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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y 01. 2020

4키로를 걸었다.

움직임 일기

기분이 쳐져있었다. 많이 걷고 싶었다. 

저녁 일정의 장소가 딱. 집에서 4키로 떨어져 있는 거리에 있었다.
4키로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잘 걸어가면, 45분정도 걸린다. 적당한 속도로 뛰어가면 30분정도 걸리려나. 


에어팟을 챙기는 것을 깜박했다. 그냥 맨 귀로 걷기로 한다. 

이대앞을 지나, 신촌을 지나, 홍대를 지나, 망원동까지. 다양한 뷰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골목길. 

계획없이 필요한 것들이 동네에 하나하나씩 오랜 시간에 걸쳐 더해지다 보니, 조금은 복잡하기도, 조금은 지저분하기도 한, 그래도 온기를 머금은, 新舊가 공존하는 따뜻한 동네가 됐구나. 


운동화 속 발로 아스팔트 길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깔창과 쿠션의 촉감을 거치는 일이라 감도가 둔탁하다. 그래도 깔창과 쿠션이 더 먼 길을 걷게 해준다. 적당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길이다. 

다리를 놀려 걷다 보니, 한 가지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고마움. 


몇주 전, 연구소에 찾아온 친 동생을 생각한다. 우리는 자주 만나진 못하더라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는 못하더라도, 끈끈하게 이어진 정서적 연결고리가 있다. "가족" 이라는 말이 주는 온기의 디폴트값을 차치하더라도, 뭔가 그와는 서로 주고받는 정서적 지지감이 각별하다. 


놀랍게도 그 와중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소오름. 이래서 난 우주의 파장을 믿는다) 

고마움을 느끼던 찰나에 고마움을 표현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어느새 저녁 미팅 장소에 도착하기도 했다.  

무엇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4키로나 걸어왔다. 

걷는 길 속에 감사와 따뜻함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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