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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림 Jul 25. 2021

술 끊지 마세요, 건강하게 드세요.

이따금씩 건강할 만큼만, 몸도 마음도 건강한 음주 라이프

건강한 습관을 만들 때 내가 함께 습관을 만드는 구성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참지 않기", "견디지 않기", "고통스럽지 않기" 다.

운동도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평생을 지속하며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몸과 마음을 꾸려나갈 수 있다. 단기간 다이어트를 경험해봤던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다시 결심할 때의 오류는 '며칠만 참고 몸 만들어 보기' 다.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마 무시한 식단 계획을 짠다. 닭가슴살에 고구마, 계란 두 개 두유 한팩- 말 그대로 초절식 식단 혹은 비현실적인 절식 식단을 짜서 실천에 옮기다 보면 이전의 다이어트 땐 분명 참을 수 있었는데 시도를 거듭하며 의지력의 배터리는 점차 고갈되어버린다. 예전엔 한 달도 넘게 참았던 식단이었는데 이번엔 일주일도 못가 간식이나 배달음식을 찾고 마는 것이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하기 전엔 평소에 적당히 먹고 회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친구와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날에만 과식했다면, 이제는 혼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자꾸만 소위 나쁜 음식(떡볶이, 피자, 치킨, 달달한 디저트... 읊자면 한도 끝도 없다)을 먹고 싶다. 배달앱을 켜서 주문을 하고, 오늘까지만 먹자고 다짐하고 나서 먹으면서도 왠지 내 몸에 미안하지만 그냥 먹는다. 먹고 나서는 깊은 후회가 밀려오고, 왠지 '무슨 다이어트야. 내 주제에. 이번 다이어트는 망했어.'를 거듭하며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더 잦은 빈도로 무너지다 보면 "차라리 다이어트하지 말 걸 그랬어." 하며 포동포동해진 뱃살을 만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보기 쉽게 정리하면,
다이어트 결심 -> 절식 식단 -> 의지력 고갈 -> 나쁜 음식 -> 망했어 -> 연달아 과식 -> 포동포동 -> 더 굳은 의지로 다이어트 결심 & 절식

이 같은 패턴의 악순환.


장기적으로 보면 3일 절식하고 4일 과식하는 패턴으로 다이어트 악순환 쳇바퀴를 돌리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정해진 며칠 동안 절식을 해 원하는 몸무게를 만든 후 다시 원래로 돌아오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두고 내 몸에 적당한 음식규칙적으로 건강하게 먹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설명하다 보면 자주 오해가 생긴다.


"코치님, 그럼 매일 매번 건강하게만 먹어야 하나요? 제가 좋아하는 튀김류, 특히 술은 영원히 끊어야 하나요?(그렇게는 못해요)"

<저도 술은 못 끊어요...ㅎㅎㅎ>


술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술로 몸에 공급된 열량은 다른 영양소보다 더 빠르게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함께 먹은 안주는 술이 분해된 다음에서야 소비된다. 게다가 술이 갖고 있는 열량이 제법 높다. 분해되는 과정에서 혈당을 낮추기 때문에 식욕 버튼도 발동시킨다. '맥주는 배불러서 많이 못 마셔' 하는 사람이 첫 500cc를 거뜬히 마시고 화장실을 몇 번 다녀오고 나서 추가 안주로 떡볶이를 시키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분명 배가 많이 부른데도 술을 마시면 먹고 또 먹고 싶다. 취기가 올라오면 왠지 그동안 눌러 놓았던 감정이 올라와서 또 심리적 허기가 진다. 알면서도 끊을 수가 없는 것이 또 술이다.


사실 나는 술을 퍽 좋아한다. "건강한 습관 만들기 W/음주와 함께"의 버전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습관 만들기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보다 꾸준하고 성실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식습관, 운동습관이다. 그러니까, 술이 매일의 꾸준한 삶을 해치지 않을 수 있으면 된다.


술이 꾸준한 삶을 해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1. 다음날의 기상시간에 영향을 줄 만큼 마시는 경우

2. 몸의 컨디션에 크게 이상을 줄 만큼의 숙취

3. 안주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


이상의 세 가지를 생각하면서 술을 마신다. 적어도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과음의 단계로 넘어가서 다음날의 컨디션 난조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대체로 정신없이 마시다 보면 숙취와 컨디션 난조로 이어질 망정, '나는 내일 엄청난 숙취를 즐길 예정이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음주생활은 멋지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건강한 음주 라이프를 위해 체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내가 술을 마실 때의 어떤 요소를 좋아하는지 발견한다.

