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_80 | 내 인생의 우선순위
여행이 주는 큰 가르침은 '소유'에 관한 기준을 명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가방에 넣고 이동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방의 크기와 무게는 고통과 비례한다.
더 경쾌한 걸음걸이를 위해서는 종이 한 장도 줄여야 한다. 그제는 감사한 분에게 전할 엽서를 쓰면서 내가 받은 것을 속지만 바꾸어 재활용했다.
한국을 떠나면서 남겼던 옷을 귀국한 아들을 통해 모두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한국을 떠날 때는 귀국하면 그래도 사계절 때에 맞추어 입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옷걸이를 비우지 않았었다.
한국을 떠난 지 4개월 보름, 그 생각조차도 바뀌었다. 세벌로도 충분한데 구태여 지금 입을 수 없는 옷을 보관해둘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유행이 변해서 더 구식이 되기 전에 지금 입을 수 있는 사람이 그 옷의 주인이 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었다.
아들이 보내온 '기증품 인수증'이 그동안 내가 껴안고 살았던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일깨웠다. 비로소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옷은 내 몸에 한 벌, 배낭 속에 2벌, 도합 3벌이다. 오늘 다시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소유를 한 칸 뒤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나는 well-being에 한발 더 다가갔다.
20230801
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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