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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서점 언니 C가 "조해진 작가님 신간 <무무 씨> 읽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지요. "나리 씨가 읽음 좋아할 것 같아서!"
C는 제가 조해진 작가님을 좋아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요. 수년 전 작가님의 소설 <단순한 진심>을 소개해 준 것도 C였습니다.
올해 1월 문학동네 '독파'에서 호스트로 책을 함께 읽을 때도 제가 고르고 고른 책 중 한 권은 조해진 작가님의 <빛과 멜로디>였습니다.
조해진 작가님의 소설은 언제나 중심이 아닌 변방의 이야기, 대부분이 관심 가지지 않는,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진심>을 읽을 때, 저는 평택의 미군 기지촌에 살았던 이모들과 공연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이모들의 이야기가 소설에 녹아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소설은 이모들을 참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번 소설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역시 변방의 이야기입니다.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 산업재해로 인하여 삶의 흐름이 바뀌어 청소와 수리 일을 하는 사람. 삶의 흉터가 그들을 자꾸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지만 그럼에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드라마, 영화 등 많은 이야기를 읽고 듣고 보지만 저를 정말 두드리는 이야기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참 오랜만에 이야기로 인하여 마음이 많이 요동치는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소설과 사랑에 빠졌지만 ‘나리씨가 읽음 좋아할 것 같아서’의 말 뜻을 책의 마지막, 소설 뒤 작가의 산문집에서 발견했습니다. 조해진 작가님이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소설의 퇴고를 이곳 모티프원에서 했다고 쓰여있었기 때문이지요.
"2025년 6월 25일 마지막 퇴고를 위해, 집을 잠시 떠나왔다. 이곳은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안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모티프원'이다. 마지막 퇴고 작업만큼은 집 아닌 곳에서 하는 건 원고를 보내기 전에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서이다._157페이지"
실제로 6월의 어느 날 작가님과 저는 모티프원 서재에서 만났습니다. 작업을 위해 떠나왔다가 모티프원 서가에서 <빛과 멜로디>를 발견하시곤 용기 내어 본인이 쓴 소설에 인사를 적어두어도 되겠느냐 물어봐 주셔서 저는 놀람과 경희를 한순간에 느꼈었지요.
그때 작가님이 "여기서 퇴고를 했어요." 말해주셔 너무 황홀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그때 퇴고하였던 책이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창작과 예술을 업으로 삼으며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다른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크답니다. 질문의 바다가 사회와 만나 이렇듯 아름다움 창작물을 완성해가는 사람들.
모티프원 옆 새로운 공간 프레농을 오픈한 것도 창작자들과의 교류를 더 깊게 맺고 그들이 헤엄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세상에 유일한, 일회성의 삶을 사는 숙명 속에서 누군가가 모티프원과 프레농에서 삶이라는 작품을 써 내려가고 더 창의적인 삶을 위한 아이디어를 캐어 올리는 일들은 언제나 저의 최고 기쁨이자 사수해야 할 역할입니다.
작가에게 퇴고의 공간이 되는 일, 예술가들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곁을 내어주어 고맙습니다.
_by 이나리
"늘 오고 싶었던 모티프원에서 원고 한편을 마무리하고 갑니다.
우리는 이미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_2025 여름 조해진"
"‘무무씨’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모티프원의 힘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_2025. 10. 고요서사에서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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