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7
지난 7월 7일, 아들이 귀국하기 전에 'Hollywood Beverly Hills Tours'에 함께했다. 헐리우드 힐스(Hollywood Hills)와 비벌리힐스
(Beverly Hills)의 골목들을 돌면서 그곳의 갖은 사연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서만 보아온 성공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거물들이 꿈을 이룬 뒤의 삶의 전면과 이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헐리우드대로(Hollywood Blvd)에서 노스하이랜드애브뉴(N Highland Ave)를 거처 헐리우드 힐스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심한 정체를 겪었다. 가이드가 말했다.
"이곳의 여름은 늘 이렇습니다. 저것 좀 보세요. 헐리우드프리웨이로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꼬여서 움직이질 않잖아요. 수십 년째 이렇습니다. 저기 언덕위의 헐리우드 보울 때문입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할리우드 갑부들에게 엄청난 세금을 걷지만 그 돈을 이곳 도로를 개선하는 데는 전혀 쓰지를 않아요. 도대체 그 돈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가이드 아주머니의 볼멘소리에 나의 관심은 정체에서 할리우드 보울로 옮겨갔다.
할리우드 보울(Hollywood Bowl)은 할리우드 힐스에 위치한 17,500석 규모의 미국 최대 야외극장으로 1922년 개장한 이래 전설적인 공연예술가들이 이 무대에 섰고 지금은 이 무대에 올라야 비로소 거물이 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무대다. 제임스 테일러의 말처럼...
"When you play the Hollywood Bowl, you have a feeling...that you are playing in a major place...a feeling of having arrived.(할리우드 보울에서 공연을 할 때, 주요 장소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비로소 목표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_James Taylor(제임스 테일러)
할리우드 보울의 하이라이트는 6월부터 9월까지 열리는 연례 여름 콘서트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클래식 콘서트,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선보이는 공연으로 가이드가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이 시리즈 때문이다.
할리우드 보울만의 고유한 전통 하나는 피크닉이다. 관람객들이 공연전과 공연 중에 즐길 음식과 음료가 담긴 피크닉 바구니를 가져와 콘서트와 더불어 일행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는 것이다. 이 전통에 따라 보통 예정된 공연 시작 약 2시간 전에 문을 개방한다. 콘서트 관람객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도착하여 피크닉 등 공연 전 활동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할리우드 보울은 라이브 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band shell(반원형 무대) 디자인의 아이콘이 되었다. LA Phil(Los Angeles Philharmonic)이 재정적 위기에 빠졌을 때 관객수용능력과 동원능력에 탁월한 할리우드 보울이 큰 도움이 되었다.
헐리우드 가이드의 비판적인 한마디가 오히려 LA를 떠나기 전에 이 헐리우드 보울에서의 공연관람을 열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름 콘서트 시리즈의 공연들은 이미 표가 매진된 상황이므로 이번 여름시즌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조이스 선생님이 물었다. "임윤찬 공연갈래요?" 2022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단번에 두각을 나타낸 임윤찬의 할리우드 보울 공연이었다.
"시각과 공연예술에 심취하신 두 분께서 시애틀에서 오세요. 두 장 여분의 티켓을 내게 건네겠답니다."
이렇게 이번 시즌에는 불가능했던 꿈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시애틀에서 이 공연 관람을 위해 오신 두 분은 유혜자ᐧ모니카선생님. 열정의 예술애호가께서는 공연 이틀 전에 LA에 당도하셔서 헐리우드 보울 인근 호텔에 묵으시면서 공연을 기다렸다.
우리는 조이스선생님의 안내로 이미 하루 전날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로스엔젤레스뮤지움)'와 'Norton Simon Museum'을 즐긴 터였다.
8시 공연 시간의 2시간 전인 6시 게이트오픈에 앞서 도착해 20여 분을 기다렸다가 오픈되자마자 보안검사를 마치고 바로 입장했다.
긴 줄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피크닉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대부분은 한인교포분들로 대학동문들이 함께 표를 구입하고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동문을 대면하는 기쁨과 출중한 한인 피아니스트를 응원하는 축제 같은 시간으로 승화했다.
친교만으로 2시간의 피크닉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17,500석이 모두 차고 비로소 공연이 시작되었다.
2022년에 진행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결승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이 영상(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을 ‘The Cliburn’의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신성하다'라고 하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연미복에 당당한 걸음걸이로 이미 관중의 마음을 몰입케 한 이는 성시연 지휘자. 콩쿠르 연주에서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지휘한 마린 올솝(Marin Alsop)과의 완벽한 조화였다.
마침내 임윤찬이 나와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어떤 감정을 안길까 궁금했다.
이번에도 여성 지휘자와 LA Phil와의 협연은 헐리우드 볼을 기쁨의 용광로로 만들었다.
큰 야외공연장의 특성상 음이 완전할 수 없었지만 한 여름밤, 할리우드 언덕에서 임윤찬의 라이브라는 사실만으로도 시종 전율이었다.
우주로 열린 공연장에서 자연과 인간과 신의 대리인으로 여겨지는 천재연주자의 음악이 이렇게 멋진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니... 모험은 늘 예기치 않은 감격을 선사한다. 교교한 달빛 같은 어루만짐과 폭발하는 환희. 그의 연주를 따라가면서 5개월 전 한국을 떠나 유랑하는 자에게 임윤찬은 상상 속에 없었던 감격이었다.
유혜자ᐧ모니카ᐧ조이스 그리고 헐리우드 보울. 이 인연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루가, 한순간이 삶의 퍼즐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 순간엔 느낄 수가 없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 퍼즐 조각들이 모여지고 합쳐져서 하나의 완전한 그림이 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 일이 왜 생겼는지를 당장은 알 수가 없지만 내일, 혹은 한 달 후, 아니면 더 먼 훗날에 그 기억 저편의 편린을 떠 올리며 신의 섭리에 전율을 하게 됩니다."
조이스 선생님의 말씀이 우리가 오늘 할리우드 보울에서 함께한 프리퀄(Prequel)인 셈입니다.
#세계일주 #미국 #LA #임윤찬 #성시연 #LAphil #할리우드볼 #모티프원 #인생학교 #헤이리예술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