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싶다
같이 있으면 괴롭고 혼자 있으면 외롭다. 춘천의 생활이 7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춘천을 떠나 서울로 갈 때는 만남의 즐거움 때문에 무척 행복하다. 돌아올 때는 허전한 마음을 갖고 춘천으로 내려온다. 이번 주에는 승용차를 터미널에 세워놓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춘천으로 돌아오는 주일 저녁이면 서울을 떠나 배낭 하나 메고 휑한 마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동서울 터미널은 유난히 군인들이 많다. 군인들 옆에는 배웅 나온 여자 친구도 가끔씩 보인다. 군생활이 짧으니 그 생활은 헤어지지 않고 견딜만한 가 보다. 내무반으로 다시 복귀하는 군인 심정은 이 서울이 간절하게 그리운 도시일 것이고 1분이라도 더 밟아보고 싶은 소중한 도시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터미널은 금요일에는 만남을 위한 설렘이 있지만 주일 저녁에 동서울 터미널은 무겁게 가라앉았고 헤어짐의 장소이다. 동서울 터미널은 설치류가 쳇바퀴를 돌 듯이 만남과 헤어짐을 무한 반복하며 세월에 건물은 낡아가고 먼지가 쌓여 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터미널 옆에 큰 오동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오동나무는 작년에도 시들했는데 올 무더위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말라죽은 것 같다. 있던 자리에 나무가 사라지니 그 자리는 허전하고 그 자리는 노숙자 어느 분의 자리 차지가 되었다. 회사도 그만두면 그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바로 채워지듯이 비싼 서울 땅도 나무의 빈자리에 노숙자가 앉아 계신다.
동서울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아래층에 있는 다이소를 들러 필요한 문구용품들을 산다. 특별히 이번 주에는 그동안 써놓을 글들을 출력해서 보관할 파일 보관함을 샀다. 차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동서울 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휑한 내 마음을 싣고 올림픽도로를 달린다. 한강을 건널 때 물살 위에 쏟아지는 해 질 녘 햇볕이 왠지 축 처진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도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어서 보관을 해놓는다. 갈수록 서울을 멀어지고 점점 숲들이 많아지는 고속도로 강원도 춘천으로 향한다. 춘천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천천히 달려도 되는데 주일 저녁이다 보니 상행선은 막히는데 춘천 가는 하행선은 전혀 교통 정체가 없다. 항상 1시간 만에 춘천에 도착한다.
스스로 나에게 물어본다. 이 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겠니. 네가 여기서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이니. 앞으로 잘할 수 있겠니. 답은 앞으로 몇 년은 어쩔 수 없이 더 버텨야 한다. 서울 직장에서 오라는 곳도 있었지만 옮길 상황이 되지 않다 보니 춘천에 좀 더 있어야 한다.
버스는 찬 공기 속에 어둠이 내린 춘천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주일 저녁 춘천에 도착해서 차에 내리자마자 느끼는 차가운 공기가 느낌이 항상 좋지 않았다. 푸근했던 적은 한 번도 없고 항상 가슴이 허한 마음이 다가온다. 버스에 자다 일어나 가을 찬 바람을 맞으니 움츠려 들게 된다. 고속버스 터미널은 휑하니 비어있고 고속버스 몇 대만 서 있다. 차들은 거미줄처럼 여기저기를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것이다.
공용버스 옆 주차장에 차가운 내 승용차는 언제나 낯설다. 차갑게 식은 핸들을 잡는다. 연고가 없고 친인척이 전혀 없는 이 낯선 춘천은 죽어있는 것들과 만남이다. 죽어있는 승용차에 시동을 켜고 아파트로 향한다. 아파트에 도착해 문을 열면 중앙난방이다 보니 찬 바람이 휑하게 불어온다.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는 허전함은 오랫동안 가시지를 않는다. 아파트는 고요하다. 아무 소리가 나지를 않는다. 옆집 부부싸움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곁에 살아있는 생명이 아무것도 없는 이 춘천에서 최소 몇 년은 이 생활을 견뎌야 한다. 마음이 사막처럼 건조해져서 푸석거려야 이 외로운 시간을 견뎌낼 수가 있다. 마음에 조그마한 습기도 없어야 한다.
사람은 여기에 있으면 저기를 꿈꾸는 것 같다. 현실이 외로우면 스마트폰에서라도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같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같이 있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거리는 얼마쯤일까. 아주 멀까. 가까울 까.
다가서면 아프고 멀어지면 그리운 고슴도치 딜레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일 저녁 춘천의 밤은 유독 사람이 그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