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건 나를 챙기는 마인드풀 이팅 습관
"코치님, 저는 점심에 일하느라 급해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우는 날이 많아요."
이 날 '때워진' 식단은 반숙란 두 개, 삼각김밥 하나, 물.
단출해 보이는 식단이어도 영양 구성면에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균형이 제법 맞는 좋은 식단이다. 혹여 이동 중에 먹어야 하거나 짧은 시간 동안 먹는다 해도 계란 껍데기를 까는 번거로움만 빼면 짧은 시간 동안에 챙길 수 있는 조합의 간편식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다이어터에게 무척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식량처이기도 하다. 사과, 바나나, 고구마, 계란 등 자연식품도 제법 구할 수 있고 샐러드와 샌드위치도 종류가 다양하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은 냉동식품을 제외하면 영양성분과 칼로리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편의점'인 것이 아쉬울 뿐.
식단은 심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음식을 먹건, 잘 챙겨 먹었다는 정서적, 심리적 충족감이 중요하다. 그런데 편의점에서는 아무리 든든하게 챙겨 먹을 수 있었어도 '때웠다' 고 말하면, 고심 끝에 잘 챙겨 먹고도 어딘지 헛헛한 느낌이 드는 것. 멋들어진 브런치 카페에서 탄단지가 잘 조합된 샐러드 브런치 메뉴를 먹지 못했다면, 부득이 편의점에서 식사를 챙겨야 한다면, 편의점에서 챙기는 한 끼 식사에는 그 무엇보다 마음 챙김이 중요하다. 먹고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당신이 어떤 식사를 챙기게 되건, 당신의 몸은 주어진 식사에서 최선의 영양을 몸에 더하려 할 것이다. 현재의 몸은 당신이 몸에게 준 영양을 몸이 최선을 다해 에너지로 전환하고, 당신이 아프거나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대사 한 결과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어떤 식사를 대접하든, 몸은 그 식사를 삶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생리학적으로, 생화학적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이 우리가 챙기는 식사를 최선을 다해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런 몸에게 "이걸로 때워" 할 수 있을까? 왠지 생각만 해도 좀 미안하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몸에게는,
"좋아, 오늘은 편의점에서 골라야 하지만, 최선을 다해줄 널 위해서,
편의점에서도 제일 건강한 걸 골라서 줄게!"
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식사를 골라줘야 하지 않을까. 다른 곳보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마음 관리력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편의점에서 마음 관리력이 필요한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해 하나씩 짚어 보려고 한다.
편의점에서 식사를 "때운다"는 말을 쓰게 되는 배경에는 어떤 맥락이 있을까? 사실 편의점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도 모르게 쌓일 수밖에 없는 감정의 헛헛함 요소가 편의점에는 제법 많다. 헛헛함이 쌓이면 보상심리가 발동하게 되고,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을 때 우리 마음은 더욱 취약해진다. 먹고사는 것은 나를 건강하고 든든하게 챙겨 하고자 하는 일을, 혹은 나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필수 요소인데 먹을 때마다 마음이 취약해서야 되겠나. 편의점에서 쌓일 수 있는 마음의 헛헛함 요소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1. 바쁜 날, 편의점을 찾게 된다.
제대로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날, 혹은 따로 조리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데 빠르게 챙겨서 후딱 해치울 수 있는 식사를 챙겨야 하는 날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식사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날, 당신의 정신이나 육체는 바쁜 일정에 치여 긴장도가 높거나 피로감이 높아졌을 수 있다. 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나를 몰아붙이는 날, 식사를 챙기면서 이렇게라도 일을 해내는 나를 뿌듯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을 위한 노력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식사라면, 먹고 나서도 왠지 모를 소진 감이 느껴져 보상을 찾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게 된다.
2. 편의점엔 온갖 유혹이 많다. (그런데 그 유혹들은 다 보잘것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과자, 초콜릿, 빵, 케이크, 라면, 냉동식품, 심지어는 치킨이나 치즈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이 건강한지 알고 있지만 건강한 메뉴들을 찾는 과정에서 눈에 들어오는 가공식품이 마치 욕구에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아... 저거 진짜 달달하고 맛있겠다...!' 하는 욕구를 힘겹게 이겨내고 건강한 식단을 고른다. 그런데 건강한 식단이고 유혹이고 그래 봐야 편의점 음식이기에, "고작 이거 먹자고 이렇게 힘들게 유혹을 뿌리칠 일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 유혹에 져서 좋아하는 음식을 고른다 해도 "그래! 맛있는 것 먹었으니까!" 하는 뿌듯함이 생기지도 않는다. 결국은 그래 봐야 편의점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혹을 이겨내고 건강한 음식을 고르는 데 정신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드는 반면, 정신에너지를 써서 얻는 효익은 그다지 크지 않게 느껴진달까.
3. 개방된 공간에서 혼자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은 생명연장을 위한 에너지원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사회화의 도구이기도 하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나눈 정은 많은 것들을 부드럽게 하고, 연결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밥을 혼자 먹어야 한다. 그것도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에서. 옆에서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보며 왠지 내가 혼자인 것을 더욱 극명하게 느끼게 될 수 있다. 더구나 그 사람이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있다면, 나는 먹고 싶은 걸 먹지도 못하면서 혼자인, 뭔가 서러운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야말로 멘털의 위기.
4. 빨리 먹어야 한다.
