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기 Jun 23. 2022

노동 시장의 위기와 IT 개발자 구인난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공식 채용이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집값은 보통 10억이 넘어가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지 난감해지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잃습니다. 1997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사상 최저로 추락하고 청년실업은 최악인 상태입니다. 자영업자는 폭발 직전에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좋은 기업이 있다면 노동 시장의 위기는 잠재울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초 시계 종주국 스위스는 심각한 위기에 빠집니다. 일본 세이코 등이 전지로 돌아가는 ‘쿼츠’를 내놓으며 기계식이 지배하던 시계 시장을 뒤엎은 것입니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 종사자의 대량 실업이 사회 문제로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압도적 기술을 지닌 스위스의 저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스위스의 자존심을 지킨 대표 주자는‘오데마피게’였습니다. 이 회사는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최초의 럭셔리스포츠와치로 판도를 바꿨습니다. 이 브랜드가 바로 오늘날 고급 스포츠 시계의 절대 강자인 ‘로열오크’입니다.      

    

오데마피게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 르브라수스에서 태어난 줄 루이 오데마와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가 각각 24세·22세 때인 1875년에 설립했습니다. 이들은 늘 새로운 기술로 시계 공학의 정상을 달렸습니다. 기계 부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켈리턴 시계(1934년)’와 1.64㎜ 두께의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1946년) 등이 대표 작품입니다. 시계 기술이 총합된 ‘그랜드컴플리케이션’도 이 회사의 자랑입니다.        

   

오데마피게의 기술력은 1972년 선보인 로열오크에서 정점을 이뤘습니다. 세계적 시계 디자이너 제럴드 젠타가 기획한 로열오크는 영국군 군함 포문의 이름을 땄는데 특유의 8 각형 형태로 출시 즉시 유럽 상류층의 선풍적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후 50년 동안 하이엔드 스포츠 시계 시장을 지배했고 이를 통해 오데마피게는 롤렉스·파텍필립과 함께 스위스 3대 독립 시계 브랜드의 지위를 확고히 했습니다. 오데마피게는 연간 4만 개만 생산되는데 2009년 국내의 한 명품관에서 시가 11억 원짜리가 팔려 화제가 됐습니다. 2012년 공개된 ‘규칙을 깨려면 먼저 규칙을 마스터하라’는 슬로건에는 최고 기술에 대한 이 회사의 집착이 배어 있습니다.          

오데마피게 같은 철학 있는 기업이 많이 존재할 때 노동 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오데마피게 같은 IT 회사가 많이 나온다면 노동 실업의 문제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의 위기 속에서 개발자의 몸값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모임에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야근도 많이 없어지고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노동 시장의 위기에 개발자로 산다면 최소한의 직장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사장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절대적으로 자동화의 필요성을 느끼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오면 공장을 문을 닫아야 하니 전사적으로 자동화를 해보자 하는 것입니다. 향후에는 공장은 모두 자동화가 되어서 공장에는 개 한 마리와 개밥을 주는 한 사람만 필요합니다. 모두 자동화가 되어서 사람이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화로 전환하는데 개발자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앞으로 미래사회는 어쩔 수 없이 IT 기반 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자들이 많아지니 업무량도 어느 정도 분산이 되어 삶의 여유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개발자라고 해서 매일 밤을 새우고 머리를 산발하고 사는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일찍 퇴근해서 취미 생활도 하고 가정도 잘 챙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이 그라운드룰이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연봉만으로는 개발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만족스러운 처우는 기본이고 그 이상의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발 문화, 기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비전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개발 인력 확보를 위한 연봉 인상 경쟁이 본격화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실력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려면 초임 연봉부터 5천만 원~6천만 원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암묵적인 컨센서스가 IT 인력 채용시장에 자리 잡았습니다. 대형 게임사, 인터넷 플랫폼 업체 기준으로도 1천만 원 이상 높아진 것입니다.          


또 개발자 부족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해외에선 고액의 연봉을 제시한 인재 쟁탈전이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개발자 쟁탈전이 이제 시작됐습니다. 해외 상황을 보면 국내 IT 인재 채용 경쟁도 지속·심화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개발자는 성장에 목마른 존재입니다. '도태'되는 것에 공포감을 갖는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타 업종에 비해 개발자의 이직이 많은 이유는 '성장' 혹은 '도태'란 극단적 선택지에 언제나 노출돼 있기 때문입니다. 발전 없이 항상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내가 잘못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개발자를 얻기 위해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합니다. 단, 비전이 거창하고 두리뭉실하면 많은 사람을 세밀하게 설득하기 힘들어집니다. 소박하더라도 구체적이고 도전 가치를 확실히 드러내는 비전이 좋습니다. 회사에 취업하려는 개발자가 그 비전에 공감하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IT에서 개발이란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팀을 이루게 되고, 동료·상사와 소통하며 협업해 '제안, 구현, 피드백, 수정, 배포'의 업무를 반복합니다. 이런 협업성의 업무가 매끄럽게 돌아가고, 그 흐름 속에서 성장과 성취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개발자 친화적 문화'입니다.        

  

때문에 '개발자 친화적 문화'란 말은 '좋은 조직'으로 바꿔도 됩니다. 이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넷플릭스 회장의 말처럼 최고의 복지는 옆의 동료이라고 했습니다. 옆의 동료가 품격이 있고 일을 잘하면 회사 생활이 행복해집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좋으면 곧 '좋은 조직'일 수 있습니다. 혹은 훌륭한 멘토가 있거나 배울 점 많은 사람이 있어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은 조직'입니다. 재택근무, 무제한 휴가, 성과급 등의 복지 제도도 '개발자 문화'의 일부일 수 있지만, 본질은 '좋은 조직'에 있습니다.          

자율성'과 '성장'에 민감한 개발자를 끌어오는 건 시스템으로 가능하지만 유지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개발자 이직이 활발한 만큼, 수시 이탈을 상수로 두고 여유 있게 채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업계, 학계 의견입니다. 개발자만큼은 예비 인력까지 뽑아 길러야 역량이 우수한 시니어를 소수라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발자의 인력난을 보면서 2000대 닷컴 버블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개발자는 돈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보고 이동을 합니다. 돈 얼마 올려준다고 하이에나처럼 이리저리 다니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정말로 자기가 성장을 할 수 있는지 개발하는 방법들이 자기와 맞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스카우트 제의가 온다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자기의 자리를 지켜가며 일을 해나갑니다.      

    

한국은 자원도 없고 인구도 없고 기업이 아니면 유지할 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디지털 사회로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좋은 IT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기회입니다. 향후 한국을 계속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자들도 돈만 보고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라에 애국을 한다면 밑에 동료에게 모든 기술을 다 전수해 주십시오. 개발자를 키워내는 일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옆의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멀게 보면 같은 목표로 가야 하는 동반자입니다.          

기술과 실업에 대한 해답은, 다양한 형태의 자기 고용입니다. 노동이 계속되려면 노동의 형태가 달라져야 합니다. 개발자라도 일찍부터 ‘포트폴리오 라이프’라는 대안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기술로 남에게 도움을 줄지 미리부터 탐구하고 설계하십시오. 보수를 받는 구체적인 일과 무보수지만 유익한 일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말입니다.          


개발자로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새벽 글쓰기 훈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