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예림 Apr 25. 2021

지나간 것들에게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든다

많은 인연과 만나고, 또 많은 것들을 떠나보냈다.

특히나 요즘엔 떠나보냄을 많이 생각한다.


나는 제법 실존적인 사람이라, 그때그때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었다. 내일은 어찌 될지 모르기에 오늘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은 처음이기에 새로운 인연과는 서툼과 낯 섬,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두려움을 타 넘고 다가가야 했다.


인연에는 늘 희로애락이 있다. 내가 가장 기뻐할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 늘 깊은 슬픔을 주었다. 안타깝고 아팠던 인연은 나를 넓혀주고, 성숙하게 해 주었다. 그 모든 인연은 나를 키우는 나의 한 부분이 됐다.


인연을 생각하면서, 내가 깊이 사랑했던 그들은, 사실 그를 통해 만났던  일부이지 싶었다. 누군가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닮아 있었고, 누군가는 내가 숨겨뒀던 모습을 갖고 있어서. 결핍된 모습이건 마음이 가는 모습이건, 나는 그들을 통해 나를 보고, 내가 받고 싶어 했던  줬다. 그리고 그들 역시 아마도 나로부터 저들의 모습을 봤고, 저들이 받고 싶은 걸 줬을 것이다.


결국,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일부였고, 새로운  일부가 됐다.


지나간 사랑은 정성껏 보내 준다. 그래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 그렇게 현재를 살아간다. 현재를 살기 위해,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대로 둔다. 굳이 추억을 가져와 아쉬워하지 않는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이미 내 안에 있는 내 모습이기에.


잘 가라 4월.

보내는 데에도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살아가며, 겪어가며 배운다.

그래서, 오늘도 하나씩 정성껏 보내주며 산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픈 나를 충만하게 돌보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