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틀라, 죽은 자의 세계로 영원한 삶을 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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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Pablo Villa de Mit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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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마을 이름 속 정복과 피정복의 무늬

오악사카에서 동쪽으로 45km쯤 가면 '산 파블로 비야 데 미틀라(San Pablo Villa de Mitla)'라는 평화로운 마을이 있다. 마을 이름을 직역하면 San Pablo는 스페인어로 '성 바오로 (St. Paul)'를 뜻하므로 '미틀라의 성 바오로 마을'쯤 된다.

원래 'Mitla'라는 마을이 있었지만 스페인 가톨릭 선교사들이 1544년 이 마을에 'San Pablo 성당(Iglesia de San Pablo)'를 짓고 성인 이름을 붙여 기독교화한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을의 원래 성격을 알기 위해서는 원주민 이름, 'Mitl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틀라 마을은 자포텍(Zapotec) 부족의 종교 중심지로, 몬테 알반(Monte Albán) 쇠퇴 후인 '후기 고전기(late classic period : 메소아메리카 고고학에서 약 AD 500~900년 경을 일컬음)의 정착지로 발전했다. 그 당시 원래 자포텍어 이름은 '리오바(Lyobáa)'로 '안식의 장소', 또는 '죽은 자의 장소'라는 의미로 이 도시가 종교적·영적 의식의 중심지로 사후 세계와 관련된 성스러운 공간이었음을 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자포텍(Zapotec) 부족이 쇠락하면서 후기에 미스텍부족이 이 지역을 지배했고 이 두 부족이 함께 중앙 멕시코의 거대 세력인 아즈텍에 병합되면서 '리오바'는 그들의 언어인 나우아틀어로 '죽은 자의 세계'를 의미하는 'Mitla'로 바뀌었다. 아즈텍이 스페인에 정복되므로써 그 이름은 다시 오늘날의 'San Pablo Villa de Mitla'가 된 것이다. 마을 이름 속에 정복과 피정복의 무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남아있다.


#2 마법 마을


지난 토요일(3월 7일), 미틀라 마을을 방문했다. 모토택시(mototaxi : 오토바이를 개조해 손님을 태우는 농촌이나 소도시의 삼륜 교통수단. 태국, 인도 등지에서는 Tuk tuk 으로 불림)가 오악사카 시내에서 온 손님들을 마을 곳곳으로 실어 날랐다.

마을의 중앙 시청 광장 앞에서 합승택시(Colectivo Taxi : 오악사카의 독특한 교통 문화로 일반 택시와 달리 같은 목적지의 여러 승객이 함께 타고 이동하는 방식으로 출발지와 목적지가 정해진 노선 기반 택시로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5명의 승객을 태운다. 승객이 모이면 출발하고 요금은 택시보다 현격하게 싸고 버스보다 조금 비싸지만 시간은 훨씬 절약된다. 오악사카 시내에서 미틀라까지 45km 거리에 요금은 1인당 50페소. 한화 약 4천200원)를 내려서 마을 주변을 걸었다.

이 마을은 메스칼 생산과 직물과 자수품을 만드는 전통 수공예, 자포텍 축제 등 전통과 예술이 마을의 일상인 '마법 마을(Pueblos Mágicos : 2001년 멕시코 관광부(Secretaría de Turismo)가 도입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로 특별한 역사·문화·자연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국가가 지정한 관광지로, 현재 전국에 180여 곳이 있으며 매년 추가 혹은 변경된다. 미틀라(Mitla) 역시 그중 하나)이다.

소박한 시청과 광장, 시장을 둘러싼 마을의 건축물들은 자포텍·믹스텍 문화에 스페인 식민지 시대 건축 양식이 결합한 소박한 흙벽돌(adobe)과 기와지붕을 사용한 전통 가옥이 공동체를 이룬다.

우리는 시장 옆 좌판에서 타말(Tamal : 옥수숫가루를 바나나 잎에 싸서 찐 전통 음식) 2개와 아톨레(Atole : 옥수숫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풀어 끓여 만든 따뜻한 멕시코 전통 음료) 요기를 한 다음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미틀라 유적지로 가기 위해 모토택시를 탔다. 걸어서 갈만한 거리였지만 이 마을에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주는 앙증맞은 모토택시(기본요금 20페소, 원화 약 1,720원)도 타보고 싶기도 했지만 한낮의 땡볕 아래에서 넓은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 체력을 아껴두고 싶었다.


