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시간 앞에서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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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호스텔에서는 오늘도 여행객이 떠나고, 또 도착했다.

떠난 이는 미국 콜로라도에서 온 부자(父子)였다.

"아버지와의 7일 여행이에요. 제가 독립하고 나니 부모님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거의 없더라고요. 어머니도 함께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어머니는 늘 청결 타령을 하시죠. 그래서 럭셔리 호텔만 고집하세요. 하지만 아버지와 전 빈민굴 같은 숙소도 개의치 않거든요."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하는 걸 즐기는 아들은 많지 않던데요."

"그렇긴 하죠.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우리도 서로 좀 지겨워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단 이틀 남았어요."


새로 도착한 분은 프랑스 생테티엔(Saint-Étienne)에서 온 73세의 어르신이었다. 두 달 넘게 멕시코를 홀로 여행 중이라고 했다.

"가족과의 여행이요? 그건 불가능해요. 나는 시간이 많고 아이들은 할 일이 많아요. 나는 혼자 다니는 자유에 행복하고, 그들은 내가 즐겁게 여행 중이라는 소식에 행복해합니다."

"오늘도 나가실 건가요?"

"물론이죠. 혼자일 때 내 인생을 즐겨야지요."

"무엇을 하실 예정인가요?"

"나도 몰라요. 길거리의 냄새를 맡고, 낯선 것을 보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을 거예요. 공원 벤치 옆 나무도 만져보고, 물론 혀가 기뻐할 음식도 맛볼 겁니다. 그러다 길을 잃으면, 물어물어 다시 여기로 돌아오면 되지요."


어제 홀로 도착한 어르신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신 분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겨웠는지 계단참에서 숨을 고르고 계셨다.

"지금 몬트리올의 체감온도는 영하 15도쯤 될 겁니다. 바람이 불고 눈도 내리고 있을 거예요. 비로 바뀌려면 4월 말은 되어야 해요. 그래서 두어 달 더 푸에르토에스콘디도(Puerto Escondido)의 해변과 이곳저곳을 오가며 멕시코에 머물 거예요. 당신은 어디서 오셨나요?"

"한국에서요."

"오, 어제저녁에도 한국에서 온 여성분을 만났어요. 오악사카가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인가 봐요."

"아마, 그 부인은 제 아내일 겁니다."

"오!"

"당신은 독신이신가요?"

"거의... 사실상 제 인생 대부분의 시간에서 그랬죠. 전 그 방식이 좋았어요."


코워킹룸에는 알래스카에서 출발해 이곳에 도착한 자전거 한 대가 벽에 기대어 휴식하고 있다. 주인은 40대 중반의 은퇴자이다.

"일찍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름 잘해왔어요. 그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프리랜서였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힘겨워지더군요. 조금 더 버틸 수는 있었겠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하더라고요. 버티는 대신 달리는 삶을 택했습니다. 남미의 끝, 우수아이아까지 가보려고요."


복도 칠판 모서리에 적힌 구절이 오늘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Dicenlas estrellas que los fugaces somos nosotros."

별들이 말하네, 덧없는 것은 바로 우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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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오악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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