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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Nov 08. 2022

의식적으로 호흡을 크게 쉬며 달리기

다리는 계속 같은 속도로, 호흡은 크게 마시고 내쉬면서

2018년부터 달렸다. 그러니까, 달리기를 꽤 오래 했던 셈이다. 그러나 '제대로' 달린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자세와 기록, 성장을 유념하며 달린 건 내가 처음 달리기 시작한 때로부터 무려 4년이나 지난, 올해 여름부터다.


그동안은 제멋대로 달렸다. 처음엔 대회에 나가 행사장에서 아이템을 득템하는 재미에 달렸다. 기록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느리든 빠르든, 그저 달리기 대회에 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후원사의 부스에 가서 SNS이벤트나 사진인증이벤트에 참여하고 받는 아이템들이 꽤 쏠쏠했다. 대회에서도 걷다 뛰다 했다. 대회가  아닌 일상에서 달리기는 운동 취미 중 하나라서 런린이들의 입문을 도와주는 어플 '런데이' 에 하루 30분 달리기 도장을 찍기 위해 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제멋대로' 달렸던 달리기는 어느새 멋진 이벤트가 아닌 내 스타일이 됐다. 어느 날인가 달리기를 하며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이 꽤 맘에 들었다. 달리는 자세와 포즈들을 연구하다보니, 잘 달리는 자세에 대해서도 언뜻 언뜻 알게 됐다. 가까운 지인이 달리기를 꽤 오래 해왔고, 그로 하여금 러닝 크루에 입문하면서 '예쁘게 달리는' 것이 좋았던 나는 '잘 달리는' 것에 대한 지식을 어깨너머로 접하게 됐다.


올 6월부터 10키로 달리기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10키로를 달리는 데 1시간 10분 전후로 시간을 썼던 나는, 어느 샌가부터 달릴 때마다 2분씩, 1분씩 기록을 줄이고 있었다. 기록 단축은 저절로 되는 것도, 쉽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올 여름에 1키로를 6분 30초에 달리며 헉헉거리던 나는 지금은 1키로를 5분 20초에 달린다. 물론 이 페이스로 달리면 숨이 차오른다. 심장은 터질듯하다. 이 때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호흡을 내리는 것이 기록을 단축시키는 비결이란다. 호흡이 느려지면 심박은 자연스럽게 안정된다나. 이 때 괜스리 지쳐서 걷거나 속도를 확 내리기보다 호흡을 내려야 한다고.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를 인지하면서도 턱에 받쳐 차오르는 호흡을 천천히 내린다. 얕게 자주 호흡하는 호흡기의 움직임을 깊고 크게 많은 숨을 쉬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몸에 들어오는 공기의 양은 얕게 자주 호흡하나 크게 띄엄띄엄 호흡하나 비슷하다. 다만 얕게 호흡하면 심박이 빠르게 올라가고 쉽게 지친다. 불완전 호흡의 노폐물도 몸에 많이 쌓인다.


 '나는 지금 평소보다 빠르다.'

 '숨이 매우 차다'

 '몸이 힘들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몸의 변화를 감지하며 이 변화가 '괜찮다' 혹은 '불쾌하다' 라는 감정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하며 호흡을 가라앉힌다. 놀랍게도, 호흡을 가라앉히면 들끓는 감정도 가라앉는다. 숨을 가라앉힐 때 퍼지지 않도록 가이드해 주는 크루 동료들이 있다. 초반엔 이들에게 '이건 내 한계에요! 더 이상 숨을 크게 쉴 수 없다니까요!' 하며 화를 버럭 내기도 했다. 자신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늘 어렵다. 그러나 감정을 다스려야만 나를 이겨낼 수 있다. 애써서 내 한계를 긋지 않고, 감정을 내리고, 호흡도 내려 본다. 쉽지 않지만, 금방이라도 다 그만두고 싶지만, 가이드해주는 동료 역시 이러한 과정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기에 믿고 가이드해 주는 마음이 든든하고 고맙다.


옆에서 함께 달리며 호흡을 가이드하고, 속도를 가이드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코칭해주는 이들과 더불어 큰 숨으로 호흡을 내린다. 한 숨에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난다. 그 만큼 훌쩍 큰다. 나는 또 배운 것을 다른 러너들과 나눈다. 이렇게 글로 독자들과 나눌 수도 있다. 성장은 나눔과 동반될 때 가장 기쁨이 된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늦춘다는 것.

의식적으로 목에 차올라온 밭은 숨을 크게 내리는 것.

조급함을 늦추고 할 수있다고 다짐해보는 것.

끝내 조금씩 더 빨라지는 것.

누군가의 성장을 함께 나눈다는 것.


오늘도 달리며 조금 컸다. 성장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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