술을 마시는 순간의 매력은 정말 많다. 향기로운 술의 맛, 술자리의 분위기, 적당히 취기가 올라와 풀어지는 긴장,  사람들과 나누는 편안한 대화, 안주와의 페어링, 마시면서 해갈되는 스트레스, 술을 마시고 잠이 들 때 보다 쉽게 잠에 들 수 있다는 이완감, 연인이나 친구와의 한 때 등...


대체로 내가 술을 마셨을 때의 좋아하는 순간은 한 잔을 마시건 10잔을 마시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을 한껏 느끼기로 결심한다. 즉, 술자리의 '질적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 번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느꼈다면, 그때부터는 마시는 술의 양보다 내가 좋아하는 술 마시는 순간의 즐거움을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한껏 만끽한다.


#내가 좋아하는 술을 얼마큼 마셨을 때 가장 즐겁고 컨디션이 좋은지 확인한다.

나의 경우 위스키는 언더락으로 두 잔 정도, 와인은 반 병정도 마셨을 때 가장 즐겁고 다음날 컨디션에 영향도 크지 않다. 맥주는 향이 독특하고 특별한 직접 주조한 맥주나 IPA 맥주를 선호한다. 500cc 기준으로 두 캔 이상 마시면 속이 거북해진다. 막걸리를 마실 때도 있는데 막걸리는 술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식사의 탄수화물 정도로 생각하며 안주와의 페어링을 짠다. 그래서 막걸리를 마실 때 탄수화물 안주를 준비하지 않는 편이다(전이나 국수 같은 안주는 선호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나는 술의 향을 즐기는 사람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소주나 대중적인 맥주는 많이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한 술자리에서는 자연스레 술을 많이 먹지 않는다. 물론 적당히 분위기는 맞추지만. 사람마다 즐거운 정도는 다를 수 있으니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적정 주량의 수준을 파악해 보자.


#마시는 동작이 쾌감을 준다. 술 외에도 마실거리들을 다양하게 확보해두자.

물은 한 모금씩 마시지만 술은 벌컥벌컥 마실 수도 있다. 특히 운동을 마치고 샤워 후에 뭉치는 모임 등에서 맥주 한 잔이 주는 청량감은 대단하다. 그렇게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패턴의 음주 습관을 갖고 있다면 탄산수, 콤부차, 물 등 다양한 마실거리들을 함께 놓고 다양하게 마셔보자. 어차피 알코올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하다.


#안주는 가급적 단백질과 식이섬유 위주로

 좋은 식습관의 기본은 적게 먹기보다 장 운동을 건강하고 활발하게 하고 소화흡수 및 배출이 잘 되는 음식을 챙기는 것이다. 몸에서 대체로 가장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인데, 술자리에서는 알코올이 그 역할을 대신할 테니 탄수화물은 가급적 줄이고,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가 가득 들어있는 안주를 선택한다. 울림 코치의 최애 안주는 참치회, 리코타 치즈 샐러드, 모둠 치즈, 스테이크, 양장피, 감바스, 두부김치(선호하는 순서)다.


#술 마신 다음날 컨디션 체크

 술 마신 다음날 붓기를 체크하고 식욕을 체크한다. 아침에 일어나 일단은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것이 좋다. 알코올 분해에는 수분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적당량의 술로 어젯밤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다면 체내의 수분이 이미 알코올 분해에 많이 쓰여 오히려 몸무게가 조금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이때는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수분이 쓰였던 것이므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준다. 원래도 아침운동을 즐겨하지만 술 마신 다음날은 허기를 체크해 공복 운동을 챙기는 편인데, 공복 운동은 습관이 만들어져 있는 사람들만 참고로 따라 할 것. 아침운동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스트레칭으로도 충분하다.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건 수분뿐 아니라 비타민 무기질 등 미량 영양소! 종합영양제를 챙겨 충분히 몸에 배출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주고 세끼 채소를 듬뿍 곁들여 건강한 식단을 챙긴다. 그렇게, 음주와 관계없이 내 삶은 꾸준하고 성실히 이어진다. 조금 몸무게가 늘었더라도, 꾸준하고 성실한 습관이 이어지면 몸은 금세 항상성을 되찾는다.


 건강한 습관은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만드는 선택의 연속이다. 음주나 과식에 대한 강박은 행복하지 않다. 결국 당신의 모든 선택은 당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고, 행복은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삶의 코어에서 나온다. 이 글이 삶의 코어를 지키는 행복한 음주 라이프를 건강하게 이어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의 삶을 응원합니다:) 우리 존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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