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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an 26. 2022

결국엔, 자기 발견

최호진 님께서 진행해주신 버킷리스트 워크숍 후기 

버킷리스트? 그거 죽기 전에 쓰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은데, 다 쓰다가 보면 너무 지쳐버릴 것 같아. 


놀랍게도, 버킷리스트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이었다. 

언제나 열정 부자였던 나는 떠오른 것, 하고 싶은 것은 그냥 다 해버리곤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라는 걸 굳이 써볼 필요가 있으려나 싶기도 했다. 


달리기로 자기를 발견하는 글을 자주 썼던 호진님은 사실 본업이 마라토너... 는 아니고 ㅎㅎㅎ 

자기 발견과 실천을 돕는 동기부여가로 활동을 준비 중인 크리에이터다. 

우연한 계기로 서울시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30일 프로젝트의 호스트로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안면을 트게 됐고, 마라톤 모임에서 종종 마주치며 호진님의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즐거웠다. 


인간적인 호진님의 매력은,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아주 단순하게, 
"그러니까, 할 건가, 말 건가?"로 만드는 데 있다.
해야 하는 이유나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결정을 내린 나중에 차곡차곡 만들게 되겠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는 호진님만큼 명쾌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이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면, 어떤 대답이건 '포카리 사이다' 같은 느낌의 의견을 듣게 될 거라는 걸 기대하게 되니까.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써 본다는 것은 처음엔 내키지 않았어도,
호진님의 명료함을 배우고 싶어서 도전해 보기도 했다. 명료함 뒤에 100개의 버킷리스트가 어떤 작용을 하게 될까. "결국엔 자기 발견"이라는 책에서 나오게 되듯, 나는 워크숍 후에 발견할 나에 대해 기대를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워크숍 참여 후 느낀 점과 이후 효과들을 정리해보자면, 


1.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하면, 하고 싶은 일의 장르와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 100개라면 수많은 사람들과 꽤 많은 리스트가 겹칠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워크숍을 함께 하며 나눈 다른 사람들의 리스트와 공통점도,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요가를 놓고서도 
 

ㅁ 요가원 차리기 
 ㅁ 요가 동작 마스터하기 
 ㅁ 요가 하루 1시간 꾸준히 하기 
 ㅁ ~~~(가족, 친구, 지인, 혹은 연예인)와 요가하기 

등등하고 싶은 일의 방향이나 성격이 다르다. 

보통 성격이나 유형별로 리스트의 성격이 비슷하게 패턴화 되는 것 같다.

그리고 호진님은 이러한 패턴을 잡아 리스트를 더 잘 떠올릴 수 있도록, 중간중간 적절한 핵심 카테고리나 질문을 잘 던져준다. 


나 같은 경우는 성취나 업적, 성장 등의 방향으로 리스트가 만들어진 편이었는데, 그래선지 그냥 하고 끝나는 형태의 이벤트성 리스트보다는 도전해서 이루기, 경험 쌓기, 업적 이루기 등등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무엇을 하더라도 전문가 과정, 지도자 과정 등등에 도전하곤 했고, 학위를 모으거나 자격증을 모으는 것도 참 좋아하고, 그걸로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할 만한 래퍼런스를 들어 정보전달이나 코칭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하고 있다. 

=> 자기 발견 1. 나는 성취형 인간이구나. 


2. 우선순위 선정의 패턴을 재정립해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들 중 당장 할 수 있는 것들과 조금 시간이나 자원이 필요한 일들을 정리하다 보니, 의외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다. 예를 들면, "아빠에게 전화 자주 드리기" 등. 