#3 기하학적 무늬 장식, 그레카스(Grecas)


미틀라가 마법 마을로서 지정된 것도, 마법 마을로 계속 주목을 맏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Mitla 고고학 유적, 모자이크 장식, 선사 동굴 등의 역사유산들이 제일 큰 요소이다.

서기 750년경 몬테 알반이 버려진 후, 미틀라는 스페인 정복 이전까지 중앙 계곡 자포텍족의 정치적, 종교적 권력이 집중된 도시였으며 현재도 몬테 알반과 함께 가장 중요한 유적지이다.

처음 자포텍인들이 건설했지만 나중에 믹스텍인들이 점유하고 그들의 양식을 융합한 것이 세계 유일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프리즈(frieze : 벽이나 기둥 위쪽에 수평으로 둘러쳐진 장식 띠로 주로 조각, 부조, 회화로 장식된다)로 남았다. 특히 미틀라 유적에서 볼 수 있는 연속적인 기하학적 무늬 장식을 그레카스(Grecas)라고 하는데 초기 유럽 답사자들이 그리스 문양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미틀라의 그레카스는 벽 전체를 덮는 14종의 기하학 패턴(지그재그, 십자, 나선 등)은 모르타르 없이 정밀 끼워 맞춤으로 제작되어 빛에 따라 입체적 그림자를 만든다. 조각 대신 모자이크 기술로, 우주 질서·지하세계·생명 순환을 표현한 이 그레카스는 메소아메리카에서 유일한 방식으로 직물의 문양과도 닮았다.

이 창의적인 미틀라 크레카스 패턴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건축·패션·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응용되고 있다.

이렇게 자포텍인들과 믹스텍인들의 디자인과 양식은 지하세계에 묻히는 대신 여전히 재해석이 계속되면서 살아남았다.


#4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는 방법


이 유적군의 가운데 들어선 것이 '산 파블로 빌라 데 미틀라 가톨릭 성당(Templo Católico de San Pablo Villa de Mitla)'이다.

코르테스가 푸에블라 Cholula의 원주민 학살 후 세계 최대 피라미드(기원전 300년)의 정상 신전을 파괴하고 '치유의 성모 성당 (Santuario de la Virgen de los Remedios)'을 세운 것처럼 스페인 선교사들은 그들 눈에 원주민의 이교도 사원인 자포텍 태양신 제단 위에 가톨릭 성전을 세움으로써 종교적·심리적 정복을 꾀했다.

16세기(1544년경) 도미니코회에 의해 지어진 이 성당의 자재는 파괴된 유적의 잔해들이었으며 그 주변은 사제관이 들어서고 교회 부지로 편입됨으로써 성당이 거대한 미틀라 유적을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아름다운 그레카스들은 교회 벽의 자재가 되었다. 전국 각지 유적이 교회의 것이 되어버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1859년 베니토 후아레스 대통령은 '개혁법(Las Leyes de Reforma : 1855년부터 1863년 사이 멕시코에서 제정된 일련의 법률로, 핵심 목적은 교회와 국가를 분리하고 성직자와 군대의 특권을 폐지하며, 국가의 정치·사회 구조를 근대화하는 것이었다. 이 법들은 멕시코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고, 개혁 전쟁을 촉발했으며, 멕시코의 세속 국가(Estado laico : 국가가 특정 종교와 결합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종교와 정치·행정을 분리하는 체제) 기초를 마련했다.)'의 하나인 '교회 재산 국유화 법'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토지·건물 등 모든 재산을 국가로 환수했다. San Pablo 성당은 이 법에 따라 순수하게 종교적 기능을 가진 성당 건물외에는 국가로 귀속되었다.

우리가 유적의 아름다움과 사연들을 살피는 동안 한 그룹의 유럽인들이 들이닥쳤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온 20명의 여행단이었다. 그들은 연신 크레카스 패턴을 사진 찍으며 자포텍·믹스텍인들의 미감에 탄복했다.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통과의례로 인식했던 이들은 죽은 자의 세계를 건설하고 이곳을 사후세계와 연결된 성스러운 장소로 규정했다. 무덤 벽면의 그레카스 패턴은 화산석을 날카로운 흑요석(Obsidian)으로 잘라 돌끼리 문질러 표면을 매끈하게 하고, 모서리를 정확히 맞추어 빈틈없는 맞춤을 완성했다. 자포테크 장인들의 크레카스 패턴을 고고학적 해석에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죽은 자가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하는 문양이면서 삶과 죽음의 순환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반복과 순환의 상징체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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