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차원 생활

전향, 작업 흐름 톺아보기

큰 그림 속의 작은 그림

by 모티프레임

3차원 생활에서는 일반 영상 전공자가 3D 그래픽 분야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향을 결심했을 때 첫 번째로 고려했던 사항(실력이 갖추어졌다는 전제하에)은 최종 아웃풋을 1인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였고 그래서 전향을 마음먹게 되었네요.


분야를 막론하고 큰 그림을 이해해야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3D 분야의 맥락은 저한테 다른 나라 얘기였기 때문에 너무 뻔하지만 나름 고생해서(아직도 많이 하고 있지만;;) 얻은 깨달음이니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먼저 실사 영상과 3D 그래픽 분야 중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인 3D 모션 그래픽은 말 그대로 실사를 3D로 구현한다고 아주 단순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작업의 과정은 저마다 특화되고 생략되는 부분들이 존재하는 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D Production Pipeline.png <3D 작업 흐름>


[프리프로덕션]


프리프로덕션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스토리보드 과정 이후에 디자인이라고 하는 파트인데 보통 실사 영상의 경우 이 과정에 작품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결정하고 구현하는데 필요한 작업들이 진행됩니다.


- 실사 영상 / 이야기(장르)에 맞는 촬영장소, 미술, 소품, 의상, 분장 등의 요소들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캐스팅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더해집니다. 캐스팅에 따라 작품의 많은 질적 요소들이 결정되기도 하죠.

- 3D 모션그래픽 / 캐스팅을 제외한 많은 요소들이 모니터 화면상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제외하고 비슷합니다. 실사 영상에서는 캐스팅 디렉터가 작품에 맞는 배우를 찾아 헤맨다면 3D에서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잘 표현해 줄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프로덕션]


프로덕션 과정이 가장 차이가 크지 않나 싶은데요. 일대일로 대입하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비교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 레이아웃

실사의 경우 보통 연출 감독과 촬영 감독이 논의해서 결정합니다. 반면 3D는 레이아웃 아티스트가 그 역할(리딩)을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관련 스태프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R&D

작품에 사용할 새로운 기술이나 기법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을 말하는데 프로젝트 예산과 기간에 따라 차이가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실사의 경우 물리적인 구현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의 연계, 시청 조건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진행합니다. 3D 역시 비슷한 개념이지만 프로그램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플러그인을 개발한다던지 아니면 조사해서 적용, 테스트해 본 후 진행여부를 결정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모델링

실사의 경우 미리 헌팅해 둔 로케이션, 미술, 소품, 배우 등의 요소로 모델링이라는 개념이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어떨까 합니다. 3D의 경우 실사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3D로 외형을 구현합니다. 캐릭터, 배경, 소품등은 분야별로 특화된 모델러 분들이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 텍스처링

모델링 된 에셋들의 외부에 다양한 색상 및 재질을 입혀 질감을 표현하는 작업인 텍스처링은 실사에 비유한다면 미술과 조명, 의상이 합쳐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오브젝트에는 다 재질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죠. 어떤 조명을 쓰느냐에 따라 질감이 달라지기도 하니까 미술과 조명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보입니다. 3D의 경우는 텍스처, 쉐이딩 파트에서 진행합니다.


- 리깅/셋업, 애니메이션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작업인데 실사의 경우 배우가 연기를 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스턴트맨이 액션연기를 하거나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모든 움직임은 연출 감독의 통제 아래 이루어집니다. 실사는 강도 높은 원테이크 액션 씬의 경우 하루에 촬영 가능한 테이크가 얼마 안 될 수 있는데 3D는 이런 제약이 없다는(그 대신 작업자들이 갈려나가겠지만;;) 장점이 있습니다(?)


저한테는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어렵다고 느끼는데 모션감에 따라 느낌 차이가 크기 때문에 리듬감과 토폴로지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VFX

특수효과를 구현함에 있어 실사에서도 합성을 통해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지만 그래도 실제로 구현한 특수효과와는 아무래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대다수의 관객들은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야 모두 비용과 시간 소요가 크다는 점에서 특수효과는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프로덕션 단계에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 불, 바람, 입자로 표현되는 다양한 효과들은 시각적인 쾌감과 주목성을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3D에서 이를 구현하는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효과를 테스트하고 비교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 컴퓨터가 뻗어버리는 불상사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 라이팅

조명 연출을 통해서 화면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을 물리적으로 하느냐 3D 프로그램 상에서 하느냐에 따른 차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첨언을 한다면 렌더링과 더불어 후반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파트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작업이죠. 실사에서도 조명 자체를 움직여 촬영하는 경우가 있지만 3D에서는 조명 자체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어 연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빛의 광학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파트이기도 합니다.


- 렌더링

지금껏 작업된 모든 것을 결과물로 출력하는 작업입니다. 실사에서는 촬영 파트에서 이것을 담당하는데 해상도, 프레임레이트, 화면비, 코덱 설정 등 최종 결과물의 형태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하죠. 3D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작업을 하는 데 사용하는 렌더링 설정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용도에 맞춰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작업 역시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특히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출력하려면 렌더링을 하는 작업 환경이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출력 데이터가 많을수록 저장 용량과 높은 하드웨어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렌더팜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포스트프로덕션]


사운드를 제외한 기존의 결과물을 합성, 편집, 자막, 컬러그레이딩 등을 포함한 후반작업입니다. 3D의 경우 각자의 파이프라인 소프트웨어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고 보는데 마야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플레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작업흐름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애프터이펙트, 노드기반으로는 누크, 퓨전 등이 많이 사용됩니다. 실사의 경우 프리미어, 파이널컷프로, 아비드사의 미디어 컴포저, 다빈치 리졸브 등이 많이 사용됩니다. 툴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후반작업 파이프라인과의 연결성을 고려해서 작업 툴이 결정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 상업 프로젝트 작업 환경에서는 미세한 차이가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어떤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하게 될지가 중요한 거죠. 현재 어도비 프리미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반작업 시 발견된 문제로 인해 재촬영이 결정되어 추가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도 이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겠죠. 컬러그레이딩 작업의 경우는 작품의 전체적인 톤과 색감을 결정하는 작업으로 전문 컬러리스트 분들이 작업을 합니다. 후반작업의 전체 과정은 결과물의 퀄리티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시사, 수정작업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 전체를 감독하는 슈퍼바이저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다소 거칠지만 실사와 3D의 작업흐름을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복잡하죠? 저는 3D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너무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금도 막막합니다..) 3D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토대로 모든 작업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수학적인 지식도 꽤 필요하고 공간감, 대기공간에 대한 이해, 재질별로 빛 반사 및 굴절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 학습량에 압도되어 허우적거리면서 수많은 강좌를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D 제너럴리스트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작업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느리더라도 탄탄한 기본기 확보가 목표가 되었네요.


저처럼 전향 의사가 없는 분들에게도 앞으로의 포스팅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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