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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18. 2021

운동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DAY1 그동안 운동을 계속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새해에는 많은 결심을 하게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결심 중 하나가 운동이다. 오죽하면 온갖 헬스장과 홈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새해를 대목으로 여기고 온갖 이벤트를 내걸며 고객유치에 안간힘을 쓸까(물론 헬스장의 경우 올해는 코로나라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연초에는 운동습관을 만들고자 하는 고객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평생 운동을 하지 않다가 운동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놀랍게도 꽤 오래 운동을 했었거나 운동으로 몸무게를 상당량 감량했던 경험을 가진 이들이 더 많다. 몇 개월이 아니라 몇 년간 꾸준히 운동을 했던 사람들조차, 운동습관을 스르르 잊고서 다시 운동을 하지 않는 생활로 돌아가고, 다시 습관을 만드는데 번번이 실패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운동습관 만들기다.

 수 년을 운동해 왔더라도 머리로 세팅된 운동과 몸에 배인 운동은 다르다. 피트니스 센터를 끊고, 돈이 아까워서, 혹은 피티 일정을 지키느라, 바디프로필 등의 일정을 만들어서, 매 월 챌린지 모임에 참여하는 등 외부 요인을 만들어 하는 운동은 머리에 세팅된다. 의지를 가지고 정해진 목표만큼 운동을 하는 형태다. 목표에 한정되어 있는 정도로 운동 기간을 지속할 수는 있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생기거나, 중도 포기를 하게 되거나, 목표기간이 끝나면 운동을 했던 경험은 쭈욱 이어지지 못하고 좌절되고 만다. 


"코치님, 저는 운동을 1년 이상 지속해 왔고, 헬스장과 홈트레이닝을 병행했어요. 살도 제법 빼 봤고, 어떻게 하면 원하는 만큼 감량이 가능한지 알고있어요. 운동도 코치님께서 추천해주신 방법을 이미 알고있고..." 


 상담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운동경험이 많고, 자신만의 운동 방법을 구축해 놓은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렇게 자신의 방법을 가지고서도 운동습관을 '다시' 만들기 위해 찾아온 걸까? 운동습관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이분들의 운동습관 패턴을 들여다보면 이내 알 수 있다. 이들이 '습관' 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니라 '목표달성' 을 위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음을. 


 우리는 살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이루기도, 좌절하기도 한다. 이루고자 하는 것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구분하자면, '욕구' 와 '욕망' 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욕구'는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을, '욕망'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을 의미한다. 철학적인 의미를 조금 더하면, 욕구는 생리적인 필요를, 욕망은 정신적인 필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욕구는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1차원적인 것이며, 욕망은 조금 더 '장기적인 준비와 노력, 혹은 관점 전환이나 마인드셋이 필요한 정신작용이 수반되는 필요'다. 욕구와 욕망 모두, 삶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만이 가득한 삶을 살게 되고,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생의 의지를 잃게 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욕망은 이루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피노자는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이 곧 욕망이며, 욕망을 실현시키는 능력과 힘은 역량' 이라고 했다. '습관'을 만드는 일은 따라서 외부적 요인이나 의지력이 아닌, 스스로 기꺼이 실천에 옮기고 반복할 수 있는 '역량' 을 길러야 하는 일인 것이다.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바라는 욕망은 사람을 자꾸 좌절시킨다. 좌절에도 불구하고 역량을 키우지 못한 채로 같은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은 좌절이 좌절일 수밖에 없는 경험을 거듭하게 한다.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 만큼이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 일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바라는 것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루기를 원한다. 그것이 스스로를 가장 위하는 길이며 귀하게 대하는 일임을 아는 까닭이다. 


 운동습관만들기 초기 상담에서 나는 '목표달성을 위한 운동'에서 '욕망을 달성하는 행동' 으로 마인드셋을 바꾸는 작업에 가장 공을 들인다. 참여자들에게 스스로 정한 목표가 자기 자신을 돌보고 빛나게 하는, 욕망에 부합하는 목표인지 외부 요인과 성과를 위한답시고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하는 목표인지를 돌아보게 하기만 해도, 마인드셋이 달라진다. 


- 운동은 매일 매일, 40분 이상, 땀흘려서 강도가 어느정도 있어야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생활습관을 잡지 않으면 감량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요? 

- 매일 게으르고 의지가 약해서 습관을 만들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어요. 

- 제 몸은 너무 둔하고 균형이 맞지 않아요. 운동을 해도 예뻐지지 않으면 어쩌죠? 


