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기간이 시작된 6월의 여름, 제주로 떠나다
2022년 6월 제주에 일정이 있어 출장 겸 여행겸
제주도로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가 터지기 한 달 전, 2019년 11월
베트남 다낭 여행을 다녀온 지 거의 3년만의 공항.
우리 딸 4살이었을 때는 별 감흥없이 따라왔던
공항이었지만, 7살이 된 우리 딸은 아침일찍
일어나 비행기를 탈 생각에 콩콩 뛰며 행복해 했다.
비행기가 출발해서 이륙해 떠오르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을 보며 잔뜩 설레어 하는 모습에 나도 함께 설레고,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 우리 딸의 질문에 나도 즐겁게 대답해줬다.
7살이 되니 제법 대화도 잘 통하고 설레는 포인트도 비슷해서 친구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앞두고 제주에 장마가 내릴거라는 소식에
사실 이번 여행은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프로 계획러인 나는 언제나 여행일정을 철저하게
동선을 짜는 스타일인데, 이번 여행만큼은 그저
남편이 하자는 대로, 가자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제주도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 거라는 기상예보를 알고 있음에도, 제주도와 가까울 수록
대기가 불안정해져 비행기가 몹시 흔들렸다.
나도 남편도 긴장했지만, 우리 딸이 겁을 먹을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나: "자동차도 울퉁불퉁한 길을 가면 흔들리잖아
비행기가 가는 길도 지금 울퉁불퉁한거야"
딸: "하지만 구름은 기체잖아?"
나: "응 기체가 맞아. 바람이라고 생각해. 바람이
세게 불면 비행기가 이렇게 흔들리는거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느끼며 무사히 제주에 착륙했다. 11시쯤 도착한 우리는 첫번째 일정
이었던 우진해장국의 1시간 30분 웨이팅에 놀라
제주 중문시장으로 향했다.
[중문시장의 동진식당]은 50년 전통의 식당이었으며, 우리는 고기국수와 멸고기국수를 시켜 먹었다.
고기국수는 사골육수가 베이스였고,
멸고기국수는 멸치육수가 베이스였다.
둘 다 돔베고기가 올려져 있었고, 고기는 아주
부드럽고 국물맛은 깊은 맛이 끝내줬다.
고기국수를 먹는다면 이 곳을 찾아가 먹고싶을 만큼
재방문 의사 100% 맛집이다. (사진은 없음)
다음으로 들른 곳은 호텔가는 길에 있었던 [카페 갤러리]였다.
사실 사려니숲길을 가게 된다면 들르려 했던 곳이지만, 뒤의 일정들을 소화하려면 카페만 잠시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나와야 했다. 하지만 곳곳에 가득한 포토 스팟들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커피맛은 soso였지만, 셀프웨딩이나 스냅을 찍기에 좋은 공간들이 많아서 한번쯤 다시 오고 싶다.
비가 올 거라는 기상예보와 달리 쨍쨍하게 맑은 하늘. 저녁에 서쪽에 일정이 있어서 동선에 맞게
협재 해수욕장으로 향하고 싶었으나 호텔수영장에 어서 첨벙 뛰어들고싶어하는 7세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해비치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우리 딸 3살에 왔던 해비치 호텔을 4년만에 왔다. 제주에 오면 언제나 머무는 해비치 호텔. 오랜만에 와도 여전히 좋았고, 우리 딸은 여기왔던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비치 호텔수영장은 아이들기 놀기에도 참 좋다. 미끄럼틀과 같은 놀이시설은 없지만,
구명조끼도 비치되어 있고, 실내 온수풀의 온도와 내부 온도가 모두 적당히 따뜻해서 좋았다.
아쉬운 것이 딱 하나 있다면 샤워시설이다. 씻을 수 있는 부스가 딱 다섯개 정도. 화장실은 1칸.
따라서 여유있게 씻고싶으면 수영장 들어갈때 사우나도 함께 신청(10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또는 룸에서 입고 가운을 입고 이동해서 수영장 이용하고, 다시 가운을 입고 룸으로 돌아가 씻으면 된다.
