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기 순간에 떠난 파리

Ray & Monica's [en route]_447

by motif

희망, 우연히 또는 필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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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에드먼즈(Edmonds)의 다운타운은 메인 스트리트와 5번가 사우스가 만나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한 두어 블록 정도이다. 에드먼즈 도서관에서 퓨젯 사운드 (Puget Sound)의 해안가를 향해 걷다 보면 놓칠 수가 없다.


일요일의 오후였지만 길에서 사람을 비끼는 일이 드물 정도로 한가했다.


사람들은 카페와 크럼펫(Crumpet)가게와 태번(Tavern)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갤러리와 아트 스튜디오가 있었지만 문을 닫았다.


사거리 인근 시청 앞 아담한 지역역사박물관(Edmonds Historical Museum)도 문을 닫았다. 목·금·토일만 3시간 정도 문을 연다고했다. 외부의 설명은 이 도시가 초기 정착민들이 전나무와 서부적삼나무(western red cedar) 숲이었던 이곳에 제재소를 세움으로서 시작되었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름다운 벽돌건물의 이 박물관은 애초에 위층에는 도서관이, 아래층에는 시청, 의회, 지하에는 감옥이 함께 있었단다.


극장옆에서 문을 연 골동품 가게, Alexander's Bazaar에 발을 들였다. 각나라에서 온 다양한 조각품과 비즈들이 가득했다. 사장은 45년전 이란에서 이민온뒤 같은 자리에서 40년 이상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않습니다. 캐나다에서 더 이상 사람들이 오지않아요."


나란히 있는 선물가게, The Curious Nest의 주인은 따님이라고 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 그림의 대부분은 그녀의 작품이었고 지역 몇몇작가들이 만든 창의적인 공예품들이었다.


#2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Cascadia Art Museum이었다. 워터프런트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퍼시픽 노스웨스트 지역 미술을 주로한 큐레이션으로 탄탄한 지역미술관으로 평가받는 곳이었다.


우리는 나머지 모든 시간을 이 미술관에 할애했다. 노르웨이계 미국인 초현실주의, 추상화가인 Elsa Thoresen 회고전, 'Objects of the Elements: The Art of Elsa Thoresen'이었다.


'표류목(driftwood 해변이나 강변에 떠밀려 온 나무 조각)를 회화로 표현한 작가였다. 알 수 없는 시간동안 해류에 휩쓸리고 파도에 떠밀려 표면이 모두 깎인 채 마침내 해변에 안착한 나무 조각. 그녀의 그림은 앙상하거나 매끈하거나 구멍난 그 나무조각에 계속 질문을 던지며 얻은 답같았다. 그 답은 캔버스 위에서 또다시 알 수 없는 추상 지형으로 표현된 모습이 우리의 상황과도 같아보였다. 그저 표류할 뿐...


#3


미술관을 나오자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에드먼즈 페리 선착장(Edmonds Ferry Dock)으로 향했다. 퓨젯사운드의 밤바다위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것은 표류목처럼 해류에 휩쓸려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지 싶다.


Kingston행 페리 승선표를 끊고 승강장으로 갔을 때 바다는 푸른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어있었다. 검은 바다을 등지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상냥하고 친절했지만 마음은 불안정해보였다. 술탓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의 짧은 대화가 끝났을 때 술탓이 아님을 알았다.


그녀는 1년만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3시간뒤에 다시 집을 나올 생각이라고 했다. 삶의 위기 순간에 그녀는 우연히 프랑스로 떠났다.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직후였다.


"내 삶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던 시기였어요. 30년 남편과의 관계가 끝났을 때 그냥 뭔가 하고 싶었어요. 그 때 내 여동생과 그녀의 약혼자가 프랑스에 간다고 했어요. 저도 같은 비행기에 타고 싶다고 했죠. 그렇게 된거에요.


그들이 어제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했어요. 그래서 전 파리에서 돌아온거에요. 다시 파리로 돌아갈거에요. 그냥 그곳이 좋아요. 그들이 사는 방식이 너무 좋고... 전 30년 동안 이곳 퓨젯 사운드를 떠나 본적이 없어요. 갑자기 파리로 간거에요. 미쳤죠. 완전 미친 일이었지만, 해냈어요.


도둑질이 많다고들 했지만 제겐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요. 놀라웠어요.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파티도 좋고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곳이에요. 아주 고귀한 곳이에요.


당신께 제 얘기를 털어놓다보니 생각났어요. 1년전 떠날 때는 빈손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뭔가 가져온 게 있어요. '희망'이에요. 우연히 떠난게 아니라 필연이었든거예요. 제게 또 다른 삶의 기회가 올지도요. 당신과 허그하고 싶어요."


Erin은 허그를 좀처럼 풀지않았다. 그것은 지난 1년간 표류목으로 살아온 자신이 또다른 자신을 해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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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몬즈 #퓨젯사운드 #킹스턴 #밤바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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