=> 매일 40분 이상,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을 며칠이나 '즐겁게' 이어서 하실 수 있나요? 
=> '덜 먹고 많이 움직여야지' 하는 생각이 스스로를 지치게 하나요, 기운이 넘치게 하나요? 

=>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신데도 불구하고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 하는 자기 자신에게, 정말 게으른 것인지, 의지가 약한 것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너무 운동강도가 높거나 시간적인 할애를 많이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 모든 몸은 내가 살아온 역사에요. 어딘가 틀어져 있다 해도 그동안 해냈던 성과를 함께 만들어온 몸이에요.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문제삼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냈던 과정을 생각해보면 내 몸을 계속 밉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운동을 이어오고자 하는 노력의 배경에 운동을 이어가야만 하는 내 몸을 부족하고, 게으르며, 의지력이 낮다고 구박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다면 몸이 운동으로 쉽게 연결되기 어렵다. 당신은 해도 욕을 먹고, 안해도 욕을 먹는데 하면 고생스러운 일을 굳이 하고 싶은가? 몸 역시 마찬가지다. 기껏 고생해 운동을 했는데 체력이 부족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구박을 하고, 운동을 쉬면 의지력이 약하다고 구박하는 정신에게 협조하고 싶지 않음은 당연하다. 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누워서 쉬고 싶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운동습관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보다, '운동을 즐겁게 하고 싶다' 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즐거우면 기꺼이 하게 되고, 즐거운 일은 우리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일이다.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서 말했듯, 우리는 '역량' 을 개발해야 한다. 운동습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역량은 원하는 만큼의 운동을 즐겁게 해낼 수 있는 '체력' 이며, 운동하는 몸을 흠뻑 칭찬해 줄 수 있는 '포용력' 이다. 포용력은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운동을 즐겁게 하지 못했던 나를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있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체지방 감량, 사이즈 줄이기 등 수치적인 목표보다 앞서서 찾아야 하는 것이 '내가 즐거운 만큼', 즉 내 체력과 정신력 정도에 맞는 운동 강도를 찾는 것이다. 즐거운 만큼 운동할 수 있으면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운동을 이어가는 것은 더이상 어렵지 않다. 운동한 시간이 즐겁게 반복되면 체력도 늘고, 자기관리에 대한 자부심도 더 커진다. 어느샌가 제법 강해진 체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운동을 즐겁게 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욕망을 이뤄주는 몸을 스스로 예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새해를 맞이해 운동을 결심한 당신이 다시 한번 자문해야 할 것은, '운동습관을 만들기 위한 목적' 의 본질이다. 당신이 운동하는 이유가 당신을 기쁘고 활기차게 하는지, 당신을 지치고 좌절하게 하는지 생각해보자. 지치고 좌절하게 하는 목표는 대체로 '과정' 에 대한 목표가 아닌, 감량,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체중 조절 등 '결과' 를 지향하는 목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몸의 움직임과 섭생에 대한 메카니즘을 잘 모른다. '살찌는 음식' 혹은 '살 빠지는 운동' 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그러한 정보가 즐겁게 실천되고 지속되는 필연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에 이르는 시간을 즐겁고 능동적으로 쓰기 위해서 자원과 노력을 할애하는 '과정' 이 '소중한 나' 를 위한 시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루 하루, 우리는 배우고 성장하고 있으며, 꼭 정신작용으로서의 배움만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몸으로도 배운다. 몸이 운동을 배우는 과정을 기뻐하며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운동하는 나' 를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쁨은 운동을 기꺼이 거듭하게 만든다. 


운동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오늘부터 나를 즐겁게 하는 운동목표를 다시 설정해 보자. 

당신이 정한 목표를 뜯어보며, 이 목표를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설레는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지를 확인해보자.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목표는 당신이 진정 원하는 목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고 싶은 목표라면, 목표에 다가가는 마인드셋을 바꿔보자. 억지로, 참고 견디며 해야하는 목표가 아닌, 즐거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목표로 강도나 빈도를, 소요하는 시간을 줄여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운동 효과가걱정될지 모르지만, 당신의 목표는 단기적이고 수치적인 '성과' 가 아닌, '장기적인 삶'이 되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참고 버티기로 운동습관만들기에 대한 목표에 번번이 좌절하기만 했다면, 욕망 실현을 위한 즐거움을 챙겨보자. 즐겁고 행복한 당신의 몸이 당신을 건강한 움직임으로 안내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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