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부 뒤로하고 단 하나의 사실에만 주목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약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주제로 글을 써봐야지 마음만 먹고 계속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글을 쓴다. 역시 선거일이라는 마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선거라는 것은 다수결로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여러 후보 중 한 명을 뽑는 행위다. 지독한 단순화지만 그렇다. 단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집중해야 할 단어는 선택이다.
잠깐, 선택을 정의할 때 다수의 보기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들은 무엇을 버리게 될까? 보통 나와는 너무 다른 것을 최우선적으로 버린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것들을 버린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을 버린다. 나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을 버린다. 나에게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것을 버린다. 나보다 후져 보이는 것을 버린다. 나를 열등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을 버린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버린다. 그리고 단 하나가 남는다.
단 하나 남은 선택지는 바로 나의 모습과 닮아 있거나 욕망하는 것이 담겨있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나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너무나 익숙해서 잘 알지 못했던 나의 진짜 얼굴을 마주칠 소중한 기회다.
아무도 엿볼 수 없는 공간에서 진짜 실체가 나오기 마련이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서는 순간 투표용지는 거울로 바뀌고 우리들은 기표봉을 들고 본인의 얼굴에 빨간 도장을 찍는다. 하지만 기표소를 나오는 바로 그 순간 얼굴에 찍힌 도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