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허구입니다.

by 박동기


어제는 다른 부서의 교육이 있어서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강의를 했습니다. 일상과 다른 날이라면 항상 드레스 코드는 평소 입는 것보다 한 단계 위로 입는 것이 좋습니다. 옷을 잘 차려입으면 교육을 받는 상대방이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어 교육이 좀 더 집중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알고 있는 지식은 반드시 공유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강의하면서 나 잘났다고 떠드는 자리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교육받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알고 있는 솜털 같은 미세한 지식까지도 다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다 보니 모두 눈만 보입니다. 마스크 위의 상대방 눈길만 쳐다보게 됩니다. 다른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으니 다른 곳은 살피지 않고 상대방의 검정 눈동자만 쳐다보며 빠져들게 됩니다. 대부분 눈은 평범하여 사람마다 아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에 대부분 중간 이상입니다. 코, 입, 전체적인 얼굴 균형을 따지지 않고 보니 눈만 보니 대부분 예쁘거나 멋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눈동자에만 집중하니 더 진솔해지고 깊은 대화가 나누어집니다. 강의도 좀 더 집중이 되어 갑니다. 남녀 연인 간에는 더욱 뜨겁게 불이 붙어서 눈을 마주치게 됩니다. 강의 중에 너무 빤히 쳐다보면 서로 부담스럽고 민망해 눈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시선을 다시 집중하게 됩니다. 어떤 남성은 황소 눈처럼 하고 나를 쳐다봅니다. 화가 난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눈 근육에 힘을 좀 줄여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눈 흰 자가 나한테 달려올 듯합니다.


교육을 하다 보니 상대방의 눈을 깊게 바라보게 됩니다. 여자분과는 너무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면 실례가 될 것 같아 시선을 옆으로 돌립니다. 옆의 남자는 여전히 황소만 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눈을 돌리면 외국인 남자는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합니다.


마스크로 인해서 눈만 보이니 눈에 집중하게 된다. 대화의 밀도가 높아지고 산만하지 않아 오직 말과 눈에만 집중하다 보니 대화의 일관성이 있습니다. 과녁에 화살을 쏠 때 과녁만 보이고 주위의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강의를 듣는데 어느 여성분의 눈이 참 예쁘신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례가 될 까 봐 눈을 더 자주 마주치지 못합니다. 우리 회사에도 저런 미인이 있었나 할 정도로 의외입니다.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습니다. 앞에 커피를 들고 오는 두 분의 여성이 있습니다. 어제 본 아름다운 여성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출근하며 마스크는 벗었습니다. 어제 그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분이 걸어가십니다. 아름다움의 환상이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다. 지진에 집이 무너지는 느낌과 같이 전혀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이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아 그럼 그렇지 내 상상 속에 있던 아름다운 여인이 우리 회사에 있을 리가 없지라고 현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마스크를 끼다 보니 장점도 있습니다. 눈만 바라보아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잠시 동안 이나마 아름다움의 환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분에 대해 어떤 분인지 상상을 하며 소설을 쓰게 된다. 다음날 아침에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면 소설은 아름다움의 허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마스크 입은 얼굴은 허구 같은 소설이며 마스크 벗은 얼굴은 삶 자체인 다큐멘터리입니다. 마스크 입은 눈은 장미처럼 선명하고 마스크 벗은 눈은 안개꽃처럼 경계가 희미합니다. 맨 얼굴은 결국 자기 삶을 그대로 드러내는 얼굴입니다. 얼굴 미소 관리에, 편안한 미소에 신경을 써야 할 나이입니다.


오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났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모두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몇 달 후 이 마스크를 모두 그리워할지 모릅니다. 마스크 쓴 여인은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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