그렇게 수영을 1시간 30분정도 즐기고, 저녁이 되었다. 저녁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대충
삼각김밥과 간식들을 사들고, 다음 일정으로 향했다.
맑은 하늘에 예쁜 무지개도 보면서 신나게 음악도 들어가면서 농담도 하면서 그렇게
1시간 30여분을 서쪽으로 달려갔다. 서귀포를 지나면서 점점 안개가 끼더니 가시거리가 200미터도 채 되지
않을만큼 안개가 자욱해졌다. 이 몽환적인 분위기에 반딧불이를 볼 생각을 하니 설렜다.
남편이 어렵게 예약해준 산양곶자왈 반딧불 축제. 8시 15분에 예약을 했고 딱 맞게 도착을 했다.
안개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리 가족은 노란색 우비를 입고 매표소를 향해 갔다.
숲 해설사와 신청한 사람들이 줄을지어 숲길을 걸어가며 반딧불이를 보는 축제.
축제라고는 하지만 그 어느 축제보다 고요하고 어두운 축제였다.
반딧불이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휴대폰을 끄거나 스마트워치 불빛도
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서로 속삭여가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찾아 보여주곤 했다. 하나씩 찾아가며 오케이를 손으로 그려가며 ^^
너무 어린아이들은 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분을 어두운 숲길을 걷고
중간에 숲해설사님의 반딧불 설명도 조용히 들어야 한다. 목소리도 음소거로 말해야 하고
사진도 찍을 수도 없음. (사진으로는 반딧불이가 안 찍힐만큼 불빛이 은은하고 신비롭다)
그래서 7살 이상은 되어야 이 곳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며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것 같다.
우리 딸은 평소에는 조금만 오래 걸으면 안아달라 업어달라 하지만, 이 날은 씩씩하게 걸어가며
손으로 반딧불이를 가리키고, 하나씩 찾아가며 오케이 손짓을 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결국
안고 업고 갔지만 끝까지 걸어갔던 우리 딸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엄마, 밤인데 왜 하늘이 밝아? "
"제주도의 밤은 푸른색이야."
숲 속 나무에 둘러싸여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빛이 돌았다.
길을 걷다가, 잠시 앉아 쉬어가는 광장이 나온다. 그 곳에서 숲 해설사 분의 설명이 시작된다.
반딧불이는 오랫동안 땅 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면 땅 위로 올라가 날아다닙니다. 50마리 중 1마리만 암컷이고, 나머지 49마리는 수컷인데
이 수컷들이 불빛을 내며 1마리의 암컷에게 선택 받기 위해
빛을 내며 날아다닙니다. 암컷 반딧불이는 애써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서
날개가 퇴화 되었으므로, 날아다니며 빛을 내는 반딧불이는
모두 수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4일동안 불빛을 내며 힘차게 날아다니는
수컷 반딧불 가운데 암컷에게 선택 받은 딱 1마리의 반딧불만이
종족을 번식할 기회를 얻고, 선택을 받지 못한 반딧불이는
종족 번식에 실패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우리 인간의 눈에는 반딧불이의 불빛이 아름답게만 느껴지지만, 반딧불이에게는 짧은 시간 동안 선택 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 있는 것이죠.
반짝반짝 빛나는 겉모습 이면에는 누구에게나 고충이 있는것처럼 이 반딧불이에게
그 신비로운 불빛은 그들만의 소리 없는 치열함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40분간의 트래킹이 끝나면 대형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 버스를 타고 10분만 가면 처음 출발했던 지점이
있는 주차장 앞에 도착한다. 우리는 우리 차로 돌아와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리 딸은 피곤했는지 차에서 잠들고 나와 남편은 호텔 근처 횟집 "회뜰날"에서
벤자리 라는 회를 포장해 먹었다. 처음 들어본 생선이었지만, 벤자리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살점도 탱탱해서
6월 제주를 찾는다면 추천하고 싶다. 참돔보다 맛있었다.
