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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Dec 22. 2023

해야 할 일을 향한 심플함

반바퀴묵상 10 (55번 42번)  23. 12.14

23.12.14 #반바퀴묵상 #주디

55번째

선물의 각성이 관계에 관한 것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각성이 일어난 후에, 사람은 더 이상 개인으로서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식은 집단적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은 친밀한 관계를 통해 초기에 흩어져버릴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42번 주변 환경이 당신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움직인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당신은 즉시 당신이 얼마나 집착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얼마나 무심하고 있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기대와 동일시할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를 실망하도록 설정하는 것입니다. 기대를 하되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 가능합니다.

__________________


"오빠, 나 SOS청하려고 오래간만에 연락했어요"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슨 일 있어요? 말해봐요.>


성공하고 싶다. 재능을 실제로 발현하고 싶다. 배우고 쌓아온 것들이 많다는 걸 아는데, 재능을 가치로 환원하는 일은 어렵다. 우아하지 않다고 느꼈던 마음의 저항이 있었고, 이러한 마음의 저항은 철저히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자기 검열이었다.


배우는 것이 많아졌고, 주머니 사정이 곤궁해졌다. 내년도에 잡힐 것이라 생각했던 일은 물거품이 됐다. 갈급할 때는 오히려 잠시 멈춰 숨을 차분히 쉬어본다.


나는 어떠한 존재이며 무엇을 해야 존재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는가.


가만히 내면에 닿아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어디에 꼭 소속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서건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이번에 허사가 되었던 건, 그저 스폰이 없어진 것뿐, 선불자가 후불자로 변한 것일 뿐이다. 후불자가 불특정 다수가 된 것일 뿐이다. 내가 개척하고, 펼쳐나갈 세계가 더 넓어진 것이다.


채용관계를 제외하고 나를 들여다보니, 관계를 벗어나 존재로서 해야 할 일이 보였다. 사람의 건강과 각성을 위해 교육모델을 만들고, 개인코칭과 기업교육을 이어가는 일은 어디서건 내가 나의 업으로 하는 일이다. 쭈뼛쭈뼛, 어쭙잖게 할 여유가 없다. 힘들게 공부해서 멋지게 펼쳐 보이는 건, 소속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의 관계를 벗어난 각성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개인과 개인이 만드는 관계가 주는 숱한 저항과 장애물을 뛰어넘어, 세상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일을 일관성 있게 한다. 가슴이 가벼워졌다.


주변 지인에게 하고자 하는 일을 말하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한 도움을 청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늘 어려웠던 나로서는 스스로도 의외의 행동이다. 그러나 거리낌 없이 했다. 그리고 놀라웠던 건, 도움의 요청을 받은 사람들의 따뜻한 리액션이다.


"예림, 예림의 글과 말을 늘 읽고 있었어. 늘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도약하는 모습을 나에게 반영해보기도 하고, 자극도 받았어.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와줄게. 구상하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프로필로 보내줘. 내년엔 같이 연수원에서 보내자. 기갈나는 교육강사로 멋지게 복귀해 보자!"


마음 깊은 곳에서 희망이 솟아오르고, 몇 년 만에 연락한다는 관계의 미안함과 부끄러움, 도움을 청하는 자의 민망함과 관계없이, 해야 할 일을 요청했을 때의 따뜻한 온정이 눈물겹다. 42번의 그림자 기대는 그저 헛되다.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고 기대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바라는 바와 나아가야 할 바가 명확해진다. 삶에 대한 신뢰가 강하고 단단해진 순간, 삶이 칠정육욕의 복잡함에서 해야 할 일을 향한 심플함으로 단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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