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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May 04. 2021

시련을 찌그러뜨리는 기술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담대함에 대해 생각한다. 담대함 하면 특히 떠오르는 선수는 피겨여왕 김연아다.


 차가운 빙상. 얼음의 경도를 유지하기 위해 틀어두는 냉방기는 마음의 긴장감을 풀기에는 차다. 찬 공기와 숨 막힐 듯 내리 꽂히는 시선, 조명. 의상과 흐르는 선율이 너무 아름다워서 흔히 말하는 인간미가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무대. 압박감에 가슴이 조여 오지만 누구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7분의 시간 동안 실수 없이, 긴장감은 넣어두고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연기, 동작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야 한다.


 꽤 알려진 책의 저자이면서 많은 이들에게 책 쓰기를 독려해주고 용기를 주는, 고마운 동기부여를 전해주고 있는 지인이 한 이야기가 있다.

 "원고를 너무 쓰기 싫어서 힘들어하고 있다가, 생각해보니 누군가는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책을 쓰는데 참 복에 겨운 힘듦을 누리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차갑고 숨 막히는 빙상의 무대는 김연아가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라는 실력과 타이틀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을 압박이다. 그녀가 피겨스케이팅을 하겠다고, 이왕이면 최고가 되겠다고 결정한 이상, 그녀가 겪는 압박감은 그녀의 일부가 된다.  


"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


 한 존재로 태어나 살다 보면, 잘 되라는 염원도, 망하라는 염원도 숱하게 만나게 된다. 사람의 염원은 힘이 세다. 가장 힘이 센 염원은 '주체'의 염원이다. 내가 어디에 몰입하고 싶은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염원을 불어넣으면 신기하게도 온 우주가 염원에 따라 움직인다. 시련 사이에 있을 때 사람이 위태함에 빠지는 이유는 가고자 하는 염원과 다른 방향의 염원을 쏟는 데 시간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간절히 바라는 바는 자동 사고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말과 행동, 삶을 돌아보고, 가고자 하는 바를 응시하면서 삶을 다듬는 순간을 쌓아 나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치고 들어오는 사건과 사고에 휘말려 내가 가야만 하는, 가고자 하는 길에서 벗어나 주저앉아버리면, 드러누워버리면 당장은 안락하지만 결국 비슷한 고통에 두 번, 세 번 시달려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강하게 흔드는 것 같지만, 괴롭히는 것 같지만, 실은 내 염원이 흔들린 것이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마음을 다잡는다. 심호흡을 하고 관중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보낸다. 나를 흔든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과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다. 그냥 그것들은 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있거나 없거나, 내 존재와는 별개의 일들이다. 그것들이 있든 없든,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꾸만 나를 흔드는 것처럼 느껴졌던 무언가를 상상한다. 내가 두려워하던 (사실은 실체도 없는) 무언가를 손바닥 만한 크기로 줄여 손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지긋이 찌그러뜨린다. 예쁜 색깔을 입힌 종이 공으로 만들어서 휴지통에 휘릭, 던져버린다.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떠올린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너무 거창하다면, 내게 염원과 응원을 보내는 이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잘 되라고 소망을 보내는 이들을 떠올려본다.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나쁜 감정과 안 좋은 기분을 담아 숨을 내쉰다.

한 숨 한 숨에 감사를 들이쉰다. 드리고 두발을 디뎌 꼿꼿하게 선다.

오늘을 살아내는 든든한 내가 된다.


"이제, 프렌젤연습(프리다이빙에서 하는 감압 훈련)하러 가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VSqy5lZcM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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