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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Feb 04. 2020

근육은 어떻게 멘탈이 되는가

운동심리학 기반 감성공감에세이

 아침에 괜히 힘이 뻗쳐서(?) 일어나자마자 달리러 나가려다가 추위를 체감하곤 그자리에서 나가기 포기! 대신 스쿼트를 100개 했다. 급 스쿼트타임!


 운동습관을 만들기 어려운 건, 쉽게 몸을 움직이는 루틴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깐 잠깐의 자투리시간에 스트레칭을 하든, 스쿼트를 하든, 런지를 하든, 가장 애정하는 동작 몇개를 루틴에 쟁여둔다. 그리고 거실을 넓게 치워두면,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느낌이 즐거워지면 집에서 밖으로, 활동 반경을 늘린다. 이때부터 실내가 좋은 사람은 실내운동이 가능한 센터를, 실외가 좋은 사람은 등산, 러닝, 사이클 등 틈틈이 챙길 수 있는 운동 범주가 늘어난다.

몸의 움직임이 늘면 몸의 구성이 바뀐다.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이 좋아서, 더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 근육은 움직임이 늘면 근육의 쓰임에 따라 적절히 늘어난다. 근육이든 지방이든, 몸에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 필요한 만큼의 적정은, 내 멘탈이 행복하고, 하고픈 일에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만큼이다.

“몸이 가벼운, 절제된 삶을 사는 사람은 조금 더 집착이 없고 자유롭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부러워.”


 요가원에 가면, 필라테스에 가면, 요정의 세계에 사는 듯, 마른 듯 적당량의 근육을 가진, 몸과 마음이 편안해 보이는 선생님이 있다. 그의 몸이 부럽다가, 그의 삶이 부럽다가, 삶과 몸을 비슷하게 만들어 보려다가, 이내 저러한 삶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것이라며 포기하게 되는 시퀀스. 아마 요가원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패턴일 것이다. 삶이든 몸이든, 그저 따라하는 것만으로 이미 ‘집착을 버린다’ 와 거리가 있는 시작을 하게 되므로, 따라하는 것에 집착하다 지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부러움을 현실로 데려오는 과정은 그래서 참 어렵다. 타자로 인해 만들어진 부러움이라 할지라도, 현실로 데려오는 과정은 오로지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서만 나올 수 있다. 그 동안 안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 - 몸매든 열정이든 좋은 습관이든- 를 몸에 장착하기까지의 시간은 내 움직임이 차곡 차곡 더해진 시간이며,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다. 대체로 이 시간동안 버티지 못하면 평생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던 그 무언가는 잠깐의 이벤트가 된다. 의지력을 아쉬워하거나 인내심이 없음을 한탄하는 지점이다. 혹은 다른 일에 목표를 갖고 도전할 때에도 주저하고, 또 실패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게 된다.

 안했던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기.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기는 이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쌓아나가는 멘탈을 만들기 위한 지름길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실전의 삶에서, 무언가를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의 반복은 너무 두렵다. 리스크가 크다. 나이를 먹을수록, 실패의 무게는 무겁고 처절하다. 특히나 경쟁이 격화되고 메말라가는 현대의 환경에서 무언가에 늘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시행착오와 도전에 아무런 리스크 없이 빠져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운동이다.


 너무 큰 목표나 완성동작, 체력에 대한 욕심만 조금 내려놓으면,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즐기면서 차츰차츰 강도나 횟수,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특정 목표를 목적으로가 아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어느새 새로운 습관이 몸에 담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경험이 다른 도전에도 적용된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체력이 느는 것을 느끼고 나면, 체력은 더 힘찬 움직임이 되고, 집착 없이,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삶이 된다. 그야말로 근육이 멘탈이 되는 과정이다.

 ‘너랑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할 수 있으니까. 누구든 할 수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할 수 있다. 심리상담에서는 내담자가 새롭게 배운 관계 기술을 상담자에게 안전하다고 느끼며 새롭게 관계를 구축하는 데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는 “안전지대” 구축이 중요하다고 한다. 운동은 새롭게 만들어질 움직임 습관을 리스크 없이 안전하게 실험해 볼 수 있는 움직임의 안전지대다.


 운동을 하는 것은 괴로움이 아닌, ‘할 수 있을 것 같아’ 를 안전하게 몸에 담는, 멘탈이 강해지는 인큐베이팅이다. 근육은 멘탈을 담는 그릇이 된다.


그러니까, 틈틈이 근육을 자극하는 움직임을 늘려보자. 틈틈이, 스쿼트 30개씩만으로도 첫걸음으로 충분하다. 날씬하고 탄탄해지는 몸매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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