이티세스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Haitises)으로 가는 중에 미국에서 온 형제를 만났다. 배외에는 접근 방법이 없는 곳을 사마나에서 배로 이동 중이었다.
세르히오 페레스(Sergio Perez)는 35번째의 생일을 맞아 형과 함께 이번 여행을 특별하게 기획했단다. 그 여정의 이름은 '귀향'이라고 했다.
"우리는 산토도밍고(Santo Domingo)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는요. 졸업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동안 미국에 닻을 내리느라 와보지 못했던 고국으로의 여행을 결행했습니다."
형제는 야자수 잎으로 엮은 모자를 쓰고 한순간도 고국에서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듯 대화로 잊힌 기억들을 되새겼다.
배가 큰 바다로 나오자 모두들 셔츠를 벗었다. 세르히오도 구릿빛 벗은 몸을 드러냈다. 그의 몸 이곳저곳에 새겨진 문신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 문신들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를 물었다.
"제 오른쪽 위팔에 새긴 이 모래시계는 저를 위한 지침이에요. 시간이 제일 귀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제 결심을 새긴 것이고요. 옆구리의 이 시는 아들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뒤쪽 어깨의 천사의 날개를 형상화한 십자가는 지금은 지구에 없는 제 친구를 기리기 위한 것이에요."
그 친구에 대한 사연은 이랬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제 생일을 구실로 친구를 찾아가는 여행이었어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거든요.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함께 산토도밍고를 떠났습니다. 저는 텍사스로 가서 댈러스에 자리를 잡았고 그는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로 가서 산 후안(San Juan)에 자리 잡았죠. 리커 스토어(liquor store)를 운영했는데 늦은 시간 퇴근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부고를 받았습니다. 가슴 아픈 소식을 접하고도 친구에게 갈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 밖으로 나갈 형편이 아니었죠. 그 아픈 마음을 제 어깨에 천사의 십자가로 새겨서 친구에 대한 추모를 평생 지속하기로 했던 거죠. 올해 친구가 떠난 지 10년이 되었어요. 지난 한 주를 푸에르토리코에서 보냈습니다. 친구의 형이 여전히 산 후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당시의 상황들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빈곤층 사람들은 더 높은 임금을 위해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로 향한다. 합법적 이주가 불가능한 사람들은 '욜라(yola)'라는 작은 보트를 타고 하룻밤의 항해로 모나 해협(Canal de la Mona)를 건너는 위험을 감수한다.
이민자들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선택을 돕는 밀입국 조직이 존재한다. 욜라를 이용한 불법 이주에 성공한 사람들은 푸에르토리코에서 번 돈을 본국의 가족에게로 송금하고 있다. 일부는 미국 본토로 들어가는 징검다리로 삼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푸에르토리코로 간다. 욜라 대신 페리를 탔다. 한밤의 모나 해협 검은 바다 위에서 세르히오의 우정과 절박한 선택의 위험한 여정을 가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