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코스모스

by 박동기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어야 제격이다. 서늘한 아침에 한들 거리는 코스모스를 보면 첫사랑이 생각나고 추억에 젖게 된다. 가만히 멈춰서 있는 것보다 살짝 흔들리는 것이 더 매력이 있다.


며칠 전 골프를 치러갔을 때 마지막 홀 산 아래에 코스모스가 옹기종기 피어 있었다. 가을에 선선한 바람이 불 때 코스모스가 가장 아름답다. 코스모스 잎이 한들한들 참 예쁘다. 오랜만에 시골에서 보던 코스모스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릴 적 첫사랑도 생각나고 포근한 한가위의 시골 풍경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골프보다 마지막 홀에서 코스모스가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여름에 피는 코스모스를 본 적이 있다. 모양은 거의 유사하지만 뙤약볕에 코스모스를 보다 보니 서늘한 가을에 보는 코스모스와는 정서가 다르다. 코스모스의 색상은 다양하지만 장미처럼 진한 색은 없다.


눈썹 문신을 한 것처럼 진하지 않고 천연 문신처럼 조용하다. 코스모스는 자기 큰 소리를 내지 않지만 나지막하게 자기 할 말은 조곤 조곤 다하는 스타일이다. 코스모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아침에 가을이 성큼 왔음을 더 깨닫게 된다.


나는 이런 가을 코스모스가 좋다.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할 말을 다하는 스타일의 사람도 좋다. 조그마한 일을 가지고 씨끌벌쩍하며 존재감을 나타내는 사람보다 조용히 자기의 소리를 내는 오늘 하루를 만들고 싶다.


아침 출근길에 코스모스를 보며 조용하되 자기 역할을 다하는 하루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일하러 가는 곳이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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