- 사실 당장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했던 것은 일이 어려워서라기보단 마음의 장애물이 있었거나, 용기가 필요하거나, 쉬운 일임에도 어렵다고 확증편향적으로 받아들인 것들이 많았다. 당장 떠올리고서 내키지 않아 제쳐둔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순간의 회피로 미뤄뒀던 일들을 우선순위 정립 패턴을 바꿔 당장 해보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 


- 가령 예를 들면, 나는 혼자 도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00와 함께하고 싶은 일은 많이 망설이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면에 "예쁨 받고 싶다" 혹은 "거부당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두려움은 두려움일 뿐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을 함께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몇 년 전 아빠와 크게 싸운 후 서로 좋아하면서도 데면데면하다)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약속을 바로 잡지는 못했지만, "아빠에게 저녁을 먹자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가 생겼다. 


=> 자기 발견 2. 나는 거부당할 것이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했었구나. 용기를 내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3. 그동안 해왔던 것들, 앞으로 해 나갈 것들에 대한 방향을 정립할 수 있다. 

보통은 내가 적은 리스트들은 밑도 끝도 없이 적은 것들도 많지만, 그동안 내가 해왔고, 좋아했고, 즐겁다고 느낀 것들에 근거해 적혀 있다. 가령, 달리기를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면 '달리기 도전'을 리스트에 쓰게 되겠고, 하프까지 완주 경험이 있는 나는 '손기정 마라톤 풀코스 달리기 완주'라고 리스트에 적어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적으며 그동안 이뤄왔던 것들 중 즐겁고 재밌다고 느꼈던 일들을 떠올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더불어 자기 신뢰가 쑥쑥 끌어올려졌다. 


목표를 적어보는 것과 버킷리스트를 적는 것은 조금 다른데, 목표의 경우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한 과정에서 내가 투자해야 할 에너지를 감안해 적게 되기 때문에 접근이 다소 무거워진다. 쓰면서 해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자기 검열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버킷리스트는 특정한 "이벤트"를 상상하며 적게 되기 때문에, 이뤄낸 결과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가볍고 기분 좋게 쓸 수 있는데, 쓰고 난 효과는 목표를 세운 것과 비슷하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는데 왠지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버킷리스트 버프  


예를 들면, 내 리스트에는 "해외출장 가기(뭘로 든!!)"이라고 쓰여있다. 지금은 해외로 출장을 갈 일이 그다지 없지만, 왠지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난 후 지금 나는 글로벌 체인의 명상원에 다니고 있다(회원으로 다니고 있지만... 어쩌면 스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자기 발견 3. 막연하지만 확실하게 꿈꿀 수 있구나. 왠지 될 것도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나는 버킷리스트를 100개까진 쓰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써놓은 목록을 잊어버렸다(꼼꼼히 체크하며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사실은 없다). 버킷리스트는 버킷리스트일 뿐이지, 할 일 목록이나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에 긍정적인 씨앗을 심었다는 느낌은 분명 있다. 실체 없는 두려움이 해야 할 일을 후순위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성취형이면서도 긍정의 씨앗을 마음에 잘 심은 나는, 앞으로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안다. 버킷리스트는 그저 도구일 뿐, 사실 내게 필요했던 건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많은 걸 해내 왔다는 인정과 감사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참 즐거웠다. 


살면서 남은 시간 동안 즐거움을 챙기는 것은, 나를 소중히 여기는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가치라는 생각을 해 본다. 돈, 사회적 지위, 주변의 시선, 인정, 권위, 안정적인 삶 등등에 가려져 막상 그것들을 이뤄내고 해내는 나를 보지 못했다. 숱한 '할 일 목록'에 나는, 역시 나는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만 해! 하는 막연한 부담감에 휘청거렸다. 버킷리스트는 역할보다는 해내는 나를 발견하게 해 주는 도구다. 물론, 진행자가 이 미묘한 차이를 잘 짚어주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서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무작정 써보기보단 역시, 최호진 님의 <결국은 자기 발견>이라는 책을 읽고서 써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2022년, 1월은 거의 끝나가지만, 아직 한 해는 11개월이나 남았다. 

워크숍을 통해 발견한 나를 잘 이끌고 살아봐야지:)

<결국은 자기 발견> 아직 안 읽어본 사람, 아직 버킷리스트 안 적어본 사람들께,
꽤나 해볼 만하니 한번 시도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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