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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Aug 08. 2020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누군가가 노고를 담아 현재에 존재하게 만들어  것들이 많다. 어렸을 , 엄마의 집안 청소가 그랬고,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쓰레기를 치워주시는 환경미화원 여러분들이 그랬다. 오늘 아침 운전길에 바닥을 고르게 하느라 애써주셨던 도로공사원 분들이 그랬다.

삶에서도 그러한 영역이 분명 존재하는데, 청소나 빨래, 설거지 같은 것들이 그렇다. 나는 미뤄두면 한꺼번에 처리할  너무나도 짜증이 나기 때문에(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그때 그때 해둔다.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복층도 둘러보려 올라가는데 천장 벽지가 불룩했다. 아아. 불길한 예감.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다가  건드린 천정 벽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졌다. 아아...

눈물이 났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동안은 누군가가 당연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주던 무언가의 영역. 당장 나는 아는 것도,   있는 것도 없었다.

부동산에 연락하기 ,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누구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볼 곳을 찾으려는데, 폰북에 이런 문제를 상의할  있는 사람이 순간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나.  카톡에는 등록된 친구가 2233명인데도...

가까스로 듬직한 지인을 찾아 든든한 답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삼,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생각한다. 모르는  처음 해결할 때는 누구나 두렵다. 못하는 것에 직면하는  쉬운 일은 아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있다는 생각은 생존에 필요한  경험과 거리가 멀다.

책에  지식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을 살아내는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이 없으면 많은 사건사고를 두려워하며 살게 된다. 막연히 두려움이 커지면 시야가  좁아진다. 경험은  몸으로 부딪치면서만 쌓을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간접 경험으로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해   있다.

사람이 고맙다. 내가  살아본 삶을 살아본 사람이 고맙고, 내가  읽어본 세상에 대해 책을  주는 사람이 고맙다. 예술작품이 고맙고, 예술과 같은 봉사를 이어 주시는 분들께도 고맙다. 삶이란 다양한 삶과 삶이 얼키설키 엮여서 자신의 삶 지식을 타인에게 나눠주는, 교차와 교차가 쌓이는 모자이크인  같다.

너덜너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사무실 천장 벽지를 보며 피식 웃는다.

사무실 정리는 오늘도 진행 중. 
아이코 삭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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