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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y 01. 2020

움직임 일기를 씁니다

움직임일기

오랬동안, 궁금했다. 

"생각이 행동으로 바뀌는 지점,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어떤 생각은 행동으로 연결되지만, 어떤 생각은 영원히 주저앉히거나, 사라져 버리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실행력, 추진력을 동경한다.
무엇이든 많은 것은 미덕이라지만(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있지않은가), '생각' 이 많은 것은 좀 부담스럽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드러난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는 경제학적 논리를 배우면서, '보상' 이 사람의 움직임을 촉진시키는 것일까 생각했다. 많은 경제 정책들은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와 보상을 디자인한다. 의도된 대로 결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결과가 드러나는 경우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경제학은 '해석학' 의 면모도 갖고 있다. 해석은 되는데 예측은 잘 되지 않으니까. 아무튼 보상은 가끔은 움직임을 촉진시킬 수 있지만, 보상만으로는 움직임의 인과를 설명하기 불충분하다. 


취업전선에 나가, 보직을 교육팀으로 배정받았다. 10여년, 사내에서, 혹은 프리랜서로 교육을 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은 다양하기도 했다. 대부분 기업이 요구하는 움직임을 퍼포먼스로 이끄는 데에 연관된 내용들이다. 교육의 전제는 "배우면 행동으로 옮긴다" 에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교육참여와 퍼포먼스 반영은 별개로 보는 것이 더 낫다 싶을 정도로, 배움은 사람의 움직임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내용에 따라, 삶의 지향점에 영향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삶 자체가 달라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이 살짝 움직일 수 있더라도, 행동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요원하다. 어떡하면 행동에 반영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강의를 진행할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교육공학을 석사전공했지만, 여전히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만으로 움직임을 촉진하는 배움에 대한 답을 얻기는 부족했다.




대체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 건가. 실천이나 실행의 원천은 뭘까. 


 의도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삶이 점철되면 사람은 지치고 우울하고 불행해진다. 지금의 삶에 사람의 움직임을 둘러싼 제약은 너무 많다. 의무, 책임, 생계, 규칙과 규정, 사회적 시선, 다양한 평가기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생명력이 있고, 매력이 있다. 질문의 전제를 바꾸기로 한다. 
'움직임의 동기' 가 아닌, '움직임' 그 자체를 보기로 한다.

그러니까, 사람은 어떤 동기가 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나서, 그에 대한 의미를 해석하는게 아닐까. 삶에 움직임이 많은 사람들은 해석할 거리가 많고, 그 해석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담기에 적극적이고 생동감있는 정체성으로 더 많이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반면 삶에 움직임이 적었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삶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에, 용기내기가 어려워 주저하게 되는 것 아닐까. 


스포츠심리학을 하나 더 전공했다. 석사학위가 두 개가 되었다. 움직임 자체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니, 움직임은 확실히 정서와 감정, 정체성 형성,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다. 운동을 삶의 일부로 가져갈 수 밖에 없는, 운동선수는 움직임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 어떤 동기가 있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여야 한다고 느끼면 바로 몸으로 해버린다. 어떤 결과가 나오기까지, 결과가 드러나는 시점에 확신이 없더라도 차곡차곡 물리적 시간을 인내심 있게 쌓아올려야 한다는 것을 안다그렇게 쌓아올렸던 움직임의 시간과, 거둔 성과의 경험이 자존감이 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해야 될 일을 하는 것이 기복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삶의 루틴이라는 것을 안다. 컨디션유지에 대한 자신감 - 자기조절력 - 은 건강한 자존감이 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움직임 그 자체에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서. 움직임으로 하여금 쌓이는 데이터를, 삶의 다른 움직임에 적용하고, 그렇게 얻은 경험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아 정체성과 자존감으로 환원하면서 조금 더 단단한 삶의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움직임 일기를 써보기로 한다. 

사실 '움직임 일기'는 다이어트하며 식단일기를 쓰다가 지쳐, 조금 덜 먹고 줄여 먹으려는 동기보다, 더 움직이고 즐겁게 움직이는 동기를 가져가보자는 생각에 쓰기 시작했었다. 핸드폰 메모장에 틈틈이 쓰다보니,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더 많이 움직이려는 동인이 생기는 것이 신기했었다. 브런치에 적기로 결심한 움직임일기는, 여기에 정체성과 자존감을 더하는, 심리적 움직임까지 넣어 기록한다. 


매일매일. 나는 어떤 움직임을 더 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결심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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