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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속도에 맞추어라!

Ray & Monica's [en route]_338

by motif

엘 리몬 폭포, 열대우림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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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사마나의 해변들은 잘 개발된 푼타 카나(Punta Cana)의 해변들과는 달리 접근성이 좋지 않은 자연 속에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자연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이라는 면에서 다르다.


사마나의 여러 비치에서 보내면서 경험한 것은 텅 빈 곳에서 오히려 충만해진다는 것이다. 비어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채워지는 역설이다. 해변을 걸으면서 남긴 발자국조차도 파도와 바람이 즉시 지워주는...


사마나 반도(Peninsula de Samana)는 산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반도는 사마나 산맥(Sierra de Samaná) 그 자체이기 때문에 열대우림과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이 지역은 이 나라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토종식물과 고유식물과 함께 수많은 동물종의 서식지이다. 타이노족의 암각화가 남아 있다.


우리는 비치를 떠나 그 산맥 깊숙한 곳, 폭포를 찾아가기로 했다. 엘 리몬 폭포(Cascada El Limón)이다.


#2


광활하게 비워진 아름다운 비치의 바다와 하늘이 마음을 벅찰 만큼 충만하게 하면서도 파도가 방금 지난 발자국조차 지우는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자 하는 사람의 노력들이 숭엄한 시간 앞에서 모두 부질없는 일임을 확인시켜주는 스승의 죽비를 맞는 곳이었다면 산은 영혼에게 말을 걸어오는 곳이다.


노거수가 살아남은 긴 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투쟁의 노력들이 새겨진 몸을 보여주었다. 키가 커갈수록 허리케인에 맞서기위해 스스로를 변형시킨 둥치, 안전과 물과 영양을 찾아 길게 뻗어 나간 뿌리가 '너는 이렇게라도 하며 비명을 참아봤어?'라고 묻는다. '우리는 숲이라는 전장에서 한순간도 나 자신을 포기하려고 한 적이 없어. 하니 살아남기 위한 모든 노력들은 존중받아야 해!'라고 말했다.


숲을 걸어어 폭포에 당도하는 시간은 발길을 멈추는 시간들의 합이었다. 멈추는 시간은 영혼이 치유받는 시간이었다. 꽃과 열매, 새의 사랑과 대화, 물 위에 쓰러진 나무들, 우리를 따라오는 동물들, 나무의 몸매를 경이롭게 드러내주는 빛살, 볼을 스치는 바람들이 우리를 수시로 멈추어 서게 했다.


깊고 깊은 계곡을 내려간 다음 할머니 나무가 허리를 굽혀 만든 아치를 지나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3


엘 리몬 폭포는 엘 리몬 마을에서 출발해 큰 내를 따라 열대우림 숲속으로 난 2km가 조금 넘는 트레킹 코스를 따라가면 되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다. 사람들은 주로 입구에서 말을 빌려 마부를 길잡이로 삼는다.


50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넓은 소를 이룬다. 사람들은 이곳을 자연 수영장으로 삼아 몸을 담그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사마나의 비치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물줄기가 내는 소리로 일행과의 대화가 어렵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좀더 현명하다. 속을 알 수 없는 청록빛 물속으로 천천히 몸을 넣으면 차가움도 잠시, 폭포의 벽과 물이 나를 감싸는 자연의 프리허그에 들뜬 격정은 가라앉고 안심과 고요가 찾아온다.


폭포를 등지고 앞쪽의 먼 산을 바라보면 숲의 어머니가 말한다.


"네 걸음을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라!"


어머니는 내 삶의 대부분이 뜀박질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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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몬폭포 #열대우림 #숲 #사마나 #도미니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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