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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2.2Km 숲 구보를 한다.

by 박동기

퇴근 후 매일 춘천 국사봉 정상까지 맨발로 구보에 가까운 빠른 걸음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갈 때는 구보를 하고 내려올 때는 천천히 사색을 하고 숲을 바라보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하며 내려옵니다.


군인들이 매일 아침 기상 후 연병장을 구보하듯 저는 저녁 퇴근 후 산악 구보를 합니다. 퇴근 후 집에 가방만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는 춘천 국사봉으로 올라갑니다. 춘천 국사봉은 300여 m 되는 낮은 산이고 아파트에서 정상까지 1.1Km 왕복 2.2Km입니다. 한마디로 퇴근 후 혼자 산악 훈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훈련 사전적 용어를 살펴보면, 훈련(訓練)은 기본자세나 동작 따위를 되풀이하여 익히는 행위나 가르쳐서 익히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스포츠 선수들의 훈련, 직업 훈련, 군사 훈련, 동물 훈련 등의 용법으로 주로 쓰인다.


운동선수들이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것도 훈련이고 고등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학습 훈련입니다.


제 훈련은 숲 산책이었다가 지금은 가벼운 산악 구보 훈련이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퇴근 후 루틴처럼 실천한 지가 1년 4개월이 되어 갑니다. 저는 숲 산책과 숲 구보는 제 하루 중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숲 구보를 하다 보니 그 시간에 삼겹살을 뒤집거나 알코올을 위에다 쏟아붓는 일들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간헐적인 단체 회식할 때만 참석을 하고 대부분 저녁 시간은 숲 산책과 숲 구보를 합니다.


제가 숲 구보를 하는 목표는 간단합니다. 허벅지를 지금 보다 더 두껍게 만드는 것이고 건강을 지켜 오랫동안 일상생활을 하기 위함입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이제 건강이 서서히 내 자신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입니다.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청바지가 넉넉한데 허벅지가 꽉 끼는 만큼 허벅지 두께를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산을 올라갈 때는 구보하듯이 뛰어 올라갑니다. 정상까지 올라갈 때 허벅지가 터질 것 같지만 정상에 도착했을 때 허벅지 나른함은 묘한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퇴근 후 매일 숲 구보와 산책을 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비록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꺼멓게 되었어도 외적인 건강과 내면 건강은 좋아졌습니다. 장딴지도 굵어졌습니다.


정상에 도착 후 잠시 하늘을 보고 꽃을 본 후에 하산을 할 때는 천천히 산책을 하며 내려옵니다. 내려오며 미래 일들을 생각해 보고 글을 쓸 내용들을 생각해 봅니다. 이럴 때 스트레스가 풀리고 저녁이 쓸 내용들과 새벽에 글 쓸 내용들을 생각해놓으면 숲 산책이 더 행복해집니다.


숲 구보는 나에게 육체적인 건강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남들은 저를 보고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연 속에서 육체가 노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소나무 향기가 진한 깊은 숲에서 구보를 하는 것으로 참 행복합니다.


더군다나 구보를 하는 숲이 군대가 아닌 것이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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