모든 종류의 충만함은 그 자리에 머물며 있는 그대로를 충분히 느끼는 것에서 비롯된다. 물론, 빠른 찰나에 느껴지는 통찰도 있다. 그러나 바쁜 일에 치여, 혹은 이동하는 중에(요즘은 코로나로 이동 중에 먹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음식을 먹어야 하는 환경은 역시 음식 자체에 집중하고, 이 음식이 내게 어떤 에너지를 줄 것인지 느끼며 충만한 식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후딱 씹어 삼키다 보면 분명 뭔가 먹은 것 같기는 한데 배는 부른 줄도 모르겠고, 분명 밥은 먹었는데 만족스럽지도 않은 애매한 감정이 이어지는 것이다. 적당한 열량의 음식을 먹더라도, 빨리 먹은 데다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은 식사를 한 다음 끼니는 그래서 보상심리로 연결되기 쉽다. 왠지 부실하게 먹은 듯한 느낌이 들고, 이 부실함을 채우고 싶은 감정의 욕구가 올라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식사를 하며 왠지 모를 헛헛함을 느끼게 되는 이상의 이유들에 공감한다면, 앞으로는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굳이 우리에게 말 그대로 많은 편의성을 주는 상점을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했든, 편의점은 의외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좋은 식습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유리한 환경을 더 많이 제공한다. 중요한 건, 어디서 어떤 식사를 하건, 내 몸은 최선을 다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돼지에게 진주 목걸이를 달아준 들, 돼지는 그 가치를 알 수 없지만, 내 몸은 돼지와는 달리 유리로 목걸이를 달아준다 해도 다이아몬드만큼 기뻐하며 최선을 다해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다만 우리가 공급하는 음식이 해로우면, 몸도 그 기능에 대미지를 입고 대사가 떨어지거나 기능 저하를 겪는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먹든, 우리가 가진 존재의 귀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를 귀하게 대하는 본질을 지켜가면서, 꾸준히 언제든 어떤 식사든 나름의 충만함을 챙길 수 있다. 충만함을 챙기는 방법은 그저 아름답고 거룩하게(?)가 아닌, '나는 좋은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유능감, '이것이 내게 좋은 것이다'는 효능감, 그리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는 자율성을 알아차리는 데 그 열쇠가 있다.
그리고 유능감, 효능감, 자율성을 챙기는 3종 세트는 건강한 영양성분을 알고 있고, 그를 기꺼이 선택하고, 먹은 후의 만족감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감지하는 것이다. 다른 유혹에 빠질 겨를 없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저격수처럼 빠르게 골라 즐겁고 충만하게 먹을 수 있다면 편의점에서도 마음 챙김이 동반된 식사를 챙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편의점에서 고를 수 있는 건강한 음식들의 조건이 있을까?
1. 가능한 식재료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음식을 고른다.
아무래도 편의점에는 공장의 가공을 거쳐 만들어지는 가공식품이 많다. 자극적인 맛과 합성감미료가 우리 몸에 좋을 리 만무하다. 가급적이면 원재료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음식이 가장 건강하다. 사과, 바나나, 방울토마토 등의 생과일, 샐러드 팩, 단호박, 고구마, 햇반 등 복합 탄수화물류, 닭가슴살 팩, 반숙란, 훈제란, 스트링치즈(원유 98% 이상), 무가당 두유, 우유, 견과류 등의 원재료들을 조합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조합해 한 끼 식단을 만든다.
2. 이것저것 조합이 어렵고 귀찮다면 채소가 들어간 메뉴를 고른다.
편의점에서 채소가 함께 들어간 메뉴는 샐러드 팩, 샌드위치, 김밥(삼각김밥 제외) 등이다. 최대한 채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재료를 고른다면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음료와 함께 고른다면 무첨가 두유나 우유, 무가당 아메리카노, 로우 슈거 라테 등을 고를 수 있다.
3. 영양성분표를 확인해 당류와 포화지방이 낮은 음식을 고른다.
가공식품은 중독성 있는 맛을 위해 '지복점(행복을 느끼게 하는 맛)'을 끌어올리는 지방과 정제탄수화물, 나트륨의 조합을 인위적으로 만든다. 딱히 영양가는 없는데 자꾸만 끌리는 "손이 가요 손이 가", "한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만 먹고 싶은" 맛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그러니까, 탄수화물 중에서도 단맛을 내는 정제탄수화물과 짭조름한 맛을 내는 나트륨, 거기에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의 조합은 열량을 올리면서도 중독성을 끌어올리고, 맛에 중독된 혀는 식사를 마치는 순간 아쉬움을 느끼게 해 다음 식사에서 더욱 식욕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가공식품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면 영양성분표를 고려할 필요도 없지만, 상황이 부득이해 가공식품을 골라야 한다면 꼭 영양성분표를 확인하자. 식재료 100g(ml) 당 5~9 그램 이하의 당류, 포화지방은 전체 칼로리의 10%를 차지하지 않는 식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어디서 무엇을 먹고살든, 당신은 귀하고 소중하다. 어디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얼마큼의 만족을 느낄 것인가는 음식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당신의 마음 챙김에 달렸다.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떤 음식이 즉각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는 있지만, 그 음식이 진짜 삶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은 내 마음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미비하다는 것을. 오히려 '음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먹는 행동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답이 우리의 식생활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엇을 먹든, 당신을 귀하게 여기며 충만하게 드시기를. 우리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고, 씩씩하게 먹고 나서 할 일이 많은 귀한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