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물어본다는 것.
더 에이트쇼 리뷰(스포 있음)
모처럼 탁한 드라마를 봤다. 등장인물의 오라들이 모두 탁한 영화.
시간, 돈, 음식, 물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꼭 필요한 자원을 조절하는 절대자가 있다. 생존에 꼭 필요한 자원을 외부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다는 조건부터, 이 쇼는 폭력적이다.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조건들과 관계없이, 이 쇼의 등장인물에는 존재가 없다. 조건화된 역할, 층, 본능만 있다. 8층은 주목받고 인정받고 본성대로 하고 싶은 욕구, 7층은 지능적으로 주변을 이용하려는 지성의 욕구, 6층은 물리적 힘의 욕구, 5층은 애정을 갈구하는 욕구, 4층은 유리한 쪽에 서려는 정치적 욕구, 3층과 2층은 그나마도 욕구가 없다. 환경에 좌지우지되어 생존이 우선됐다, 정의가 우선이다, 선과 정도가 우선이다가 신나게 얻어터진다. 그나마도 2층은 무술에 대한 경험치가 높다. 1층은 신분상승의 욕구와 눌리고 핍박받은 분노를 숨기고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을까? 공동공간에서 보이는 모습과 이들이 각 층에 자신의 공간을 꾸며놓은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이들은, 중요한 자기소개를 생략한다. 이름도 모르고 각자 삶의 맥락도 모르지만, 최소한의 정보만 나눠서 공동행동을 결정하고, 서로가 만든 지옥 속에서 지옥을 살아가는 본능을 방출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는 서로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낼 뿐, 각자의 존재가 가진 존엄성을 알지 못한다.
“서로 이름 같은 거 나눌 필요 없잖아요. 기억하기도 힘든데. 그냥 0층님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인디비주얼 시대에서 서로가 서로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소위 0번 님이라 불려진 환경에서 모두는 존중받지 못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서로는 서로를 계속 억압하고 조종하고 폭력을 가하고, 쇼가 이어져야 하기에 죽이지는 못했어도 서로에게 해를 입혔다. 여기에 존엄성은 없다. 정의와 존엄을 말하던 2번, 3번 조차도(그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하게 대했다).
무엇이 생존인가. 밥과 물, 돈이 생존의 조건이라면 이 진혹한 쇼는 이 사바세계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몇 층 사람처럼 살고 싶은가, 누구와 내가 오버랩되나를 묻는 질문은 이 쇼에 참여할 것인가를 묻는 유혹일 뿐이다.
밥, 물, 돈을 넘어서는 생존의 조건은 존재로서의 공존이다. 누구 하나라도 죽으면 이 쇼는 성립될 수 없다.. 밥, 물, 돈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과 존재로 공명할 수 있을까? 이 맥락 속에서 내 이름을 나에게 묻고, 서로의 이름을 묻는, 그대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하고 그 빛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나는 될 수 있을까?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밥, 물, 돈을 바라는 몸을 이고 지고 사는 노예로 살 것인가, 나를 모시고 존재를 모시며 살 것인가. 결핍상황에서 에고가 창조하는 지옥의 허상을 나는 어떠한 깨어있음으로 바라볼 것인가.
#더에이트쇼 #리뷰 #하룻밤킬링
———————
The Eight Show (Spoilers Ahead)
I recently watched a dark drama. A film where all the characters exude a murky aura.
In a limited environment governed by time, money, food, and water, there is an absolute ruler controlling these essential resources. From the outset, the condition that one must obtain essential resources from the outside makes this show inherently violent.
Regardless of the different conditions and relationships among the characters, there is no real existence in this show's characters. They are defined only by their conditioned roles, layers, and instincts. The 8th layer desires attention, recognition, and wants to act on their instincts; the 7th layer has the intellectual desire to utilize their surroundings; the 6th layer craves physical power; the 5th layer seeks affection; the 4th layer wants to align with the advantageous side politically. Layers 3 and 2 lack desires; survival comes first, justice comes second, and they are beaten down by righteousness and morality. Layer 2, however, has high martial arts experience. The 1st layer hides the desire for social mobility and suppressed anger from being oppressed.
Were they always like this from the beginning? The contrast between their behavior in communal spaces and the way they decorate their private spaces on each floor is stark. They gather minimal information to make collective decisions and unleash their survival instincts in the hell created by each other, revealing only their ugly nature without recognizing the dignity of each other's existence.
"We don't need to share our names, do we? It's hard to remember them anyway. How about we just call each other by our floor numbers?"
In an individualistic era, where no one knows the reason for being who they are, so-called "0 floor people" are not respected.
Although to varying degrees, they continually oppress, manipulate, and inflict violence on each other. The show must go on, so they didn't kill each other, but they did harm each other. There's no dignity here. Even those who spoke of justice and dignity, like numbers 2 and 3 (they were the harshest to themselves), did not escape this fate.
What is survival? If food, water, and money are the conditions for survival, then this brutal show is ongoing in this real world. Asking which floor person I want to live like or with whom I overlap is merely a temptation to participate in this show.
The condition for survival beyond food, water, and money is coexistence as an existence. If even one person dies, the show ends. Can one transcend food, water, and money to resonate with each person as an existence? In this context, can I ask my name to myself, ask each other's names, be curious about what kind of existence you are, and see the light in each person?
I couldn't sleep until dawn. Will I live as a slave who desires food, water, and money, or will I live serving myself and my existence? How will I view the illusion of hell created by the ego in a situation of scarcity with a sense of awakening?
#TheEightShow #Review #OneNightKil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