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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r 07. 2021

운동에도 '방학'이 필요해

운태기는 누구에게든 온다

"코치님,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습관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운동을 하기가 너무 싫으네요. 다시 운동 안하던 나로 돌아갈까봐, 배불뚝이 아저씨(아줌마)가 되어버릴까봐 너무 신경쓰이는데,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너무 하기가 싫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시간은 운동습관 만들기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코치님?"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은퇴한 운동선수를 보면 금방 감이 온다.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게 운동을 해 왔던 엘리트선수들 중의 대부분은 운동을 그만두고 나면 일상운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오히려 고생했던 기억을 불러오기 하는 것 같아 더욱 운동을 하지 않게 된다고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들이 마음 먹고 운동을 다시 하게 된다면 남보다 훨씬 빠르게 운동습관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만큼 운동에 질려 운동을 내려놓기도 한다는 얘기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시간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무엇이 영향을 주는 걸까. 


1. 그동안 운동했던 시간은 당신의 의지력을 얼마나 소진시켰을까? 


 의지력이 강한 사람과 의지력이 약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보편적으로는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 운동습관만들기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심은 의지력을 최대한 쓰지 않는 방식으로 습관행동을 이어가는 사람이 습관을 굳혀나갈 수 있다. 


- 그러니까, 의지를 쓰지 말아야 한다. 


운동을 왜 하려고 하는가? 통통하게 올라온 똥배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버리는 심폐지구력 때문에? 몇 키로그램 감량을 위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매를 다듬기 위해서? 

목적을 위한 운동은 의지력을 쓰게 한다. 당연히, 운동을 조금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루 운동한다고 즉각적으로 원하는 몸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물론 한두끼만 거하게 먹어도 몸은 금방 붓고 불어버린다). 

그래서, 의지를 써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운동을 하루하루 이어가면 안된다.
'이렇게나 의지를 써서 운동을 해왔는데. 결과는 고작 이정도라니...' 
라는 반응이 예상된다면, 그건 당신의 의지력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의지력은 최소한으로 쓴다. 왜? 고갈되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력이 그렇게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생의 목적이 '생존' 으로 세팅되어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그렇다. 생존을 위해 인간은 견디고 버틸 수 있는 능력을 타고 태어났지만, 아주 절박한 순간에만 그를 해내도록 생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한번정도, 10킬로그램, 20킬로그램을 감량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될지 모른다. 그러나 미용 목적으로, 혹은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의지력을 시험에 들게 한다면 몸은 거기에 협조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생명유지시스템이 좌지우지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서, 삶과 죽음을 의지로 선택하기 어렵다. 생과 죽음의 시기 뿐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생명유지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어떤 시도도 쉽지 않은 것이다. 


-의지를 쓰지 않기 위해, 운동을 '양치질처럼' 한다. 


양치질을 할 때 결심하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면, 혹은 식사 후, 자기 전에 양치는 습관적으로 한다. 입이 텁텁하면 원래의 루틴보다 한번 더 하거나, 귀찮아서 한번 덜 하기도 한다. 양치는 삶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양치를 한번 더 했다고, "아이고 양치 한번 더 했으니까 밥 한끼 더 먹어야겠다" 하거나 "양치 한번 더 했으니까 단 것 한번 더 먹어야겠다" 하는 사람은 없다. 양치를 더 하든, 덜 하든, 삶은 그대로 이어진다. 운동 역시 이렇게 이어져야 한다. 몸이 찌뿌드하면 피로한 부분을 이완시켜줄 수 있는 스트레칭으로, 너무 몸이 뻣뻣하면 해당 부분을 활성화 시켜줄 수 있는 근력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으로, 몸이 가벼우면 그만큼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한다. 운동을 했다고 더 쉬어줘야 하거나 더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그러니까,  운동의 시작시점에 운동을 하고싶다, 해야된다, 하지말까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의지력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마치 양치질처럼. 


2. 운동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자. 


