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412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유덥(UW 워싱턴대학교)의 오래된 학부생 기숙사인 Hansee Hall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없다. Collegiate Gothic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권위와 전통이 느껴지는 모습이 발길을 멈추게했다.
다시 길로 돌아와 조용한 거리를 걸었다. 시간을 머금은 건축물들과 어우러진 거대한 나무가 우거진 이 거리의 이름은 Klickitat Lane. 이 이름은 이 땅의 원주인인 Klickitat 부족이름이다. 길 이름을 통해서라도 이땅에 살았던 이들을 기억할 수 있음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의 기억을 캠퍼스 내 도로와 건물 이름에 지역 원주민 언어 또는 지명을 사
를 따라내려가면 드라마스쿨(School of Drama)인 Hutchinson Hall이다. 연극을 전공하고 그길을 가고 있는 첫째딸의 긴 분투들이 생각났다. 노랗게 물든 단풍앞에 아내를 세워서 사진을 찍었다.
그 맞은편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PACCAR Hall 발코니에서 결혼식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Foster School of Business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일까?
이 캠퍼스의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인문학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이 있는 Denny Hall이다. 1895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130세가 된 셈이다. 우리는 Denny Yard 코너에서 홀로 붉은 잎을 떨구어 놓은 단풍나무에서 떠날 수 없었다.
봄철 벚꽃으로 사람들의 숨을 멎게 한다는 쿼드(The Quad)가 지척이지만 이미 가을에 숨이 막혀서 한발도 떼어놀 수가 없다.
#2
우리가 묵는 숙소는 유덥 캠퍼스 북쪽 경계선에 해당하는 NE 45th St 건너서이다. Hansee Hall과 성당을 두고 마주 보고 있으니 우리집의 정원이 유덥의 캠퍼스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원만 이렇게 크고 멋진 것은 아니다. 유덥의 학생들이 주로인, 우리 형편에 딱 맞는 렌탈 스튜디오는 독립적이며 캠퍼스의 가을만큼이나 적막할 정도로 고요하다. 공용주방까지 있어서 식대 걱정까지 하지않아도 되는 이곳을 아내와 나는 한국으로 되돌아가 영주하는 집을 다시 구하더라도 이런 단칸방 하나면 충분하다고 마음을 맞추었다.
책상 2개, 옷장 하나, 냉장고에 침대가 모두인 방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 지은 오두막만한 넓이이지만 이 보다 더 넓다는 그것은 삶의 에센스에 집중을 방해하는 사치일 뿐이지 싶다.
이런 정주하기 좋은 곳이 우리의 거처가 된 것은 2년전 LA에서 조이스 선생님께서 놓아주신 징검다리로 할리우드 보울의임윤찬 공연을 함께 본 인연이었다.
"시애틀도 한 번 오셔야지요."
저희가 밴쿠버에 있다는 사실을 안 시애들의 어르신께서 메시지를 주셨다. 임윤찬 공연을 초대해주셨던 유혜자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의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
차를 가지고 마중을 오시겠다는 말씀을 가까스로 만류하고 선생님께서 마련해놓으신 방에 도착하고 안도한다음 냉장고 문을 여니 1주일을 더 먹어도 남을 갖가지 식품으로 가득했다.
"이 이불도 유선생님께서 준비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정성에 감읍하신 스튜디오의 대표님께서는 원래 입주자가 준비해야할 개인 주방도구까지 갖추어주셨다.
끝없이 겹치고 연결되는 관계망속에서 얽매임 없는 무애(無礙)를 시애틀에서 확인하게됩니다.
#시애틀 #UW #무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