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가정 환경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
사랑하기 전에 ‘진정으로’ 이해하라.
아내와 부부학교 세미나를 듣고 있는 중이다. 결혼 전에는 6개월 전부터 결혼예비학교로 결혼식이 아닌 결혼을 준비했다면, 결혼 후에는 좀 더 성숙한 우리의 관계를 위해, 부모가 될 준비를 하기 위해 부부학교에 참석하고 있는 중이다.
올바른 결혼관, 자아상, 갈등 관리, 왜 이사람을 만나야 했을까(필연), 소통 등 2시간씩 4주에 걸쳐 배우는데 주차가 지나면 지날수록 아내와 나를 더 잘 알아가게 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서로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연애 때도 몰랐던 깊은 내면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자아상’ 파트가 정말 인상 깊었다. 강사님께서 인지행동 심리치료 및 정신분석으로 한 학기 강의해야 되는 분량을 2시간 만에 요약해서 전달하느라고 힘드셨다고 했는데, 가히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혼할 때가 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바로, 상대방의 자라온 가정환경을 보라는 말이다. 사실, 결혼하고 나서도 이 말을 잘 이해를 못했었는데, 오늘의 강의를 듣고서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인간은 ‘자아상’에 따라 ‘자기 신념’을 형성하고, ‘자기 신념’은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많이 듣던 말이 ‘넌 참 소중해’, ‘존재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은 조건이나 결과로 판단 받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은 반면, ‘착하다‘, ’예쁘다‘, ’공부 잘하네‘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은 조건이나 결과에 따라 인정받고 칭찬 받기 때문에 커서도 불안, 강박, 외로움, 위축, 남의 눈치를 보게 되며 그것이 결국 자기 신념(ex. 나는 똑똑하지 않아 -> 똑똑해야 성공할 수 있어 -> 일 중독)으로까지 굳어진다는 얘기였다.
충격적이었던 건, 함께 세미나를 듣던 열 쌍의 부부 중 대부분이 이런 가정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사실이었다(가부장적이었던 부모님 세대 밑에서 자랐기에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건 당연한 거라며 강사님이 애써 위로해줬다).
이렇게 아내와 나를 각각 이해하게 되니 우리 부부가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갈등을 다루고 관리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갈등 지점이 발생하려고 할 때, ‘힘들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미리 적어두어 갈등 상황에서 서로에게 이야기 해주기로 약속했다.
끝으로 강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정말 인상 깊었다.
“부부끼리 사랑하려고 하지 마세요. 공황 장애 옵니다. 상대방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랑하려고 하니까 내가 겉으로만 보는 상대의 모습과 상대의 진짜 모습(내면)의 인지적 차이 때문에 공황 장애가 올 수 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니 사랑하기 전에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자신을 이해하는 깊이만큼 상대를 이해할 수 있으며 깊은 이해에서 사랑이 나오는 겁니다.”
강사님의 마지막 멘트까지 꼼꼼히 메모하며 오늘 참 귀한 강의 들었다고 생각하고 아내랑 오늘 부부학교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아내가 5월 24일부터 적은 <남편 관찰 일지>를 슬그머니 보여줬다.
아아.. 이미, 아내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꼼꼼하게 관찰하고 있었구나.. 삼십 평생 우리 가족도 그동안 전혀 몰랐던 내 화장실 시간까지.. 찐사랑이었다. 난 아내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여보야,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