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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30. 2024

직장에서 공감이 필요한 이유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


역지사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자성어이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뜻을 가진 이 사자성어는 사랑하는 연인과의 일상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다. 예를 들어, 한 커플이 1주년 기념일을 맞았다고 해보자. 평소 바쁜 업무 때문에 기념일을 잘 챙기지 못한 남자친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1주년만큼은 잘 챙겨주겠지 내심 기대했던 여자친구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이번만큼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며 화를 잔뜩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 상황에서 여자친구의 토라진 기분을 달래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역지사지의 자세이다(게임을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여자친구를 상상해보라..).



회사 업무로 감정 노동자 분들의 교육 및 코칭 세션을 운영해야 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는 '그동안 강성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공감의 마음 보다는 '회사가 고객들을 케어해달라고 월급을 주는 거니깐 당연히 해야 되는 일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거의 1년 넘게 그분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면서도 이런 나의 관점은 쉬이 바뀌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나의 외부인 같은 관점을 한 번에 변화시켜준 사건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그 사람과 크게 한 번 마찰이 있고 난 후로부터는(시달렸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정말 신기하게도 감정 노동자 분들의 이야기가 깊이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난 역지사지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감정 노동자 분들이 겪는 일을 똑같이 경험하고 나서야 이제야 비로소 그 이야기들이 내 일처럼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머리로는 충분히 역지사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난 왜 공감하지 못했던 걸까?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마침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는 딱 하나다.

공감(Empathy)이 아니라 연민, 동정(Sympathy)를 했기 때문이었다.

위 사진을 보면 공감과 연민, 동정의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 공감 : 네가 느낀 걸 '나도 느껴'

- 연민 : 네가 느낀 걸 '나도 알아'



다시 말해서, Feel과 Know의 차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상대방의 입장을 잘 헤아릴 줄 안다고 생각했고, 공감(Feel)을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머리로만 이해(Know)하고 있던 거였다. 



이건 나한테 엄청난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다.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교육 담당자로서 교육 대상자가 되는 감정 노동자 분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나는 안타깝게도 그분들의 고충을 Know만 하고 있었지, Feel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교육을 기획할 때에도 교육 대상자 분들의 니즈를 100% 해소해줄 수 있는 시원시원한 교육 내용에의 기획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교육 만족도와 피드백은 좋았으나 니즈를 100% 해소하지 못했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다). 



다행히도 이 경험을 한 이후부터는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에 교육 대상자 분들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모두 다 받아적고, 나도 최대한 똑같은 상황에 있어보려고 노력한다. 아니, 단순히 노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분들과 100% 똑같은 상황('거의'도 안 되고, '비슷'해서도 안 된다. 무조건 100%여야만 한다. 그래야 Empathy가 될 수 있다)에 처해보려고 한다. 그 경험을 내가 직접 겪어봐야 그제야 Sympathy가 아닌 Empathy가 시작이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공감이 필요한 이유는 딱 하나다. 직장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AI니, 챗GPT니, 뭐니 해도 결국 일을 최종 마무리하는 건 사람이다. 설령, 본인이 1인 사업자라고 해도, 팀에 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해야 하는 고객사(고객)가 있고, 내 보고를 받아야 하는 상사(대표님)가 있다. 그들의 Pain Points에 공감(Empathy)하지 못하고 연민, 동정(Smpathy)만 하게 된다면 단언컨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머리로만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만 있다면 직접 상대와 같은 상황을 똑같이 경험해보길 감히 추천하고 싶다.



문득, 이 말이 생각난다.





나도 쳐 맞기 전까지는 공감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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