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37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사마나(Samaná)에서의 열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생각만 해도 마음을 들뜨게 했던 직장인의 여름휴가 같은 시간이었다.
젊은 시절 카리브해 여러 나라 5성급 호텔의 호텔리어로 그의 커리어 대부분을 보낸 리처드가 '마침내 발견한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마나에서...
사마나에서의 시간 중 7할은 해변에서의 시간이었다. 사마나와 그 인근 지역의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해변이 수십 개다. 우열을 가를 수 없으니 모두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이곳저곳에 붙였지 싶다.
적어도 수십만 원을 내야 예약이 가능한 세계의 유명 올인클루시브 호텔의 전용 해변보다 훨씬 크고 멋진 해변을 무료로 누릴 수 있는 있는 시간이었다.
Cayo Levantado의 해변은 사마나에서 불과 배로 15분 정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의 해변에 맨발을 디디는 순간 마치 갑자기 백만장자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맑고 투명한 청록색 바다와 순백의 고운 모래사장, 흔들리는 야자수의 이미지에 내가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은 마치 이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현실이 된 기분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카리브해의 전형적인 열대 환경의 환상을 누릴 수 있다.
Las Galeras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멋진 해변이 연이어 있다. 이 마을에 가려면 사마나 시에서 구아구아(Guagua : 대중교통용 버스로 승합차 정도의 크기. 대부분 낡아서 문이 제대로 작동하는 차가 드물긴 하지만 문이 온전하더라도 보통 문을 열고 운행)를 타고 30여 km를 가야 한다. 마을 사람들을 내리고 태우느라 한 시간은 너머 걸린다. 버스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해변이다. 심호흡을 해야 한다. 흰모래와 인디고 색상의 바다가 숨을 멎게 하기에 딱 좋다. 라스 갈레라스 비치(Bahía de Las Galeras)이다.
보헤미안 여행자들은 이 마을에 기한 없이 머물며 각기 다른 해변에서의 게으름을 즐긴다. 플라야 프론톤(Playa Frontón) 처럼 작은 보트로만 접근 가능한 해변부터, 배 혹은 차로도 접근 가능한 플라야 린콘(Playa Rincón) 사이에는 플라야 마다마(Playa Madama), 플라야 아세라데로(Playa Aserradero), 플라야 에스콘디다(Playa Escondida), 플라야 엘 에르미타뇨(Playa el Hermitaño), 플라야 브레만(Playa Breman) 등이 이어진다. 이 해변을 충분히 누리려면 몇 달로 도 부족할 듯...
Playa El Valle는 사마나에서 가까운 편이지만 대중교통편이 없고 길이 좋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해변이다. 사람들의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만큼 더욱 깨끗하고 한가한 비치에서 왼쪽에는 강의 민물 수영과 른 쪽의 바위를 두른 풍광의 절경을 두루 누릴 수 있는 해변. 우리는 모토꼰쵸(Motoconcho, 모토탁시 Mototaxi 라고도 하는 오토바이를 이용해 승객을 태우는 택시 영업으로 모든 도시에서 가장 보편화된 저렴한 교통수단)를 활용해서 다녀올 수 있었다.
Las Terrenas에도 Las Galeras 만큼이나 해변이 많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이주한 외국인들이 많은 다문화 분위기로 프랑스식 베이커리, 이탈리안 피자, 지중해식 해산물 요리 등의 미식도 발달한 도시로 고급 리조트부터 부티크 호텔, 에어비앤비까지 다양한 숙소 옵션이 있다. 플라야 라스 바예나스(Playa Las Ballenas), 플라야 보니타(Playa Bonita), 플라야 코손(Playa Cosón) 등의 해변이 이어진다.
백사장에서의 휴식과 수영 외에도 해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수십 가지. 스노클링, 다이빙, 카약이나 패들보드, 보트 투어 외에도 관심사에 따라 여러 개의 해변을 이어서 걷는 하이킹과 생태 관찰 등 개성을 발휘하면 개별화된 취향을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다.
엘 바예(El Valle)의 바닷가에서 그물을 걷고 배를 백사장으로 올린 뒤 도미노 게임을 즐기는 어부들의 한낮 풍경에 합류했다. 그들과의 시간 속에서 20여 년 전 유행했던 유머집 속의 풍자가 생각났다.
"맨해튼 월가의 나스닥 상장 전문가가 고즈넉한 카리브해의 한 해안마을로 휴가를 갔다.
그 마을의 한 어부는 늦잠을 즐기고 늦은 오전에 한 시간쯤 바다로 나가 한 바구니의 고기를 잡아왔다. 그것을 돈과 바꾸어 마을의 선술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브런치를 먹고 마을 사람들과 수다와 술을 즐겼다. 그리고 오후 늦은 시간까지 도미노를 즐기고 훈수를 두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미국의 증권전문가가 그 어부에게 충고했다.
"당신은 왜 좀 더 많은 고기를 잡으려고 하지 않는가?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한다면 분명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살 수 있다. 주식 수를 늘려가면서 한 20년 열심히 일한다면 당신은 아마 거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부가 되물었다.
"20년 뒤 부자가 되어서는 무엇을 하지요?"
월가의 금융전문가는 답답한 듯 답했다.
"한적한 바닷가에 집을 사서 늦잠을 즐긴 후 느긋하게 브런치를 먹고 카페로 가서 친구들과 수다와 술과 도미노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