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

by 박동기

가을 초입에 들어섰다. 간혹 길가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밟는다. 은행 열매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도 그냥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냄새가 벌레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기만의 보호하는 방법이니 그들의 삶도 수용을 해야 한다. 금방 은행잎도 노랗게 변할 것이다. 오랜만에 회사 독서 모임을 한다. 코로나 이후에 3년만에 처음으로 모이는 모임이다. 모임 회비가 많이 남아서 좋은 음식으로 먹고 술을 먹지 않는다. 회 먹고 나서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이다. 모임에 가기 전에 무슨 이야기들을 할지 생각해보았다. 요즘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다. 내 마음은 태풍이 한 바탕 지나고 간 것처럼 폐허가 되었지만 그래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간다. 숲을 산책하고 구보를 하고 걷는다. 숲을 걸으면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정리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바퀴와 뒷바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바퀴는 생계 바퀴이니 타이어가 벗겨지더라도 굴러가야 한다. 뒷바퀴는 꿈의 바퀴이다. 꿈이 있으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험난한 세상에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지려면 꿈의 뒷바퀴가 굴러가야 한다. 글을 쓰면서 인생이 바뀐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사기당해서 고시원에 살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새로운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삼성 병원의 젊은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도 한다.


나는 책을 1차 퇴고까지 했고 10월 중순 경우 투고를 할 예정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냥 공수부대가 비행기에서 낙하할 때 허공에 뛰어내리는 것 같은 기분으로 그냥 세상에 아래 한글 문서를 던진다. 그 이후의 반응은 나도 잘 모르겠다. 책이 나오던지 죽던지, 살던지 할 것이다. 출판사가 잘 섭외가 될지 모르겠다.


10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는 패턴으로 글을 쓰는 이야기도 할 것이다. 독서를 넘어 글을 쓰는 것이 살길이고 책을 내지 않으면 무의미한 인생이라고 설득을 할 것이다.


유명한 사람이어서 책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기에 유명해지려고 책을 내는 것이다. 같은 요리사여도 유명한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영광도 얻는다. 아무리 맛있게 만드는 유능한 요리사라 할지라도 유명세가 없으면 몇몇에게 맛있는 음식만 제공하는 동네 장사일 뿐이다. 음식 솜씨는 좀 떨어져도 유명해져 입소문이 나면 경제적 자유를 얻고 방송 출연 기회 더 잦다. 유명하지 않은 훌륭한 요리사는 가스 불 앞에서 그냥 순교자일 뿐이다. 거기까지이고 삶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나는 그냥 흔적없이 사라지는 순교자가 되기는 싫다.


솔직히 말한다. 글을 쓰려는 것이 유명해지려는 목적도 있다. 사실 나는 유명해지는 목적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 은퇴후에도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싶은 것이 내 진심이다.


드디어 저녁 여섯 시에 일식집에서 네 명이 모였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독서 모임 회비가 있으니 주문하는 것에 대한 부담 없이 많이 시킨다. 독서 모임인지 회사 내 체육 동아리 모임인지 헷갈린다. 마치 씨름 선수들 식단이다. 앞에 계신 여성 분은 어깨가 나보다 더 넓다. 잘 드신다. 운동 선수인지 잠시 착각을 한다. 모임을 위해 멀리 서울 사무소에서 온 친구가 있다. 남은 회비를 10원짜리 하나 안 남기고 쓰기 위해 시킬 수 있는 것은 다 시킨다. 다음 달 독서모임은 없고 오늘이 마지막이듯이 음식을 주문한다. 일어나 테이블위를 보니 음식들이 초토화가 되었다. 우리는 환경을 너무 사랑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빈 접시를 보며 나름 뿌듯함이 있었다. 카페로 이동을 한다.


독서 모임이기에 좋은 가을 밤에 좀 더 깊은 대화들이 오갔다. 읽은 책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삶에 대해서 나눈다. 아마 회사 이야기나 세상 사는 하찮은 이야기를 하고 모임을 마쳤으면 뭐 했나 했을 텐데 나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지식을 추구하면서 알아가면서 느끼는 희열이 있다. 독서 모임은 자기 주장이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며 마음을 열어가는 시간이 되어 대화가 깊고 풍성해질 때 아름다운 모임으로 승화가 될 수 있다. 독서 모임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모여 하나로 융합되듯이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융합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참석한 사람 모두가 소외감이 없이 진심 어린 대화들을 나눌 때 한층 가을밤처럼 말이 깊어진다.


넷이 카페를 나오며 그래도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비를 다 썼으니 다음 독서 모임은 언제 열릴지 약속은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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