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앞으로 달리고 지하철은 꽃게처럼 옆으로 달린다.

by 박동기

춘천에서 ITX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간다. 남들은 기차를 타면 가는 방향과 생각 방향이 일치해서 책이 더 잘 읽힌다고 하는데 나는 기차 타면 무조건 잠이 온다. 책을 펼친 후 10분 후면 어김없이 잠들어 있다. 한 번도 예외인 적이 없다. 그 잠은 단잠이어서 숙면을 취할 정도여서 도착지에 도착하면 나른함이 있다. 코를 골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서울에 도착한 후에 지하철로 갈아탄다. 거기서부터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사람이 네 배는 증가하였고 걷는 속도도 다들 빠르다 보니 이리저리 차이기 쉽다.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은 꽃게처럼 옆으로 달린다. 의자가 가로가 아닌 세로로 되어 있어서 꽃게처럼 옆으로 달린다. 기차와 달리 지하철은 앞의 앉은 사람의 얼굴을 볼 수가 있다. 요즘엔 지하철에서 사람 표정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자리에 앉으면 앞자리 일렬로 앉은 사람들 얼굴을 살핀다.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얼굴이 무겁다. 웃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를 못했다. 사람 무게와 근심 걱정을 함께 싣고 가니 지하철은 더 달리기가 힘들다.


앞에 앉은 사람의 눈썹을 보고 얼굴을 보고 눈빛을 본다. 가끔 눈이 맑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어색하여 눈을 감거나 잠을 청한다. 요즘 개통된 경전철을 탄 적이 있다. 경전철은 앞사람과의 거리가 더 가깝다. 마치 카페에 상대방이 앉아 있는 것처럼 코 앞에 와 있다. 앞사람과 마치 무슨 협상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하철은 옆으로 달리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어서 좋다. 그 사람들에게 내 얼굴은 어떻게 비칠까. 삐쩍 마른 웬 아저씨가 계속 두리번거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설마 외모가 훌륭해서 쳐다보는 일 같은 기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목적지 역에서 내리려고 문 앞에 섰다. 머리 긴 여자가 문 옆에 서서 내 눈을 바라보며 자꾸 이야기를 한다. 나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자기가 이번 역에 내린다고 한다. 어 나도 내리는데 나보고 어떡하라는 것인지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난감하다. 내 눈을 바라보며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왜 자꾸 말을 걸지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그 여자가 머리를 한번 제쳤다. 그 예쁜 여자의 귀에는 하얀색 이어폰을 끼고 있었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가 머리를 넘기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말을 걸뻔 했다.


환승역은 복잡하고 다들 걸음이 바쁘다. 다들 바삐 살아가 나는 보다. 지하철은 꽃게처럼 옆으로 달리다 보니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기차는 앞사람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차는 단절이고 지하철은 소통이다. 지하철에서 좀 더 밝게 웃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적지가 어느 사람은 장례식장이 될 것이고 애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하철은 많은 사람과 사연을 함께 싣고 달린다. 오늘은 환율이 1400원이 넘어 지하철은 더 무거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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