둘째날, 날씨 맑음. 이렇게 맑은 날에는 무조건 야외를 나가줘야 한다.
아침식사는 해비치호텔 근처 [당케올레국수].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난다.
아침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인데 테이블이 거의 만석이었고, 식사를 다 끝내고 나갈 때쯤엔 꽤 많은 인원이
서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을 시켰다. 아이에게 줄 보말죽은 청양고추를
따로 담아달라고 하면 된다. 청양고추와 고소한 보말죽이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따로 죽을 담아주고
다른 그릇에는 죽에다가 청양고추를 넣었더니 칼칼하고 시원한게 해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린 맛은 하나도 없고 진한 전복죽을 먹는 것 같았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보말을 함께 먹으니 그릇까지 싹싹 비웠다.
우리 딸도 몇 번이나 리필을 해서 먹었을 만큼 추천하는 맛집이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적당해서 우리는 우도에 가기로 했다.
나와 남편은 10년전 2012년, 연애시절 제주도에 왔을 때 함께 갔던 제주 우도.
이제는 7살이 된 딸 아이와 함께 방문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검멀레해변. 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불던지 날아갈것만 같았다.
우리 딸은 그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미역처럼 되어버린 것이 재미있었는지 깔깔거리며 웃었고,
우리는 그 곳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푸른 바다와 절벽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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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도에서의 다음 코스는 하고수동해수욕장.
바다빛깔이 예쁘고 외국에 온것같은 느낌. 여기서 가장 즐겁게 놀았다.
여기서 물놀이도 하고 모래놀이도 하고 즐겁게 놀았다. 물이 얕고 모래도 고와서 아이들이 놀기에 참
좋은 바다다. 제주는 늘 봄 아니면 가을, 겨울에 왔는데 여름의 제주는 덥고 습하지만 이렇게
바다를 직접 즐길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언젠가 다시 여름에 제주를 온다면 꼭 튜브를 타고
제주 바다를 즐겨야지, 했다.
슬슬 출출해졌다. 점심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은 소섬전복. 여기도 밥때 되어가면 웨이팅이 있다. 높은곳에 위치해 있고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통유리창. 전복성게미역국과 전복 뚝배기를 시킴. 시원한 국물맛에 밥 한그릇 더 시켜먹음. 게우젓갈을 밥에 쓱쓱 비벼 한 입. 해물뚝배기의 시원한 국물 한 입. 잊지못할 제주의 든든한 한 끼였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지 4일이 지났는데 가장 생각나는 것은 이 곳의 음식이었다. 우리 딸은 콩나물과
전복미역국, 그리고 제주 돔베고기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이어서 간 곳은 비양도. 백패커들의 3대 성지라고 하던데 역시나 캠핑을 온 사람들이 보였다.
이곳에서 물질하는 해녀분들을 보고, 바다같은 하늘, 하늘같은 바다와 초록들판을 보며
자연이 주는 풍경만으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우도에서의 마지막일정은 서빈백사. 산호가 모래가 되어 동글동글 팝콘같은 모래덩어리들이 이색적이고,
에메랄드빛 바닷물은 이곳에서도 즐기기 좋았다.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튜브를 타고 놀고 있었다.
우도에서 나와 오늘 마지막 일정인 브라보비치에 갔다.
브라보 비치는 애견동반이 가능한 카페&펍이다. 이 곳에서 수제버거 세트와 커피, 그리고 쿠키를 먹었다.
매운 수제버거를 시켰더니 감자튀김에도 매운 가루(롯데리아 양념감자 매운맛가루)를 뿌려주었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매운맛 말고 그냥 햄버거를 시켜 먹기 !!
그렇게 둘째날 일정이 끝났...
.. 다가 아니고, 이날도 저녁에 우리는 호텔에서 수영을 했고,
컵라면을 맛있게 먹고 꿀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