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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Dec 22. 2023

이유 있는 도발

반바퀴묵상 9 (55번, 39번) 23.12.13.


55번


55번째 선물을 주된 선물 중 하나로 간직하고 있다면 당신의 정상적인 리듬, 에너지 패턴, 감정의 거친 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상당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깊은 통합 과정이지만 서서히 점차 안정될 것입니다.


39번


모든 인간의 탐구가 스스로 고갈되었을 때, 행동하고자 하는 큰 욕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압력이 지금 모든 인간의 DNA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삶 그 자체는 인간을 통한 투쟁을 초월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39번째 그림자는 39번째 해방의 시디처럼 인간 게놈을 통해 풀려나올 때까지 변화의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__________


38.4와 39.4를 삶의 일, 진화의 구로 가지고 온 사람을 가까운 지인으로 두고 있다. 55.5가 삶의 일의 구인 나에게 그야말로 각성신이다.


모진 풍파를 겪고 있던 내게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난 이 사람은 나를 그림자 그 자체로 몰아가는 일을 참 잘했다. 서로의 매력에 이끌리면서도 말다툼이 이어지면 나는 상대를 길에 버려두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도 하고, 속상하고 힘든 마음을 구글 독스 노트에 꾸역꾸역 적어 쌓아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쓰여진 노트가 무려 130여 페이지다.


그럼에도 나는 왜 그를 그토록 사랑했을까. 사실 내가 사랑한 건 그가 아니라, 각성하고 있는 나였다. 사랑에, 관계에, 연인이라는 약속에, 취향에, 체력의 한계에, 자유로운 몸과 마음의 대화, 어떤 분야든 그와 함께 여정을 거쳐나가면 기존의 내가 믿고 있던 프레임이 벗겨져나갔다.


그가 성숙해서도, 내가 미흡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많은 부분의 서로간 이유있는 도발과, 인연을 믿기에 에고로 헤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서로 다른 우리를 마치 몽돌해변의 조약돌처럼 부벼지고 또 부벼지며, 서로를 갈고 닦으며 각성시켰다. 모난 돌의 가장자리가 무뎌지듯, 서로의 모난 부분은 관계를 넘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적합하도록 다듬어져갔다.


나는 연애의 달콤함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자립중독에 걸리고 말았는데, 서로 의존하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진키를 만나고, 내 욕망과 욕구를 투명하게 알아차리고, 진실하게 전할 수 있게 되면서 39번이 도발하는 에너지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55번의 각성여정동안 거친 통합의 시기를 겪었다. 몸 마음 의식이 모두 거칠게 통합되며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2024년을 앞둔 이 시점에, 나는 혼란의 각성으로부터 다시 해방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모으고 있다. 갇혔다는 느낌도, 힘겹다는 느낌도 모두 허상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감지한 나는, 그저 새롭고 힘이 솟는다.


잘 살겠다는 오기일지 화일지 모를 에너지를 잘 정제해 투명하게 전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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