단기간에 많은 감량을 했거나 완벽주의자들은 운동 강도를 최대한 높게 세팅해두고, 심장이 벌렁벌렁 할 정도로, 땀이 흠뻑 날 정도로 운동해야 운동을 한 것이라고 운동의 기준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한번 할 때 제대로 하면 그만큼 뿌듯하지만, 운동 할 때의 힘겨움과 고통을 몸은 기억하고 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 그만큼의 힘겨움을 다시 경험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우리 몸은 온 힘으로 저항한다. "나 일상을 유지하려면 그정도 힘들게 운동하면 안돼요. 자신 없어요" 하고 말이다. 우리 몸은 우리 의지보다 더 현명해서,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좁아진 시야로 집중하고 있는 운동 목표 이상으로 우리의 일상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혹독한 PT를 받을 때,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힘을 전부 개방하지 않으며 꾀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 때 우리 몸의 저항도를 낮추고 즐겁게 운동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이 주는 자극을 긍정적으로 '해석' 할 수 있는 여유감이 필요하다. 우리 몸은 '멋있어 보이려고 버티는' 운동과 '정말 아프고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형태의 꾀부리기' 를 명확히 구별하여 행동으로 구현해낸다. 피티를 받을 때는 꾀를 부리지만,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에는 한두번 더 무리해서라도 포즈를 취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운동 후의 몸의 변화를 목표로 하기보다, 운동하는 순간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흐르며 몸에 열감이 오르는 느낌을 만끽해보다. 그리고 그 느낌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나의 경우 '등운동' 을 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등운동!" 하며 시작한다. 어깨와 등 운동은 자극을 느끼기가 어렵고, 제대로 동작을 통해 근육에 힘을 주면서 집중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내가 특히 좋아하는 운동' 이라는 의식적인 마음길로 극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실제로 등운동을 제일 좋아한다. 


3. 운동 방학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운동습관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운동을 잠시 쉬어보자. 의지력도 고갈된 상황이고,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운동자신감도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점이다. 


운동 방학에는 몇가지 챙겨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1) 내가 나에게 방학기간을 준다. 

- 회사에서 휴가를 쓰듯, 운동 방학기간을 내가 나에게 스스로 허용하는 것이다. 이 때 마음길을 
"포상휴가를 받는다" 고 생각한다. 그동안 열심히 한 운동기간을 보상해 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상' 으로 준다. 


2) 운동방학동안 죄책감을 금지한다. 

- 매일같이 의무감으로 운동해 온 당신에게 운동방학은 때론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은 그 무엇인가일지 모른다. 그러나 운동 방학은 '포상휴가' 이기 때문에 운동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1의 죄책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쉬는 데에도 당신의 의지력(최대한 아껴써야할) 을 쓰고 싶다면 죄책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알다시피, 의지력은 아끼면 아낄 수록 좋고, 당신은 포상 개념의 운동방학을 챙기고 있는 중이다.  


3) 복귀 후 시점의 운동 프로그램을 생각한다. 

- 운동을 쉰 후의 운동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전성기 때의 운동강도로 챙기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 내가 한껏 만족할 수 있을만큼의 강도와 빈도로 운동 목표를 정하고, 매일 조금씩 운동시간을 늘려가며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늘려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복귀 하자마자 운동을 할 때에는 3~4회정도까지는 기초체력을 향상시켜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다가오는 운동 후 프로그램을 원하는 이들이 나를 위축시키는지, 조금 더 즐겁게 해볼 수 있는지의 기준에 입각해 상대를 결정한다. 나는 엄마의 어떤 결정이든 지원하다고 해도 그만이다. 


4) 운동의 즐거움을 늘리기 

- 우리는 그동안 고달프게 운동하는 과정에서 칭찬을 받더라도 내 존재로서의 칭찬보다는 성과가 가져온 칭찬이라고 생각해 헛헛한 날이 많았다. 운동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타인의 인정에 대한 갈구에서 벗어나고 난 후에 나를 온전하게 만나는 과정의 안내자(나 자신)이 가장 좋은 상담을 하도록, 그리고 내가 가장 좋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운동하는 내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중분히 운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해주자. 5분을 했건, 10분을 했건, 아니 심지어 운동기구에 올라가기만 했더라도 운동을 하고자 노력한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떤 행동이든 꾸준히 해나가는 일들에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운동을 부득이 못하는 날도, 식단이 무너지는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 하루에 일희일비하는 수백일의, 수천일의, 수만일의 삶을 산다. 

언제든 돌아올 수 있고, 우리가 쌓아온 삶 시간에 약간의 균열이 있을지라도, 크게 봤을 때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삶의 추세선을 그리며 살고 있다는 뜻이다. 


운동방학, 몇주, 며칠은 긴 안목에서의 중장기 적 시각으로 볼 때 그저 아주 짧은 나날들에 불과하다. 그 날을 우리가 그저 내려놓고 아무 대책없이 쉬는 날로 보내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의지력과 체력충전의 날로, 죄책감 없이 전략적으로 보내고자 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이보그가 아니다. 당신이 되고자 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늘 지켜지지 않아도 당신의 삶에는 약간의 충격도, 영향도 없다. 당신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당신 앞에 놓인 운태기를 즐겁고 지혜롭게,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여정으로 삼고 싶다면, 죄책감 없이, 그러나 통제 가능한 방향 속에서 즐겁게 챙겨보자.

열심히 운동한 당신, 운동방학으로 떠나라.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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