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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Dec 26. 2023

몸이 신명나게 떨린다

반바퀴묵상 12 (55번 3번) 23.12.16

23.12.16 #반바퀴묵상 #55번 #3번

55번

궁극적인 자유는 당신의 삶의 환경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것은 자아가 바다의 파도 속으로 녹아들어 가도록 하는 자유입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통해 태어난 자유입니다


3번

우리 몸 안에 있는 단 하나의 세포도 이기적일 수 없습니다. 아니면 우리는 죽게 될 것입니다. 생명은 진화를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경쟁하는 개별 세포들을 하나의 몸으로 통합하는 것임을 자신의 순수함 속에서 저절로 발견하였습니다. 삶이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두었을 때 어떤 놀라운 것들이 발견되는지! 놀이의 혼돈은 깊이 신뢰받고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삶과 죽음의 고리’ 안에 담긴 핵심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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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Tension & Trauma Release Exercise) 프로바이더로 수련하고 있다. 수퍼바이징을 받고 미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객과의 세션을 동의 하에 촬영하고, 티알이포라이프아시아의 트레이너들에게 보낸다. 오늘은 촬영한 영상물을 다시 한 번 모니터링하며 참여자와 프로바이더로서의 자신을 돌아봤다. 


묵상은 마침 3번이고, 고객으로 만난 분의 삶의 일의 구도 3번이다. 이 분은 내게 코칭 멘토이시기도 하다. 이 분의 일거수일투족을 곁에서 가까이 보자면 말 그대로 혼돈 속 단순함이다. 언어를 적확하게 사용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자 많은 사유를 거듭하지만, 결국은 당신이 느끼시는 존재의 투명성에 따라 관계의 향방을 단호히 결정한다. 그러면서도 깊이 안타까워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시간을 거친다.

 

투명하지 않은 존재가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닌, 우리 모두 어딘가 불완전한 존재로서 갖고 사는 삶의 탁함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취약성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자신이 말하는 바와 삶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존재의 역함을 느끼고, 그러한 존재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의 아픔에 감응할 때 멘토코치님과 나는 전체성을 경험한다.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고, 누구나 안타까운 취약성이 있다. 취약성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유와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존재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순간, 도약이 일어나며 각성이 일어난다. 어떠한 취약성조차도 필요 없이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또 어떠한 강점도 입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마냥 강점일 수 없다. 강점을 더 드러내 보이고 취약성을 되도록 숨기려는 전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용기없는 존재가 비루하게 자신을 대하는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을 아름답게 말하며, 뒤로는 자신의 추악함을 정당화하는 존재를 보았을 때는 연결된 존재로서 더욱 씁쓸한 느낌이 든다. 

 

존재의 취약성은 아무리 숨기려도 드러나고, 숨기려 하는 수작이 더 존재를 초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모두 이기적이라지만, 보이는 모습 때문에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강압적이고, 조작적으로 컨트롤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를 더 좋은 모습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나를 조건부로 대하는 가난한 삶의 방식을 반영한다. 혹은 내가 가진 에너지를 충만하게 느끼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실체를 모른 체 사회화라는 명목 하에 자신을 다듬으려는 노력은 헛되다.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가 성과는커녕 아슬아슬 줄타기를 겨우겨우 해나가는 모습처럼 느껴지기에, 존재의 잠재력을 발현시키기는커녕, 단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억압하는 데 급급하다.  


3번 유전자키는 이야기한다. "삶이 혼자 놀도록 내버려 두었을 때 어떤 놀라운 것들이 발견되는지! 놀이의 혼돈은 깊이 신뢰받고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삶과 죽음의 고리’ 안에 담긴 핵심 메시지입니다." 여기에 맥이 닿는 55번 유전자키는 "궁극적인 자유는 당신의 삶의 환경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것은 자아가 바다의 파도 속으로 녹아들어 가도록 하는 자유입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통해 태어난 자유입니다"라 말한다.


TRE 강습을 처음 받아 본 삶의 일의 구 3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멘토코치님은 자율신경계가 이끄는 떨림에 몸을 맡긴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셨다.


"이게 내 생명의 근원적인 힘이었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 이렇게 힘 있게 떨리고 있었는데, 이건 Force 가 아닌 Power의 에너지야. 나는 Power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두려워했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골반 심부부터 올라오는 떨림은 이내 복부로, 손끝 발끝으로 퍼졌다. 당사자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힘만큼, 크고 탄력 있는 움직임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이 부담스럽고, 막내딸로서 억압되었던 에너지가 자유로이 개방되면서, 억압되었던 몸과 마음의 감정이 풀려나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아마도, 삶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깊을수록, 더더욱 삶의 신비는 우리를 자유로, 힘으로, 잠재력으로 이끌어나간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피하거나 취하려고 애쓰는 일이 아닌, 삶을 온전히 신뢰하고 내어 맡기는 것이다. 삶의 근원적인 신비와, 그 이면의 우주의 접힌 질서를 믿기만 한다면, 삶은 우리가 가장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준다. 용기가 필요한 과정이며, 자신의  힘에 대한 그라운딩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엔 힘겨워도, 나를 직면하고 뛰어넘는 여정에선 자유롭고 가볍고 단순한 내면의 에너지가 힘 있게 우리를 높은 진동주파수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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