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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Apr 21. 2021

아픈 나를 충만하게 돌보는 법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건강함을 캐릭터로 잡고 사는 나지만, 왠지 스트레스에 약하다. 마음이 아프면 이내 몸이 아프다. 그래서 몸을 더 아끼고 챙기는 데 진심인 나다.


무리하면 목이 가장 먼저 피로를 느끼고 목소리부터 변한다. 잠이 부족한 날이든, 강의가 많았던 날이든,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목소리만 들어도 피로한 지 여부를 단박에 안다. 나도 내 목 상태를 체크하면서 전체적인 컨디션을 살피곤 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나는 생리주기가 변한다. 보통은 주기가 매우 길어진다. 고3 때에도, 취업을 준비할 때도, 한창 강의를 쉬지 않고 할 때도, 다이어트를 했을 때도. 주기가 조금 길다 싶으면 스트레스를 좀 받았구나 감지하곤 하는데, 그나마도 불규칙하다가 최근에는 48일 정도의 주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주기도 꽤나 긴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규칙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에 나는 안도하고 있었다. 코로나도, 이사도, 일도. 여러모로 변화무쌍한 최근의 1년이었다.


오늘, 아주 오래간만에 주기가 33일로 돌아왔다. 생리 주기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내 삶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봐도 되는 것이려나. 그래도 생리통이 심하진 않은 나였는데, 주기가 정상으로 돌아온 데에 대한 후유증이었는지. 생리통이 세게 왔다. 아랫배가 탈탈 털리는 통증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온종일 모로 누워 몸을 웅크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동안은 아프면 서럽고 외롭고 슬펐는데, 오늘은 익숙한 감정 길에 습관적으로 접어들지 않고 ‘아플 때 무엇을 해야 내가 괜찮아지는지'를 생각했다.


몸이   마음을 외롭고 아프고 서럽게 했던 습관의 마음길은, 몸이 아플 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을 숨긴  아무렇지도 않게 너끈히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마음의 강박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해야  '  이기적 이리만치 나를 챙기는 일이다. 아픈 나로서는  나지 않는  무언가를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만 모를 ,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아픈 나를 모두 감당해주고 있다. 오히려 아파서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타인의 불편한 감정, 나를 헤아려주고 있는 고마운 마음에 제대로 응답할  없어서 여러 모로 민폐다. 타이레놀을 찾아서  알을 챙겨 먹고, 오늘 치의 일을 체크하고, 양해를 구할 곳들을 리스트업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SOS 쳤다. 엄마가  모든  일들을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곁에서 힘이 되어주실  같았다. 그동안은 엄마에게 아플  제대로 아프다고도 못했던 나다. (병원 가기 직전까지 끙끙 앓다가 겨우 말하곤 했다)


차곡차곡, 몸이 불편한 이유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내가 나를 챙기겠다는 결심을 하면, 도와달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도와달라는 말도 해 버릇해야 는다. 그리고 건강하게 먹고 싶은 걸 챙겨 먹고 전기장판을 뜨끈하게 틀어놓고서 낮잠을 잤다. 몸이 해달라는 걸 해 주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한 잠 푹 자고 났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아프다는 이유로 슬프고 외롭고 서러울 이유가 없지 싶었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슬퍼하거나 외로워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나 양해를 받고, 사랑을 받고 있는 나인걸.


몸을 감지하고, 몸을 돌보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도 건강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전에는 '이기적인 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아플수록 더 참아야 하고, 티를 내지 않아야 하고, 감정을 눌러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미련하게도. 감정은 마음대로 눌러지지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그때 그때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고, 선택에 능동적으로 책임을 지는 나를 기뻐하는 것이다. 어떤 조건이나 상황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닌, 내가 나를 행복하게 대할 줄 알아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아픈 나를 부둥켜안고, 나를 위한 케어를 능동적으로 해주며 나를 포함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또 배운다. 매일 한 뼘씩 성장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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