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티미쇼아라
슬픔을 머금은 채 성장을 멈춘 소녀
INTO THE WEST_49 |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루마니아 티미쇼아라Timișoara로 들어가는 양편 길목의 해바라기 밭은 검붉은 모습이었습니다. 고개 숙인 해바라기씨가 더 단단하게 익었다는 표시이며 여름에서 그만큼 멀어지고 있다는 증명이기도 합니다.
구시가지의 중심인 연방광장(Piata Unirii)의 정서쪽 도보 15분 거리의 이비스호텔 주차장에서 차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여장을 풀자마자 도심을 향해 걸었습니다. 도시의 표정이 맑은 오후의 사광아래 입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넓은 녹색공원, 그 공원의 키 큰 나무와 그 너머의 녹색 지붕 티미쇼아라 루마니아 정교회 대성당(Catedrala Ortodoxă)이 다투지 않고 서있습니다.
붐볐던 헝가리 부다페스트로부터 310km, 불과 3시간 30분을 왔을 뿐인데 가을에 성큼 가까워진 느낌보다 더 짙은 변화는 도시의 본가에서 읍내의 외갓집에 온 듯 편안했습니다. 마침내 영혼이 달리는 속도에 뒤쳐지지 않을 것 같은...
대성당은 루마니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성당임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게 보였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연출하는 화려함 대신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검박한 고요로 채워졌습니다. 의자는 물론 강대상조차도 없습니다.
도시는 어디나 걸어서 접근할 수 있을 만한 크기입니다. 연방광장(Piata Unirii)과 자유광장(Piața Libertății)을 중심으로 한 도심에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건물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마치 시간이 멈춘듯합니다. 풍화된 외벽과 훼손된 장식의 건물들은 마치 슬픔을 머금은 채 성장을 멈춘 소녀 같습니다.
아내는 저녁식사로 베지테리언 식당, Biofesh Restaurant vegetarian을 찾아냈습니다. 아보카도 수프와 야채밥, 버섯파스타를 아주 느리게 먹었습니다. 아무도 쫓기기 않아도 되는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호텔로 되돌아오는 밤길, 색소폰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두 할아버님의 연주를 듣기 위해 두 번 멈추었습니다.
빈 액자로 남은 바로크 건물의 도시, 티미쇼아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적당한 간격이 유지되는 관계의 격조가 허락되는 삶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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