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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y 01. 2021

염원의 힘

소중한 이여, 오늘도 평안하기를.

염원의 .


어릴 적 할머니는 새벽마다 맑은 물을 떠놓고 복을 바라는 이름을 외며 기도를 하셨다. 온 가족이 잠든 시간, 할머니께서 치성을 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잠귀가 밝은 나는 으레 할머니 방으로 가서 누군지 모를 이름을 함께 외기도 했다. 아빠 이름, 작은 아빠 이름, 내 이름, 내 동생 이름... 그리고 할머니가 복을 빌어줄 대상들의 이름을 정성껏 외노라면 왠지 모르게 경건해졌다.


지금도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를 위해 빌어줬던 시간을 생각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어낸다.  그렇게나 정성껏 빌어주셨는데, 내가 잘못될 리가 있나 싶어서.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빌어주셨던 염원을 문득 생각했다. 그리고 소중한 이들을 위해 염원을 빌어봐야겠다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건 내 삶을 위한 내 몫이지만,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평안하기를, 자신 몫의 일을 즐겁게 해 나갈 수 있기를. 액운을 슬기롭게 피해 갈 지혜를 발휘하기를. 홀로 어렵다면 내 염원이 도움이 되기를.


맑은 물을 떠놓고 기도하는 리추얼까지는 아니어도, 하루에 한 번, 소중한 이들을 되뇌며 염원을 보내는 시간은 내게도 퍽 감사함을 흠뻑 누리는 시간이 된다. 소중한 이들이. 오늘도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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